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 점검 2차 비공개 회의를 주재하고, 2022년 이후 이어진 주택공급 부진을 ‘공급 절벽’으로 규정하며 기존 수도권 공급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은 공급계획의 숫자를 늘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계획된 물량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고, 다시 준공과 입주까지 연결되는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결국 공급대책의 성패는 발표된 물량이 얼마나 신속하게 현장의 공사로 전환되느냐에 달려 있다.
건설 현장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잔액은 2023년 말 135조 원대에서 2026년 1분기 115조 5,000억 원까지 감소했고, 현장에서는 “수주를 해도 돈이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공급계획을 마련하더라도 사업을 뒷받침할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으면 첫 삽을 뜨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토지보상과 영업보상, 이주대책을 둘러싼 법적 분쟁까지 겹치면서 사업 일정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토지보상·영업보상 관련 인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현장의 병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인력 확충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공급 지연의 원인을 모두 해소하기는 어렵다. 현행 보상·이주 제도 자체가 복잡한 절차와 장기간의 분쟁을 안고 있는 만큼 제도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담당 인력만 늘릴 경우, 보상과 재결이 지연되고 착공 일정까지 밀리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 재결은 법에선 최장 28일…현실에선 수개월
토지보상 단계에서 가장 먼저 갈등이 발생하는 지점은 보상가격 산정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70조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지가변동률과 생산자물가상승률, 토지의 위치·형상·환경·이용상황 등을 종합해 적정가격으로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상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실제 감정평가 과정은 훨씬 복잡하다. 어느 토지를 표준지로 선정할 것인지부터 지역요인과 개별요인을 어떻게 비교할 것인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가격을 조정할 것인지까지 여러 판단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의 입장이 달라질 경우 이러한 판단 하나하나가 보상금액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진다.
공익사업의 계획이나 시행에 관한 공고·고시로 토지가격이 변동된 경우에는 해당 공고일 이전을 공시기준일로 하는 공시지가를 적용하도록 한 토지보상법 제70조 제5항도 마찬가지다. 어떤 가격 변동이 사업의 공고·고시에서 비롯됐는지,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두고 다시 다툼이 발생하면서 보상 절차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생긴다.
보상가를 둘러싼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수용재결로 넘어가고, 재결 결과에도 합의하지 못하면 이의신청과 이의재결을 거쳐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단계별 권리구제 장치가 마련돼 있는 것은 당사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각 단계가 장기화되면 사업 일정 전체가 함께 늦어지는 구조다.
특히 법률이 정한 재결기간과 실제 현장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토지보상법 제35조는 토지수용위원회가 심리를 시작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재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14일 범위에서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문만 놓고 보면 재결은 최장 28일 안에 마무리돼야 한다.
실무에서는 수용재결까지 통상 4~6개월가량이 소요되고, 서류 보완이나 추가 심리가 반복되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법이 정한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재결 자체가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자리 잡고 있어, 제35조의 기간 규정이 사실상 훈시적 성격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에 처리기간을 명시해 놓고도 기간을 넘겼을 때 아무런 실질적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 규정이 공급 속도를 높이는 장치로 작동하기는 어렵다. 감정평가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표준화하고 협의 단계에서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재결기간을 실제로 준수하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재결기간을 넘길 경우 일정한 지연가산금이 발생하도록 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현행 토지보상법 제30조 제3항은 사업시행자의 재결신청이 늦어질 경우 지연가산금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업시행자의 절차 지연에 금전적 책임을 묻고 있는 만큼 재결기관의 장기 지연에도 일정한 제재를 두는 방식은 입법 체계의 일관성 측면에서 검토할 여지가 있다.
적정한 보상금이 공탁된 이후에는 전체 사업이 불필요하게 멈추지 않도록 착공과 연결되는 절차를 정비할 필요도 있다. 개별 보상분쟁 하나가 사업 전체를 장기간 붙잡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담당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 영업보상 분쟁, 소상공인 생계와 사업 일정 함께 흔든다
토지보상과 함께 사업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이 영업보상이다.
토지보상법 제77조 제1항은 공익사업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한 경우 영업이익과 시설 이전비용 등을 고려해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보상을 받으려면 사업인정고시일 등 이전부터 적법한 장소에서 인적·물적 시설을 갖추고 계속 영업해 왔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실제로 오랜 기간 영업해 온 소상공인이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사업으로 생활 터전을 잃게 되는 영업자에게는 생계가 걸린 문제인 반면, 사업시행자에게는 현장 인도와 착공 시기를 결정하는 문제여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설 수밖에 없다.
