금융 플랫폼 토스가 여성의 신체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미니앱을 자사 앱 안에 노출하면서 고객 신뢰의 시험대에 올랐다. 논란이 확산된 뒤 해당 서비스는 삭제됐으며, 토스 측은 외부 개발자가 앱인토스에 등록한 서비스로 고객 문의가 접수된 뒤 내렸다고 설명했다. 향후 사전 검수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제가 된 서비스는 토스의 개방형 미니앱 플랫폼 ‘앱인토스’에 입점한 ‘죄송한 자궁씨’다. 월경 주기에 따라 자궁 캐릭터의 상태를 보여주고 이용자가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도록 설계됐는데, 이용자가 생리 시작을 입력하면 ‘짜증내기’, ‘딱밤 때리기’, ‘사과받기’ 등의 미션이 제시됐다.
캐릭터가 이용자에게 자신이 얌전했는지를 묻거나 “죄송합니다만”이라는 식으로 사과하는 문구도 포함됐다. 여성의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을 자궁의 잘못으로 설정한 뒤 이용자가 자신의 신체 기관을 꾸짖거나 응징하도록 만든 구조인 셈이다.
비판은 특정 문구가 불쾌하다는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 월경과 월경전증후군을 여성 신체가 일으킨 문제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의인화된 자궁 캐릭터에게 묻도록 설계한 기획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앱 이용자들은 리뷰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타고난 것까지 사과해야 하느냐”, “모욕적이고 기괴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여성의 건강과 신체 변화를 다루는 서비스라면 월경으로 인한 불편과 통증을 이해하고 관리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설계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용자들이 분노한 이유는 단순히 서비스가 재미없거나 표현이 거칠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신체가 가벼운 유희와 화풀이의 대상으로 소비됐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생활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고객을 이용자 수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온라인 여론도 빠르게 악화했다. 26일 소셜미디어 X에 올라온 비판 게시물은 반나절 만에 조회수 약 400만 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온라인에 공유된 화면에서 해당 미니앱의 평점은 5점 만점에 1.2점이었고, 평가 72건 가운데 상당수가 최저점인 1점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토스 이용 중단과 불매를 언급하는 게시물도 확산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미니앱은 앱인토스에서 삭제됐다. 서비스 노출은 중단됐지만, 어떤 검토를 거쳐 입점했는지와 토스의 사전 심사 및 사후 관리 체계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 토스 “외부 개발자가 등록…고객 문의 뒤 삭제”
토스 측은 문제의 미니앱이 회사가 직접 개발한 서비스가 아니라 앱인토스에 외부 개발자가 등록한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토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토스 안에 미니앱이라는 앱 플랫폼이 있고, 개발자나 다른 스타트업 회사들이 본인들의 앱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라며 “‘죄송한 자궁씨’ 역시 다른 개발자가 올린 서비스”라고 밝혔다.
이어 “고객 문의가 들어와 해당 앱은 현재 내려놓은 상태”라며 서비스 삭제 사실을 확인했다.
토스 측 설명을 종합하면 회사가 직접 기획하거나 제작한 콘텐츠는 아니지만, 고객 문의가 접수된 뒤 해당 미니앱의 노출을 중단하고 플랫폼에서 삭제했다는 것이다.
본지가 향후 사전 검수 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는지를 묻자 토스 관계자는 “그렇다”며 검수 강화 방침에도 동의했다.
현재까지 토스가 밝힌 조치는 해당 미니앱 삭제와 향후 사전 검수 강화다. 입점 당시 어떤 검토 절차를 거쳤는지, 성차별적이거나 모욕적인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한 별도의 기준이 있었는지, 검수를 어느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 개발자는 외부에 있어도 고객이 마주하는 브랜드는 ‘토스’
앱인토스는 개인 개발자와 기업이 토스 앱 안에서 게임과 생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든 개방형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고 토스 안에서 여러 미니앱을 이용할 수 있고, 개발자는 이미 확보된 토스 이용자 기반을 통해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개발 주체가 외부 사업자라는 점은 분명하다. 고객이 실제로 마주하는 화면과 브랜드는 토스이며, 미니앱의 입점과 노출, 운영 중단과 삭제도 토스 플랫폼 안에서 이뤄진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외부 개발사의 독립적인 서비스보다 토스가 제공하는 여러 기능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 플랫폼은 일반적인 콘텐츠 플랫폼과 신뢰의 무게가 다르다. 금융 앱 이용자는 자신의 자산과 거래 내역, 소비와 송금 정보를 플랫폼에 맡기며, 그 신뢰를 토대로 다른 생활 서비스까지 이용한다. 토스가 금융을 넘어 일상 전반을 다루는 슈퍼앱을 지향할수록 고객이 기대하는 책임의 수준도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외부 개발자가 만든 서비스라는 설명은 제작 주체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사실이지만, 플랫폼의 책임을 모두 분리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플랫폼이 입점과 노출을 허용하고 삭제할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어떤 콘텐츠를 고객에게 보여줄 것인지 살피고 관리하는 책임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교경영에서 신뢰는 문제가 발생한 뒤 사과하고 수습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를 존중하고 해가 될 가능성을 미리 살피는 과정에서 신뢰가 만들어진다. 고객에게 모욕감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사전에 걸러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의 범위와 개선 방안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기업 경영의 기본이다.
