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일은 전국의 지방의회를 찾아다니며 의원들을 마주하는 것이다. 강의장에서 만나는 표정은 제각각이다. 당선의 기쁨이 아직 가시지 않은 이들도 있지만, 유독 눈에 밟히는 이들은 걱정 가득한 초선 의원들이다. 자신을 뽑아준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4년 뒤 지역을 조금이라도 바꿔놓을 수 있을까 두려워하는 얼굴들이다.
쉬는 시간이 되면 내게 다가와 속내를 털어놓곤 한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당선된 날부터 매일 두렵습니다."
그 질문을 들으면 나는 도리어 마음이 놓인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사람만 그런 걱정을 하니까.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두려워할 줄 아는 태도, 그게 곧 정치인의 간절함이자 성장의 출발점이다. 질문을 품고 왔다가 답을 찾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의원들을 볼 때마다 실감한다. 정치에도 배움의 표정이 있구나.
사실 지방의원에게는 자격증이 없다. 의사나 변호사는 엄격한 수습 과정을 거치고, 공무원도 임용과 교육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수천억, 수조 원의 예산을 심의하고 주민의 삶을 바꾸는 조례를 만드는 지방의원은 선거가 끝나는 순간 선출된 권력이 된다. 물론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선택보다 더 큰 자격은 없다. 다만 당선은 자격의 증명일 뿐 능력의 증명은 아니다.
정작 당선된 날부터 시작되는 것은 배움이 아니라 융숭한 대접이다. 식당에 가면 상석이 비워지고, 행사장에서는 이름이 먼저 불린다. 권력은 선출된 정치인의 시선을 위로 끌어올려 집행부와 공천권자, 카메라만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나 정치가 끝내 바라봐야 할 곳은 위가 아니라, 제도가 닿지 못한 사각지대와 법이 호명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배지를 내려놓고 나서야 그 진실을 뼈저리게 알았다. 경기도의원을 지낸 뒤 선거에서 낙선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밤마다 배달 일을 시작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길 위를 달리며, 내 몸이 다치는 순간 가족의 생계가 무너진다는 두려움을 겪었다. 그것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불안정 노동자들의 생생한 현실이었다. 그 삶을 직접 몸으로 겪으며 비로소 숫자로만 존재하던 정책 대상들이 얼굴을 가진 이웃으로 다가왔다.
배움은 책상머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드시 사람을 향해야 한다. 의원 시절, 구청 앞 작은 구두수선 부스를 찾았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구두를 맡긴 뒤 자연스레 안부를 여쭸고 내 옷에 달린 배지를 본 사장님은 어렵게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꺼내놓으셨다. 아들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서 있어 의료복지와 교육지원에서 모두 비껴나 있던 ‘경계선 지능인’이었다.
"내가 죽더라도 우리 아이가 혼자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 한마디는 내게 숙명과도 같은 과제가 되었다. 당사자와 전문가를 만나고 의회 직원들과 밤을 새우며 1년 반 만에 조례를 만들었다. 임기를 마치고 얼마 뒤 길에서 '경계선 지능인 지원사업 공모' 현수막을 보았다. 의원은 떠나도 제도는 남아서 일한다는 걸 그때 체감했다.
이제 정치는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선출직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먼저 ‘정당’이다. 정당은 공천은 치열하게 하지만 양성은 하지 않는다. 정치자금법상 경상보조금의 30% 이상이 쓰이는 정책연구소의 자금이 선거 전략이 아닌 사람을 기르는 데 쓰여야 한다. 공천 심사표에 '무엇을 배우고 준비했는가'라는 최소한의 성장 이력 항목을 넣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음은 ‘의회’다. 지방의원에게도 법정 의무 교육이 있지만, 청렴교육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르치는 데 그친다. 정작 예산을 심의하고 행정은 감시하며 조례를 만드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준이 없다. 임기 첫해에 예산과 감사에 관한 최소 교육을 의무화하고, 이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수천억, 수조 원의 예산을 다루는 이들에게 결코 과한 요구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누구를 뽑을 것인가에만 목을 매어 왔다. 그러나 당선된 사람이 4년 동안 무엇을 배우고 어떤 정치인으로 성장하는지에는 눈을 감았다. 좋은 정치인이 저절로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기다리는 대신 길러내는 쪽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선거는 의원을 만들고 배움은 정치가를 만든다. 그래서 나는 걱정 어린 질문을 던질 의원들을 기대하며 강의를 준비한다. 그 간절한 배움의 표정들이 더 나은 정치, 더 많은 민주주의를 만들거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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