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2 (토)

  • 맑음동두천 16.4℃
  • 구름많음강릉 18.1℃
  • 맑음서울 19.3℃
  • 흐림대전 19.6℃
  • 구름많음대구 20.4℃
  • 구름많음울산 18.8℃
  • 구름많음광주 21.0℃
  • 맑음부산 21.1℃
  • 구름많음고창 18.1℃
  • 맑음제주 22.8℃
  • 맑음강화 16.5℃
  • 흐림보은 16.4℃
  • 흐림금산 17.0℃
  • 맑음강진군 19.6℃
  • 구름많음경주시 17.5℃
  • 맑음거제 19.5℃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암행어사 리포트

해운정사 앞 39층 재개발, 관리처분 인가까지…‘개발권 vs 사찰 보존’ 법정으로 [현장진단]

우동3구역 2,395세대 이주·철거 단계 진입…해운정사 “조망·일조·도로·수행환경 보장해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구글 검색에서 유교신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이주와 철거를 앞둔 가운데, 인접 전통사찰 해운정사와 재개발조합·해운대구청의 갈등이 행정소송과 감사청구 문제까지 번지고 있다. 조망권과 일조권에서 시작된 갈등은 공공도로 변경, 문화유산 보호, 스님들의 수행환경을 개발 과정에서 어느 범위까지 고려해야 하는지로 확대됐다.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은 해운대구 우동 일원 160,727㎡에 지하 6층, 지상 최고 39층 공동주택 20개 동, 2,395세대와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해운대구는 지난 5월 14일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했고 6월 3일 이를 고시했다. 공식 계획에는 인가일로부터 3개월 뒤 이주에 들어가고, 이주 이후 3~6개월 사이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는 일정이 담겼다. 다만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

 

시공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2022년 9월 우동3구역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부산에서 처음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한 ‘디에이치 아센테르’를 단지명으로 제안했다. 이후 사업계획 변경 등을 거쳐 현재 관리처분계획상 공급 규모는 2,395세대로 정해졌다.

 

“아파트 자체보다 배치가 문제”…해운정사, 조망·일조·수행환경 문제 제기

 

해운정사 측은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찰 측 주장에 따르면 핵심은 39층 아파트 건설 자체보다 사찰 전면의 건축물 배치와 녹지 확보 문제다.

 

해운정사 측은 아파트 동을 사찰 정면에서 비켜 배치하고 절 앞에 의무녹지나 소공원을 확보하면 개발과 사찰 보존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찰과 사업부지의 고저 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면에 고층 주거동이 들어설 경우 해운대 앞바다 방향의 조망과 일조, 사찰 경관은 물론 수행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사찰 측 설명이다.

 

진제 법원 대선사도 지난 1월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도로 변경과 고층 아파트 배치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조계종 제13·14대 종정을 지낸 진제 법원 대선사가 1971년 창건한 해운정사는 2015년 전통사찰로 등록됐다. 원통보전과 관음보궁 등 전각을 비롯해 부산시 지정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갈등은 일반적인 재개발 조망권 분쟁과는 다른 문화·종교적 쟁점도 안고 있다.

 

해운정사 삼층석탑은 2020년 4월 29일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12호로 지정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 석탑은 경주에서 대구로 옮겨졌다가 다시 경주의 사설박물관을 거쳐 해운정사에 기증됐다.

 

석탑 지정 당시에는 우동3구역 주민들이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주민들은 ‘해운정사 삼층석탑 문화재지정 취소 및 재산권보호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집회를 열었고, 문화재 지정으로 건축행위가 제한되면 재개발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당시 하태경 국회의원도 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석탑 지정이 주민 재산권 침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6년 전에는 주민들이 문화유산 규제로 재산권이 제한될 가능성을 우려했다면, 현재는 해운정사 측이 재개발로 문화유산 주변 환경과 수행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해관계가 반대 방향에서 충돌하는 모습이다.

 

기존 공공도로 대신 우회도로…조합 “2019년 사찰과 협의” VS 사찰 측 "사실무근"

 

또 다른 쟁점은 해운정사 앞 도로계획이다. 현재 사업계획에는 기존 직선형 도로 대신 아파트 단지 외곽을 따라 연결되는 도로가 포함돼 있다.