권리구제를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도 사업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은 영업손실 보상을 받으려면 먼저 토지보상법상 재결절차를 거쳐야 하며, 그 재결에 불복할 경우 이후의 권리구제 절차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2019년 8월 29일 선고 2018두57865 판결 역시 재결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손실보상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재결 전치주의는 행정절차를 통해 분쟁을 먼저 조정하고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지만, 재결과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현장의 점유 이전도 함께 늦어질 수밖에 없다. 보상을 둘러싼 분쟁이 개별 영업자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전체 사업의 착공 일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영업을 ‘폐지’한 것으로 볼 것인지, 일시적인 ‘휴업’으로 볼 것인지도 자주 다툼이 발생하는 영역이다. 사업장의 이전 가능성이나 영업의 특성, 이전 후 영업 지속 여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보상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사업시행자와 영업자 사이의 판단이 엇갈리기 쉽다.
이러한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규모 생계형 영업에 현실적인 특례를 마련하고, 폐업과 휴업의 구별 기준도 법령에서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보상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사건까지 장기간의 재결과 소송을 반복하도록 하기보다 일정 금액 이하의 영업보상 분쟁에는 신속한 조정 절차를 별도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신속한 공급과 영업자의 정당한 재산권 보호는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준을 보다 분명하게 만들고 분쟁 해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양측의 불확실성을 동시에 낮추는 방법이다.
◇ 이주대책 분쟁 장기화되면 착공 일정도 밀린다
사업 대상 지역 주민의 이주 문제 역시 주택공급의 속도와 직접 연결된다.
토지보상법 제78조 제1항은 주거용 건축물의 제공으로 생활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사람을 위해 사업시행자가 이주대책을 수립·실시하거나 이주정착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취지는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이주대책의 상당 부분이 사업시행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는 점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누구를 이주대책 대상자로 인정할 것인지,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수분양권을 부여할 것인지에 따라 당사자가 얻게 되는 권리와 경제적 이해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자가 특정 주민을 이주대책 대상자에서 제외하거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해당 주민은 항고소송을 통해 이를 다툴 수 있다. 이는 공익사업 과정에서 생활 근거를 잃는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이지만, 비슷한 소송이 한 사업지에서 동시에 이어질 경우 이주 완료 시점이 늦어지고 그 여파가 착공 일정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이주민의 권리를 축소할 수는 없다. 오히려 대상자 요건을 보다 합리적이고 명확하게 정비하고, 사업시행자가 적용하는 재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처음부터 다툼의 여지를 줄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법원 판단을 받기 전 당사자들이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는 별도의 분쟁 해결 절차를 마련한다면 주민의 권리구제와 사업 일정의 안정성을 함께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공급계획의 숫자보다 중요한 ‘첫 삽’
정부가 몇 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는 것만으로 주택공급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계획된 사업이 실제 주택으로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수주와 금융, 토지보상, 영업보상, 주민 이주, 착공과 준공이라는 여러 단계를 넘어야 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한 단계에서 분쟁이 장기화되면 뒤에 이어지는 일정도 연쇄적으로 밀리게 된다. 토지보상이 끝나지 않으면 착공할 수 없고, 영업보상을 둘러싼 다툼이 이어지면 현장 인도가 늦어진다. 이주대책 관련 소송까지 겹칠 경우 개별 당사자 간의 분쟁은 사업 전체의 일정과 금융계획을 흔드는 요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
법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융시장의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착공과 준공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은 PF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금융기관 역시 자금 공급에 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나오는 “수주를 해도 돈이 없다”는 목소리와 토지·영업보상, 이주대책을 둘러싼 장기 분쟁이 서로 별개의 사안이 아닌 이유다. 사업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비용은 늘어나고 사업성은 떨어지며, 악화된 사업성은 다시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토지보상과 영업보상 인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방침은 이러한 병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그렇지만 처리 인력을 늘리는 것과 제도 자체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행 제도에서 보상가격을 둘러싼 다툼이 반복되고 법에 정해진 재결기간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영업보상과 이주대책을 둘러싼 분쟁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면 행정 인력의 증원만으로 사업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기는 어렵다.
공급 확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급 목표를 얼마나 크게 제시할 것인가와 함께 토지보상, 영업보상, 이주대책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
보상을 받아야 하는 국민의 권리는 충분히 보호하면서도 분쟁이 불필요하게 장기화되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재결과 조정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며, 사업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결국 주택공급은 정부가 발표한 숫자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확인돼야 한다. 수주가 착공으로 이어지고, 착공한 주택이 준공을 거쳐 시민의 입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가 현실이 된다.
아파트는 정책 발표만으로 지어지지 않는다. 공급 확대를 말하기에 앞서 현장의 첫 삽이 왜 늦어지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법적 병목을 풀어내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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