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새벽 시간대까지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는 밤낮없이 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됐지만, 24시간 운영에 따른 비용과 위험이 가맹점주와 배달 라이더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플랫폼과 편의점 본사는 퀵커머스 시장 확대와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점포는 배달 수수료와 야간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고, 라이더는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 이륜차를 운행해야 한다.
◇ 편의점 24시간 배달망 확대
세븐일레븐은 지난달부터 전국 1,500여 개 점포에서 쿠팡이츠 배달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시작했다고 7일 밝혔다. 연내에는 24시간 배달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오후 10시에서 다음 날 오전 2시 사이 퀵커머스 매출은 올해 1월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했다.
GS25와 CU도 지난 5월 19일부터 쿠팡이츠를 통한 24시간 배달을 확대했다.
CU는 서울·경기·인천·광주·부산 등 약 7,500개 점포, GS25는 서울·경기와 6대 광역시 일부 지역의 약 1,000개 점포에서 심야 배달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주문이 드물었던 오전 3시부터 6시까지 배달 가능 시간이 확대되면서 편의점 24시간 배달망이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관련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GS25의 퀵커머스 매출은 2024년 75.4%, 2025년 64.3% 늘었으며 올해 1분기에도 79.5% 증가했다. CU의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퀵커머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6% 늘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가 5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 매출 증가와 가맹점 수익은 별개
배달 주문 증가가 가맹점의 실질적인 수익 확대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맹점주 측에서는 배달 수수료가 주문금액의 약 10% 수준인 데다 무료배송 프로모션과 야간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 매출이 늘어도 순이익 증가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상백 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지난 5월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아도 월 인건비가 650만∼700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협의회 측에 따르면 하루 매출이 1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지방 점포도 적지 않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아르바이트생의 실질적인 시급 부담은 1만 3,000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점주는 직접 야간 근무에 나서기도 한다. 배달 서비스가 추가되면 상품 준비와 포장, 주문 확인 업무까지 늘어난다.
심야 배달 참여가 실질적으로 자율적인지도 쟁점이다.
배달 가능 점포는 라이더의 이동 동선과 영업시간 등을 고려해 선정되고, 점주가 참여 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주변 점포가 배달을 시작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참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현장 반응도 있다.
주문량이 충분하지 않은 점포는 배달 수수료와 심야 인건비를 부담하고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배달망 확대가 일부 점포에는 새로운 매출 기회가 아닌 추가 비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료배송 프로모션 비용을 플랫폼과 편의점 본사, 가맹점이 각각 어느 정도 부담하는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 41.4도의 여름, 이륜차 위의 노동
24시간 배달망 확대는 라이더의 심야 노동시간 증가와도 맞닿아 있다.
7월 말 기준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8.8일로 1973년 관측 이후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는 1,638명, 사망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경남 양산에서는 41.4도가 관측됐다.
낮 동안 달궈진 도로의 열기는 밤에도 쉽게 식지 않는다. 장시간 이륜차를 운전하는 배달 라이더는 높은 기온과 습도뿐 아니라 야간 교통사고 위험에도 노출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우아한청년들, 쿠팡이츠서비스 등 8개 배달플랫폼 기업과 배달 종사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152개 이동노동자 쉼터를 거점으로 한 생수 공급도 8월 말까지 운영된다. 심박수와 체감온도 등을 활용해 심부체온 상승 위험을 경고하는 열스트레스 관리 시스템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일부 플랫폼은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앱으로 안전 알림을 보내고 쿨링조끼를 지급한다. 1시간 안에 10분 이상 쉬도록 권고하는 대책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대책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나 캠페인 형태에 머물러 있다.
배달 라이더는 대부분 건당 배달료를 받는다. 휴식시간이 늘어나면 소득이 줄어드는 구조다. 플랫폼이 휴식을 권고하더라도 라이더가 실제 운행을 멈추기 어려운 이유다.
배달 라이더 다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있어 휴식시간을 일률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제도적 한계도 있다.
폭염 대책의 실효성은 생수나 쿨링조끼 지급 수량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휴식시간이 보장됐는지, 온열질환과 교통사고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비자의 ‘무료배송’, 실제 비용은 0원인가?
24시간 편의점 배달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혔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식품과 생활용품을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편익이다.
다만 앱 화면에 표시되는 ‘무료배송’이 배달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플랫폼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편의점 본사는 퀵커머스 매출을 늘린다. 반면 가맹점은 수수료와 인건비를 부담하고, 라이더는 폭염과 야간 운행 위험을 감수한다.
지속 가능한 배달 서비스를 위해서는 무료배송과 할인 프로모션 비용의 분담 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가맹점주가 불이익 우려 없이 심야 배달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장치도 요구된다.
폭염특보가 내려졌을 때 배차를 제한하거나 추가 안전수당을 지급하는 등 라이더가 실질적으로 쉴 수 있는 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4시간 배달망의 성과를 매출 증가율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소비자가 누리는 편리함의 비용과 위험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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