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지사 ‘재정 비상 상황’ 선언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8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재정이 비상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취득세 수입이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약 8조 원으로 줄었지만, 복지예산과 국비 매칭사업 등 의무지출은 계속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는 세입 부족을 메우기 위해 2025년 지방채 9,430억 원을 발행했다. 각종 기금 5,588억 원도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통합계정을 거쳐 일반회계 등에 사용했다. 그럼에도 일부 민생·필수사업 예산은 9개월분만 편성됐고, 도는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경기도 재정난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코로나19 당시 재난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금에서 빌린 돈의 상환 부담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시기 경기도가 재난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며 기금에서 빌린 1조 9,593억 원의 원리금 상환이 2029년까지 이어진다. 원금과 이자를 합친 누적 상환액은 2조 1,137억 원이다.
다만 해당 2조 1,137억 원에는 이미 회수된 금액과 앞으로 상환할 금액이 모두 포함돼 있다.
현재의 재정난 역시 재난기본소득 상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과거 기금 차입에 따른 상환 부담과 최근의 지방채 발행, 기금 예탁, 취득세 감소, 복지·의무지출 증가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내부차입으로 남은 상환 의무
경기도의회 이혜원 의원이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재난기본소득 융자 회수계획’에 따르면 재난기본소득 재원 가운데 1조 9,593억 원이 기금 융자로 조달됐다.
지역개발기금 융자 원금은 1조 5,043억 원이다. 예정 이자는 1,364억 원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통합계정에서는 원금 4,550억 원을 빌렸고, 이자 180억 원이 붙는다.
두 기금의 원리금을 합하면 2조 1,137억 원이다. 이 가운데 자료에 적힌 2024년까지의 회수액은 5,649억 원이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남은 계획액은 1조 5,488억 원이다.
연도별 상환 부담도 초안에 제시된 ‘매년 3,008억 원’과 차이가 있다. 2025년에는 지역개발기금 3,214억 원과 통합계정 618억 원을 합쳐 3,832억 원을 상환하도록 계획됐다.
2026년 계획액은 3,778억 원이다. 이어 2027년 3,124억 원, 2028년 3,079억 원, 2029년 1,675억 원이다. 3,008억 원 안팎의 금액은 2025~2028년 지역개발기금 원금 상환액을 가리킬 뿐, 이자와 통합계정 상환액을 포함한 전체 부담은 아니다.
기금 융자는 외부 금융기관에서 빌린 지방채와 회계상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일반회계가 원금과 이자를 다시 기금에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미래 예산을 제약하는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
당시 경기도가 ‘기금 여유재원 활용’과 ‘도민 세금 추가 부담과 무관’을 강조했던 설명과 이후 마련된 장기 상환계획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이 의원이 “미래세대에 재정부담을 넘긴 행정”이라고 비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재난기본소득의 소비 진작과 생계 지원 효과는 별도로 평가할 사안이다. 재정 운용 측면에서는 사업을 시행할 때 상환 시기와 이자 부담까지 도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세입 감소 뒤 이어진 지방채와 기금 사용
과거 기금 융자가 상환 부담의 한 축이라면 최근 재정난을 직접 키운 요인은 취득세 감소 이후의 재원 조달 방식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발표한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경기도는 2025년 세 차례에 걸쳐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당시 발행 한도 9,460억 원의 99.6%에 해당한다.
같은 해 5월에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관련 조례가 개정됐다. 이후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거치며 각종 기금 5,588억 원이 통합계정을 통해 일반회계 등으로 이전됐다.
그런데도 2026년 상당수 민생·필수사업 예산은 12개월분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됐다. 도는 부족한 재정을 수습하려면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재난기본소득 상환만으로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경기도가 제시한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약 8조 원으로 3조 원가량 줄었다. 이는 재난기본소득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보다 훨씬 큰 규모다.
두 수치를 직접 빼거나 더해 재정난의 원인을 판단할 수는 없다. 취득세 수치는 특정 연도의 세입 수준을 비교한 것이고, 기금 상환액은 연도별 지출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만 재난기본소득 상환이 면제되더라도 현재 세입 감소분과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경을 모두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재정 여력의 축소는 재정자립도에서도 확인된다. 경기도의 본예산 기준 재정자립도는 2022년 55.73%에서 2026년 44.40%로 11.33%포인트 떨어졌다.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입 구조와 의무지출의 압박
세 번째 층은 도정의 선택만으로 바꾸기 어려운 세입·세출 구조다.
2026년 제1회 추경을 반영한 경기도 예산은 41조 6,799억 원이다. 추 지사는 이 가운데 도가 정책적 판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약 3조 5,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나머지는 복지사업과 국비 매칭사업, 시·군 조정교부금 등으로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와 달리 경기도 본청 세입에는 개인·법인 지방소득세가 들어오지 않는다. 지방소득세는 시·군에 귀속된다. 경기도는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이면서 도세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 거래에 따라 변동하는 취득세에 의존하고 있다.
지출은 인구 증가와 고령화에 따라 늘고 있다. 도가 제시한 복지예산 비중은 전체 예산의 약 49%다. 2022년 이후 경기도 전체 인구가 약 30만 명 늘어나는 동안 65세 이상 인구는 약 60만 명 증가했다.
국비 보조사업이 늘면 도가 부담해야 하는 매칭 예산도 함께 증가한다. 세입은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복지·돌봄·교통 등 의무적 성격의 지출은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같은 기준의 장부부터 공개해야
경기도 재정난을 재난기본소득 하나의 결과로 규정하면 최근의 지방채 발행과 기금 활용, 세입 감소 이후의 대응이 가려진다. 반대로 취득세 감소와 제도적 한계만 강조하면 과거 기금 차입이 남긴 상환 부담을 설명하기 어렵다.
과거 도정은 기금 융자를 통해 재난기본소득을 집행했고 장기 상환 의무를 남겼다. 민선 8기는 세입이 감소한 뒤 지방채와 기금을 추가로 활용했으며, 일부 민생사업 예산을 9개월분만 편성했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가 시·군에 귀속되고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구조가 겹쳤다.
추미애 지사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7조 원 이상 채무’도 세부 항목을 구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지방채 잔액과 지역개발채권, 일반회계의 기금 차입, 통합계정 예탁금은 성격과 상환 주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방채 종류별 잔액과 기금별 차입 규모, 사용 사업, 금리, 상환 기간을 같은 기준으로 공개해야 한다. 2026년 미편성 사업비와 감액 추경 대상도 사업별로 밝혀야 한다.
책임 소재를 가리기에 앞서 서로 다른 회계 항목을 하나의 ‘빚’으로 묶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도 재정 논쟁도 같은 기준으로 작성된 장부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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