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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문화원, 『녹두밭의 채동선』 북콘서트…민족음악가 삶과 예술 재조명

홍정수 교수 소장 자료 보성군 기증…원본 악보 보존·문화유산 등록 추진

 

 

보성문화원이 벌교 출신 민족음악가 채동선의 삶과 음악 세계를 조명하는 북콘서트를 열었다. 저자인 홍정수 전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가 평생 수집한 채동선 관련 자료를 보성군에 기증하면서 향후 연구와 보존 사업의 기반도 마련됐다.

 

보성문화원은 지난 7월 31일 오후 보성군 벌교읍 채동선음악당에서 채동선 전기 『녹두밭의 채동선』 출판 기념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과 지방의회 의원, 보성군 관계자, 지역 문화원 관계자, 문화예술인과 주민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채동선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살펴보고 한국 근현대 음악사에서 그가 남긴 의미를 되새겼다.

 

『녹두밭의 채동선』은 보성문화원이 지난해 말 펴낸 채동선 전기다. 채동선의 삶을 동학농민전쟁부터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대 흐름과 함께 살피고, 악보와 기록 자료를 토대로 그의 음악 활동을 복원한 책이다.

 

양지연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개회식에서 채희설 보성문화원장은 채동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 온 홍정수 교수의 기증 결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채 원장은 “홍 교수가 평생 모아온 귀중한 자료를 보성군에 기증하기로 하면서 보성이 채동선 선생의 정신과 음악 세계를 계승하고 연구하는 중심지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채동선음악당이 소장한 원본 악보의 보존 대책도 소개됐다. 김철우 보성군수가 올해 상반기 전라남도지사 타운홀 미팅에서 악보 훼손 문제와 보존 필요성을 건의한 결과, 관련 사업비 2억 원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축사에는 이상철 보성군 부군수와 전상우 보성군의회 부의장, 김대중 교육감, 강경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이 참여했다. 문금주 국회의원은 축전을 보내 행사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진 자료 기증식에서 홍정수 교수는 이상철 부군수에게 기증서를 전달했다. 기증 자료는 향후 채동선의 작품과 음악 활동을 연구하고 원본 악보를 보존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홍 교수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음악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음악학과 교회음악, 음악사를 다룬 책 20여 권을 집필했다.

 

채동선 연구는 2003년 무렵 그의 딸 채진성 씨가 김용환 교수에게 전달한 원본 자료를 홍 교수가 다시 넘겨받으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독일 베를린에 머물던 김진아 교수의 도움으로 채동선이 수학했던 슈테른음악원의 자료도 확보했다.

 

방대한 자료를 갖고도 연구와 집필을 시작하지 못했던 홍 교수는 2025년 3월 보성문화원의 제안과 연구자·지역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책을 완성했다.

 

북콘서트는 오희숙 서울대학교 음악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이어졌다. 소프라노 한명성은 오가요코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채동선의 노래를 들려주며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무대에서 재현했다.

 

오 교수는 『녹두밭의 채동선』에 대해 “실증적인 문헌과 음악 자료를 토대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채동선의 삶과 음악을 객관적으로 조명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벌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사회·역사적 흐름까지 포괄해 음악 연구를 넘어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노래 가사와 악보, 기록 화면을 제시하며 채동선의 작품과 생애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책 제목에 대해 “채동선의 삶이 동학농민전쟁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한국의 역사를 담고 있어 『녹두밭의 채동선』이라고 정했다”고 말했다.

 

채동선의 주요 음악적 성취로는 민요 편곡을 꼽았다. 홍 교수는 “채동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음악은 판소리였지만 이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했다”며 “오케스트라와 합창을 결합한 형태로 작품이 재현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채동선이 음악가의 길을 택한 과정과 성품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홍 교수는 “경기고등학교 학적부의 희망 직업란에는 부친의 뜻에 따라 ‘상업’이라고 적혀 있었다”며 “그가 음악을 선택한 것은 당시로서는 일종의 반란이었지만, 삶에서는 누구보다 원칙을 지킨 순정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채동선은 서울대학교 교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란 열차 탑승을 거절하고 고무신을 신은 채 부산까지 걸어갔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윤동주 선생과 채동선 선생을 한국 예술사에서 순결함을 상징하는 두 인물로 부르고 싶다”고 평가했다.

 

해방 이후 음악 활동에 대해서는 “채동선은 ‘대한만세’와 이극로가 작사한 ‘한글 노래’ 등 해방의 의미를 담은 곡을 다수 남겼지만, 오늘날에는 작품의 존재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방 직후에는 좌우 음악인을 잇는 중심에 있었고 이후 우익의 주요 음악가가 됐지만, 다른 작곡가들과 달리 반공 노래를 남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채희설 원장은 행사 후 본지와의 대화에서 이번 북콘서트를 채동선 선양 사업의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채 원장은 “앞으로 원본 악보의 보수·보존 처리와 현대 악보 제작, 원본 악보의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2027년 KBS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과 2028년 제1회 채동선 콩쿠르 개최, 채동선 관련 기관 건립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동선의 음악적 유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료 기증에 머물지 않고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 북콘서트가 벌교에 남은 한 음악가의 기억을 지역의 문화유산이자 한국 음악사의 자산으로 되살리는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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