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교가 종가의 제례에 담긴 전통적인 가정교육과 공동체 문화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순천향교는 지난 13일 명륜당에서 유교아카데미 제17강을 열고 성균관대학교 이문자 교수를 초청해 ‘한국 종가의 제례와 교육’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순천향교 제44대 전교는 지난 5월 선출된 오관석 전교가 맡고 있다.
이 교수는 2020년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한국 종가 가정교육의 형식과 내용」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종가와 종부, 가정교육과 제례문화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이번 강의에서는 주요 종가를 직접 조사한 자료와 사진을 바탕으로 종가의 의미와 역할, 제례의 형식, 그 안에서 이뤄진 생활교육을 함께 풀어냈다.
강의는 종가를 단순히 제사를 이어가는 집안으로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조상의 제사를 받드는 ‘봉제사(奉祭祀)’와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하는 ‘접빈객(接賓客)’을 중심으로, 종가가 오랜 세월 가족과 문중은 물론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기능해 온 과정을 짚었다.
특히 학봉 김성일 종가의 기제사와 불천위제사, 명절 차례와 묘제 등 실제 사례를 통해 제례가 이어져 온 모습을 설명했다. 학봉 김성일 종가는 경북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에 자리한 의성김씨 종가로, 김성일은 퇴계 이황의 제자로 임진왜란 당시 경상도 초유사를 지낸 인물이다. 종택은 1995년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제례가 세대 간 교육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강의의 주요 내용이었다. 어린 후손들이 사랑방에서 할아버지와 생활하고, 집을 찾은 어른들의 대화와 몸가짐을 곁에서 보고 들으며 자연스럽게 예절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익혔다는 것이다.
별도의 교재나 수업보다 어른들의 삶을 직접 지켜보며 배우는 ‘격대교육’이 종가의 일상 속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사랑방 역시 손님을 맞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세상 소식과 문중의 이야기가 오가며 다음 세대가 사회를 배우는 생활교육의 장으로 기능했다.
대산 이상정 종가에 전해진다는 ‘과객의 제사상’ 이야기도 소개됐다. 강의에서는 종가를 찾은 과객이 어른의 기일에도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사정을 알게 된 집안에서 그를 위해 별도의 제사상을 마련해 줬다는 일화를 통해 접빈객의 의미를 설명했다.
대산 이상정은 조선 후기 영남학파의 대표 학자로, 한산이씨 출신이며 동생 소산 이광정과 함께 학문을 이어갔다. 현재 안동에 남아 있는 한산이씨 대산종가는 이상정 가문의 종택으로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다.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은 제례의 절차보다 그 안에 담긴 교육적 의미에 주목했다.
송정화 씨는 “향은 피어올라 하늘로 사라지지만 그 향을 올린 사람의 마음은 남는다”며 “세월이 흘러 종가의 모습이 달라지더라도 조상을 잊지 않고 자신의 뿌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만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태 씨는 강의가 끝난 뒤에도 종가의 사랑방이 인상 깊게 남았다고 했다. 그는 “길 가던 과객이 머물고, 그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 남의 조상을 위한 제사상까지 차려주던 곳이 사랑방이었다”며 “그 방 윗목에서는 어린아이가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을 배웠다. 한 공간에서 접빈객과 교육이 함께 이뤄지고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종가마다 다른 제사 음식과 제례 방식도 소개됐다. 제례상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집안의 전통에 따라 달랐으며, 같은 제례라도 모든 가문에 하나의 형식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함께 다뤄졌다. 안동시도 전통 제례의 절차와 상차림이 지방 풍습과 가문의 전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의에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제례의 형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많은 음식을 마련하거나 과거의 절차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데 머물기보다, 후손들이 조상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례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올해 1월 안의향교에서 열린 전통제례 특강에서도 시대 변화에 따라 제례 시간이나 제수 준비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선휘성 씨는 “전남의 종가에 대한 연구와 조사도 많이 진행됐는데 미처 살피지 못한 것 같다”며 “앞으로 순천의 종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는 종가 제례를 과거의 의례 형식에 한정하지 않고, 조상을 기억하는 방식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어른의 삶을 보고 배우는 교육이 어떻게 한 공간에서 이어져 왔는지를 돌아보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순천향교는 오는 18일 이혜자 교수의 ‘궁중다례와 한국차문화사’를 주제로 유교아카데미 다음 강좌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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