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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蓮湖)에 연꽃 피다… 200년 전 울진 선비가 새긴 '군자의 향기'

울진 연호공원 연꽃 만개… 옛 정자 이름은 '향원정', 연꽃에 새긴 군자의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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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대표하는 꽃인 연꽃이 울진군의 대표적 휴식공간인 울진읍 연호공원에서 만개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잔잔한 연못 위로 연꽃이 어우러지고 정자와 산책길이 함께 놓인 연호공원은 한여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연꽃은 예로부터 진흙 속에서도 맑고 고귀한 꽃을 피워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君子)'의 표상으로 여겨져 왔다.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周敦頤)는 「애련설(愛蓮說)」에서 연꽃을 두고 진흙에서 나왔으나 물들지 않고, 속은 비었으되 밖은 곧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香遠益淸)고 적은 뒤 "연은 꽃 가운데 군자"라 단정했다. 성리학을 받든 조선 선비들이 연못과 정자를 즐겨 곁에 둔 까닭이다.

 

주목할 점은 이 연호의 정자가 바로 그 구절을 이름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울진군지에 따르면 1815년(순조 15) 연호 기슭에 세워진 정자의 본래 이름은 '향원정(香遠亭)'이었다. 「애련설」의 '향원익청'에서 따온 것으로 읽힌다. 연꽃이 만발한 못가에 세운 정자에 그 구절을 붙인 것은, 200년 전 울진의 선비들이 이미 이 연못의 꽃을 군자의 덕으로 읽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향원정은 오랜 비바람에 퇴락했고, 1922년 7월 당시 군수 이기원(李起遠)이 옛 동헌의 객사 건물을 옮겨 세우면서 오늘의 '연호정(蓮湖亭)'이 됐다.

 

선비들의 자취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울진군이 2019년 12월부터 39억 원을 들여 마무리한 연호근린공원 조성사업에서 새로 세운 정자와 보도교의 이름은 연호정에 게판된 옛 한시에서 나왔다. 정자 '월연(月蓮)'은 소계 윤용기의 시구 '달에 비친 붉은 연꽃 멀리 물가에 이르렀네(月照紅蓮遠上汀)'에서, 보도교 '어락(魚樂)'은 만초 장규형이 물고기의 즐거움을 노래한 시구에서 각각 취했다. 시설을 새로 놓되 이름은 고을 선비의 글에서 빌려온 셈이다.

 

연호정 뒤편에는 고려 충신 최한주의 기적비(紀績碑)가 서 있다. 1283년(충렬왕 9) 원나라의 일본 정벌에 종군하던 중 동해에서 배의 닻이 바위에 걸리자 스스로 물속에 뛰어들어 닻을 빼내고 뭇 목숨을 구했다는 행적을 기린 비로, 1971년 세워졌다. 연꽃의 청렴과 절의의 기록이 한자리에 놓인 것이다.

 

옛 기록은 이곳의 정취를 낚시꾼과 연꽃 구경객이 붐비고, 고기 잡는 소리와 연 캐는 곡조가 서로 화답했다고 전한다. 백 년이 지나 연호에는 다시 연꽃이 피었다. 진흙에 뿌리를 두고도 물들지 않는다는 그 오랜 비유가, 올여름에도 물 위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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