개별 개발자의 기획 의도가 논란의 직접적인 출발점일 수는 있다. 같은 플랫폼 안에서 사회적 감수성과 관련한 문제가 반복됐다면 쟁점은 개발자 개인을 넘어 토스의 입점 심사와 사후 관리 체계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서비스를 내리는 방식은 추가 피해를 막는 데 필요한 조치다. 해당 콘텐츠가 어떤 기준을 거쳐 노출됐고, 기존 검수 절차가 왜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으며, 이후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설명까지 뒤따라야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번 통화에서 토스 측이 사전 검수 강화 방침을 밝힌 만큼, 앞으로는 선언보다 구체적인 실행 내용이 중요하다. 성별과 신체, 장애와 질병, 자해와 혐오 등 사회적 파장이 큰 표현을 어떤 기준으로 살필 것인지, 형식과 기술 요건을 넘어 콘텐츠의 의미와 이용자 영향을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 빠른 출시만큼 중요한 것은 고객을 지키는 ‘문지기’ 역할
토스는 앱인토스의 장점으로 낮은 진입 장벽과 빠른 출시를 강조해 왔다. 다양한 개발자가 토스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문을 열고, 짧은 기간 안에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빠른 출시와 개방성은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니다. 문을 넓게 열수록 그 문을 통해 들어오는 콘텐츠가 고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는 장치도 함께 정교해져야 한다.
금융 플랫폼 안에 들어오는 서비스는 일반 앱 마켓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검토를 요구받을 수 있다. 고객은 미니앱을 이용하면서 개별 개발자의 이름보다 토스라는 금융 브랜드를 먼저 인식하고, 이미 형성된 금융 신뢰를 생활 서비스에도 연장해 적용하기 때문이다.
형식과 기술 요건을 충족했다는 이유만으로 입점을 허용하고 콘텐츠의 성인지 감수성이나 혐오·모욕 가능성, 자해를 연상시키는 표현 등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면 심사 체계에 공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관련 검토 기준이 이미 마련돼 있었다면 ‘죄송한 자궁씨’가 어떤 판단을 거쳐 이용자에게 노출됐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규모가 커질수록 책임도 함께 커진다. 누구나 쉽게 서비스를 올릴 수 있도록 문을 넓혔다면, 그 콘텐츠가 고객의 존엄과 안전을 해치지 않는지 살피는 문지기 역할 역시 플랫폼이 맡아야 한다.
◇ 토스가 약속한 ‘검수 강화’, 신뢰 회복의 출발점 돼야
토스 측은 외부 개발자가 등록한 서비스라는 점과 고객 문의 뒤 해당 앱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전 검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검수 강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고객에게 설명하는 일이다. 입점 단계에서 콘텐츠의 사회적 영향을 별도로 검토할 것인지, 논란 가능성이 큰 신체·성별·정신건강 관련 서비스에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발자와 플랫폼이 각각 어떤 책임을 부담할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신뢰 회복은 “외부 개발자가 올린 서비스”라는 설명이나 사후 삭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확인하고, 플랫폼이 부담해야 할 책임의 범위를 밝히며,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는 과정을 고객에게 보여줘야 한다.
유교경영의 출발점은 사람을 수단으로 보지 않는 데 있다. 기업의 기술과 플랫폼은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도구여야 하며, 고객의 신체와 감정을 가볍게 소비하는 장치가 돼서는 안 된다. 고객을 숫자와 트래픽이 아닌 존중받아야 할 사람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기술의 확장도 신뢰 위에서 지속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미니앱 하나의 실패에 머물지 않는다. 외부 개발자에게 문을 넓게 연 토스가 고객을 보호할 문지기 역할까지 제대로 수행하고 있었는지를 묻는 사안이다. 토스가 밝힌 사전 검수 강화 방침이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심사 기준과 운영 절차의 변화로 이어질지가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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