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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물류, 신한자산신탁 임직원 배임 혐의 고소…안성 물류센터 공매 갈등

고소인 측 “PF 대출 상환 뒤에도 공매 진행…가격 산정·공사비 정산에 문제”
HDC현대산업개발, 물류센터 1,108억 원에 낙찰…계약상 근거와 배임 여부 경찰 수사서 가려질 전망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 물류센터 개발사업을 둘러싼 위탁자와 부동산 신탁사의 갈등이 형사사건으로 번졌다. 위탁자인 고삼물류 측은 수탁자인 신한자산신탁이 신탁계약과 다른 방식으로 공매와 공사비 정산을 진행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며 신탁사 임직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삼물류 대표이사 김 모씨는 지난 28일 신한자산신탁 대표이사 이OO 씨와 팀장 김OO 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은 용인서부경찰서에 접수됐으며, 접수번호는 제2026-1583호다.

 

김 대표는 “고소인 조사가 예상보다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년간 이어진 소송에서도 사실관계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충실한 경찰 수사를 통해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 관리형 토지신탁으로 시작된 안성 물류센터 사업

 

고소장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의 전신인 아시아신탁은 2021년 5월 고삼물류와 안성시 고삼면 가유리 일대 물류센터 개발사업을 위한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신탁보수는 모두 5억 원으로 약정됐으며, 이 가운데 3억 원이 지급된 것으로 기재됐다. 시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이 맡았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토지 소유자인 위탁자가 부동산을 신탁사에 맡기고, 신탁사가 사업 주체가 돼 개발과 자금관리를 수행하는 구조다. 고삼물류 측은 신한자산신탁이 수탁자로서 위탁자의 재산과 사업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공매 결정과 공사비 정산 과정에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유리한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신한자산신탁이 어떠한 계약상 근거로 공매를 결정했는지, 공매가격과 공사비를 산정·정산한 과정이 정상적인 업무 범위 안에서 이뤄졌는지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 고소인 측 “PF 대출 상환됐는데도 공매 절차 진행”

 

고삼물류 측이 가장 크게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물류센터 공매의 결정과 낙찰 과정이다.

 

고소장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2023년 12월 14일까지로 정해진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뒤 같은 달 22일 대주단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995억 원을 상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삼물류 측은 PF 대출금이 상환되면서 신탁계약상 공매를 진행할 요건이 해소됐는데도 신한자산신탁이 시공사의 요청에 따라 공매 절차를 계속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신탁사가 당시 어떤 계약 조항과 채권관계를 근거로 공매를 결정했는지는 향후 수사에서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공매가격 산정 방식도 쟁점으로 제시됐다. 고소인 측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은 감정평가액 1101억 원의 130%에 해당하는 약 1431억 원을 최초 공매가격으로 정했다. 이후 공매 절차가 진행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초 공매가격보다 323억 원 낮은 1108억 원에 물류센터를 낙찰받았다는 것이 고소장에 담긴 내용이다.

 

고삼물류 측은 해당 물류센터의 준공 후 자산가치가 약 20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1,108억 원의 낙찰가격은 자산가치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 “현장 점유로 제3자 입찰 어려워”…공매 경쟁성도 쟁점

 

고삼물류 측은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이 물류센터 현장을 점유하고 있어 다른 사업자가 공매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외부 사업자가 현장 상태와 사업성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면서 사실상 시공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공매가 실질적인 공개경쟁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제3자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조건이나 상황이 있었는지,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장 점유가 낙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매공고와 현장 출입자료, 입찰 참여 내역 등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단독입찰이나 유찰 뒤 이뤄진 낙찰이라는 사정만으로 공매의 위법성이나 배임 혐의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매 절차가 신탁계약에 근거했는지, 매각 조건과 가격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됐는지가 판단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 기성금 59억9천만 원·공사비 113억 원 정산도 문제 제기

 

공사비 지급과 공매대금 정산 과정도 고소장에 포함됐다.

 

고삼물류 측은 감리자가 인정한 구체적인 기성 내역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한자산신탁이 HDC현대산업개발이 발행한 세금계산서 등을 근거로 제11회 기성금 약 59억9,000만 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공매대금 가운데 약 113억 원이 공사비 명목으로 HDC현대산업개발에 지급되거나 상계된 과정도 문제 삼았다. 고소인 측은 공사비 정산에 이견이 있으면 당사자 간 합의나 확정판결 이후 지급하도록 한 신탁계약 조항이 있는데도, 분쟁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탁사가 해당 금액을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신한자산신탁이 당시 확보한 기성검사 자료와 공사비 지급 근거, 신탁계약상 상계 권한의 범위는 배임 혐의를 판단하는 주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고소장에 정몽규 회장 관련 제3자 전언도 기재

 

고소장에는 신한자산신탁과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공매 진행을 사전에 협의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담겼다.

 

고삼물류 측은 신한자산신탁 대표 이OO 씨와 HDC현대산업개발 전직 본부장이 대학 선후배 관계였으며, 이들이 물류센터 공매 문제를 협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두 사람의 개인적 관계가 실제 공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관련한 내용도 고소장에 기재됐다. 고소인은 내부 관계자로부터 정 회장이 관계자들에게 해당 물류센터의 부동산과 사업권을 HDC현대산업개발로 넘기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고소인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라 제3자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전언이다. 정 회장이 실제로 해당 지시를 했는지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도 현재 공개되지 않아, 고소장에 기재된 내용만으로 정 회장의 관여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

 

본지는 정 회장에게 직접 연락했으나 통화가 연결되지 않아 관련 질의를 담은 메모를 남겼다. 정 회장 또는 HDC현대산업개발 측의 답변이 확인되면 그 내용을 기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 민사소송 이어 형사 고소…계약 분쟁과 배임 혐의 구분해야

 

물류센터 공매와 소유권 이전을 둘러싼 양측의 다툼은 민사법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고소인 측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담보권 실행과 공매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이 제기됐으며, 토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은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진행되고 있다. 처분금지 가처분 이의 사건도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사소송에서 공매와 소유권 이전의 효력, 신탁계약상 정산 의무를 다투는 것과 피고소인들의 형사책임이 인정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계약 해석을 둘러싼 분쟁이나 사업상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 수사에서는 피고소인들이 고삼물류에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제3자에게 이익을 제공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공매와 정산을 진행했는지, 해당 결정에 합리적인 계약상 근거가 있었는지가 중점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한자산신탁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공매 결정과 가격 산정, 입찰 조건, 공사비 지급 및 상계 과정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 양측 모두 반론을 요청했음에도 아직 받지 못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에게도 연락을 시도해 관련 질의를 남겼으나 회신은 확인되지 않았다. 신한자산신탁과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의 설명이나 반론이 확인될 경우 이를 추가로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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