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김춘봉 경기도장애인홍보대사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이다.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나 식당을 자주 찾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동네 카페와 병원, 식당, 심지어 주민센터에서까지 카운터 직원의 목소리가 하나둘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훤히 빛나는 네모난 화면, 무인 키오스크다.
비장애인에게 키오스크는 편리하다. 줄을 기다리거나 직원과 이야기할 필요 없이 손가락 몇 번이면 주문과 결제가 끝난다. 기술은 사람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선물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반대다. 키오스크가 늘어날수록 내가 빼앗긴 것은 오히려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유’였다.
휠체어를 타고 키오스크 앞에 서면 화면 위쪽 메뉴는 손이 닿지 않는다. 카드 단말기조차 높아 결제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효자손’을 가지고 다닌다. 다른 사람은 등을 긁을 때 쓰지만, 나는 손이 닿지 않는 키오스크 화면을 누르기 위해 사용한다.
가끔 창피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것 좀 눌러주세요”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씁쓸하다. 세계적인 디지털 강국에서 장애인이 커피 한 잔을 혼자 주문하기 위해 효자손을 들고 다녀야 한다.
시각장애인은 상황이 더욱 어렵다. 키오스크 위치부터 찾기 어렵고, 돌출 표식이나 적절한 음성 안내가 없는 유리 화면은 그저 대답 없는 차가운 벽일 뿐이다.
배리어프리라더니 남은 것은 ‘호출벨’
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확대된다는 소식에 기대했다. 이제는 나도 혼자 커피를 주문하고 병원에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 만난 대안은 달랐다.
“장애인분들은 도움이 필요하시면 호출벨을 눌러주세요.”
장애인이 스스로 이용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라 직원을 부르는 작은 벨 하나가 대안이 된 것이다. 물론 호출벨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장애인의 권리가 단순히 ‘도움을 요청할 권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비장애인은 기계 앞에서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자기 카드로 결제한다. 장애인은 호출벨부터 찾고, 누르고, 직원이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매장이 바쁘거나 직원이 없는 무인 매장이라면 이용 자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사람을 줄이기 위해 만든 기계 앞에서 왜 장애인만 다시 사람을 찾아야 하는가. 이것이 내가 묻고 싶은 핵심이다.
장애인의 권리를 소상공인의 부담으로 만들지 말라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동네 카페나 식당 사장에게 떠넘겨서도 안 된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소상공인에게 고가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교체 비용과 유지 관리 부담까지 모두 감당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다.
정부와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키오스크 제조업체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접근성 표준을 제대로 만들고 기술 개발과 설치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는 소상공인에게 ‘비용 부담’이 되고, 장애인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스스로를 ‘민폐를 끼치는 손님’처럼 느끼게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특별 대우가 아니다. 직접 메뉴를 고르고, 직접 화면을 누르고, 직접 카드를 넣고, 직원에게 부탁하지 않고 주문을 끝내는 것.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그 과정을 장애인도 ‘내 손으로, 혼자서’ 하고 싶은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사람을 더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 호출벨을 하나 더 설치하는 사회가 아니라, 장애인이 호출벨을 누르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진정한 ‘디지털 포용’이다. 사람을 없애기 위해 만든 쇳덩어리 기계 앞에서 장애인만 다시 사람의 친절을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장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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