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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절대평가와 논술형 도입, 위기가 아닌 교육을 바꿀 기회 [교육칼럼]

점수 경쟁에서 사고력 평가로…입시 변화의 해답은 문제풀이 기술이 아닌 배움의 태도에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평가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교육 현장의 중심에 섰다. 절대평가 과목 확대와 서·논술형 문항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익숙한 제도가 바뀌면 걱정이 앞서는 것은 자연스럽다.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기존 공부 방식이 통할지, 사교육 부담이 더 커지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번 변화는 시험 문제의 형식만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교육이 무엇을 가르치고, 학생에게 어떤 능력을 요구할 것인지 되묻는 계기가 돼야 한다.

 

오랜 시간 입시는 정답을 빠르게 찾고 실수를 줄이는 경쟁에 가까웠다.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렸고,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이해했는지보다 다른 학생보다 몇 점을 더 받았는지를 먼저 살폈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개인의 성취보다 순위가 앞선다. 학생이 충분한 학업 능력을 갖췄더라도 다른 학생보다 점수가 낮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배움의 과정이 성장보다 비교에 매이기 쉬운 구조다.

 

절대평가는 정해진 성취 기준에 학생이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를 살피는 방식이다. 제도가 제대로 설계된다면 남을 앞서는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학습으로 옮겨갈 수 있다.

 

서·논술형 평가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객관식 문항은 정답을 고르는 능력을 확인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학생이 어떤 과정으로 결론에 도달했는지까지 충분히 드러내기 어렵다.

 

반면 서·논술형 문항은 문제를 이해하고, 근거를 세우며,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평가한다. 알고 있는 지식을 단순히 꺼내놓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이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과도 맞닿아 있다. 정보는 이미 넘쳐난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외우는 능력만이 아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서로 다른 정보를 연결해 해답을 만들며, 그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시험이 달라진다면 공부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먼저 학생은 정답 앞에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왜 이 답이 나왔는지, 다른 방법으로도 풀 수 있는지, 배운 개념이 다른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많이 푸는 것만큼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해진다.

 

배운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눈으로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공부는 이해한 듯한 착각을 주기 쉽다. 빈 종이에 핵심 내용을 적어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가 드러난다.

 

수학에서는 답만 쓰지 않고 풀이의 근거와 과정을 논리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국어와 영어에서는 긴 글을 읽은 뒤 핵심 주장과 근거를 짧은 문장으로 요약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틀린 문제를 대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오답은 실패의 흔적이 아니라 생각의 빈틈을 보여주는 자료다. 틀렸다는 사실을 감추기보다 어디에서 판단이 어긋났는지를 확인하는 학생이 결국 더 깊이 배운다.

 

서·논술형 학습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과정은 느리고 답답할 수 있다. 당장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문제풀이 요령에만 매달린다면 평가 형식만 바뀌고 교육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학교와 교사의 역할도 커진다. 단순히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학생이 질문하고, 토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 평가 기준 역시 교사나 학교에 따라 지나치게 달라지지 않도록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절대평가가 곧 경쟁의 해소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현실이 남아 있는 만큼 다른 평가 요소가 확대되거나 새로운 부담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서·논술형 문항이 또 다른 사교육 상품으로 변질될 우려도 경계해야 한다.

 

제도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의 방향이다. 학생의 사고력을 평가한다면서 정해진 문장 틀을 외우게 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하면서도 미세한 점수 차이로 다시 줄을 세운다면 변화의 의미는 사라진다.

 

유가에서 배움은 남보다 앞서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닦고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오늘의 교육도 그 본뜻에서 멀지 않다. 배운 것을 삶과 연결하고,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가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한다.

 

입시 제도의 개편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준비한다면 정답 찾기에 갇힌 교육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교육으로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이의 내일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문제풀이 요령이 아니다. 왜 그런지 묻고, 자신의 말로 설명하며, 틀린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태도다.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더 영리하게 시험을 치르는 학생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스스로 생각하고, 정직하게 배우며, 자신의 판단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데 있다. 수능의 변화도 바로 그 방향을 향할 때 비로소 교육 개혁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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