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채의 전통한옥이 세 달 동안 세 가지 현대예술의 공간으로 바뀐다. 목재와 금속을 다루는 공예작품부터 버려진 청바지를 재구성한 업사이클 작품, 예술과 가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퍼니처 아트까지 서로 다른 작업이 남산골한옥마을의 옛 가옥 안에서 차례로 펼쳐진다.
서울시는 ‘2026 남산골 아트 프로젝트 <겹, Layer-層>’에 참여할 신진예술가로 SOOSOON 수순(手恂), 조민열, 스튜디오 이스트×이스트 등 3팀을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5월 26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 공개모집의 경쟁률은 약 38대 1이었다. 서류와 발표심사를 거쳐 선정된 세 팀은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남산골한옥마을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을 한 차례씩 맡아 각자의 작업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작품을 놓는 장소다. 별도의 전시관이 아니라 마루와 기둥, 창호, 마당을 그대로 지닌 전통한옥을 전시장으로 삼는다.
같은 공간이라도 어떤 재료와 작품이 놓이느냐에 따라 한옥의 인상도 달라진다. 서울시가 올해 주제를 ‘겹, Layer-層’으로 정한 것도 작가와 작품, 재료, 시간이 하나의 공간에 차례로 쌓이는 과정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첫 번째 주자는 5명의 공예·아트퍼니처 작가로 구성된 SOOSOON 수순(手恂)이다. 9월 1일부터 20일까지 목재와 금속, 레진, 갈대, 등나무, 도자 등 서로 다른 재료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수순은 한국의 문화적 상징과 정서, 기억을 각자의 조형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전통 목공예의 재료와 기법을 현대적인 형태로 확장한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한옥의 분위기는 10월 다시 바뀐다.
두 번째 전시를 맡은 조민열 작가는 버려지는 청바지를 작품의 주요 재료로 사용한다. 새 천이 아니라 누군가 오랫동안 입고 사용한 청바지에 남은 흔적과 질감을 다시 해석하는 방식이다.
전시는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진다. 폐기되는 생활 소재를 새로운 조형물로 바꾸면서 시간의 흔적과 재료의 재사용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한옥 공간 안에 풀어낼 예정이다.
11월 3일부터 22일까지는 스튜디오 이스트×이스트가 마지막 전시를 맡는다.
조동호와 최종은이 설립한 이 스튜디오는 ‘퍼니처 아트(Furniture Art)’를 중심으로 작업한다. 가구의 형태와 기능을 가져오면서도 일반적인 생활 가구와는 다른 예술적 조형성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결국 세 전시의 공통점은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재료와 현대적 작업 방식을 한옥에 들여놓고, 오래된 공간을 오늘의 시각에서 다시 바라본다는 데 있다.
남산골한옥마을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옥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보여주는 공간에서 더 나아가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업을 수용하는 전시 공간으로도 활용해 보겠다는 것이다.
세 전시는 모두 무료다. 운영 시간은 서울시의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과 연계해 오후 9시까지로 잡았다.
1차 SOOSOON 수순 전시는 9월 1~20일, 조민열 작가의 2차 전시는 10월 6~25일, 스튜디오 이스트×이스트의 마지막 전시는 11월 3~22일 진행된다.
세부 일정과 전시 내용은 남산골한옥마을 누리집과 공식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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