 

해운정사 측은 기존 도로가 신도뿐 아니라 인근 주민과 학교 학생들이 이용해 온 생활도로라며 폐도와 우회도로 개설에 반대하고 있다. 사찰 측은 우회도로가 개설되면 접근성이 떨어지고 신도와 지역 주민의 통행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2019년 해운정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도로계획이 마련됐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해당 계획을 구현하기 위해 정비구역 밖 토지를 약 500억 원에 매입해야 했다며 사찰 측 요구를 일정 부분 반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찰 측 관계자는 "협의가 있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 주장하며,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조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찰과 인접한 101동을 당초 39층에서 10층으로 낮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조합은 이를 근거로 해운정사 측 민원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사업성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조정안을 반영해 왔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청도 지난 7월 “그동안 민원 해결을 위해 수차례 해운정사 측과 접촉했다”며 현재는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도로계획을 다시 변경하려면 조합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내놓은 바 있다.

 

사업시행인가 취소소송…사찰 측 “공원 계획 달라졌다”

 

갈등은 지난 2월 법정으로 넘어갔다. 해운정사는 해운대구청이 2025년 2월 19일 조합에 내린 사업시행계획인가 변경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찰 측 주장에 따르면 2024년 7월 정비계획 변경 과정에서는 사찰 정면에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이후 사업시행계획인가 과정에서 공원계획이 달라지고 사찰 전면에 주거동이 배치됐다.

 

해운정사 측은 이 과정에서 기존 고시 내용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는지, 사업계획 변경 과정에서 행정청의 재량권이 적정하게 행사됐는지, 문화유산과 전통사찰 보호를 위한 검토와 절차가 충분했는지를 법원에서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는 현재 소송을 제기한 사찰 측의 주장으로, 사업시행인가 처분의 적법성이나 관련 행정절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해운대구는 관리처분계획까지 인가했다. 행정소송과 별개로 사업의 행정절차는 이주와 철거를 준비하는 단계까지 진행된 셈이다.

 

향후 사업 일정에는 법원의 판단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집행정지 신청이 제기됐다면 그 결과에 따라 이주·철거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18일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해당 사건번호와 집행정지 신청 및 결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300m 보호구역’ 자동 적용 아니다…전통사찰법 해석도 쟁점

 

이번 분쟁에서는 전통사찰법상 역사문화보존구역을 둘러싼 해석도 중요하다. 해운정사 측은 기자회견과 의견광고 등을 통해 전통사찰 주변 역사문화보존구역 지정과 전통사찰보존위원회 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현행 전통사찰법상 전통사찰 주변 300m가 자동으로 보호구역으로 설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통사찰법 제10조는 시·도지사가 직권 또는 전통사찰 주지의 요청에 따라 전통사찰 보존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역사문화보존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은 역사문화보존구역을 지정할 경우 전통사찰보존지 외곽 경계로부터 300m 이내에서 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서는 단순히 사업부지가 사찰에서 300m 이내에 있는지만으로 법적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부산시가 역사문화보존구역 지정 필요성을 어떤 기준과 절차로 검토했는지, 해운정사가 정식으로 지정을 요청했는지,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사찰 경관과 수행환경 등이 어느 정도 검토됐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해운대구청은 지난 7월 전통사찰보존위원회와 관련해 “사찰 측에서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밝힌 반면, 해운정사 측은 전통사찰과 주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은 향후 소송이나 행정절차에서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

 

해운정사 측이 내세우는 ‘수행권’도 법적 쟁점 가운데 하나다.

 

현행법에 ‘수행권’이라는 이름의 독립된 권리가 별도로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전통사찰법 역시 전통사찰의 보존과 승려의 수행환경을 고려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는 사찰 측이 주장하는 수행환경 침해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이를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법익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해운정사 "공익감사청구 준비"

 

행정소송과 별도로 감사 절차도 거론되고 있다. 해운정사 측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주민과 신도들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 공익감사청구를 준비해 왔다. 사찰 측은 당시 부산시의 문화유산 보호구역 관련 행정과 해운대구청의 인허가 과정 등을 감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 7월에는 신도 3만여 명의 서명을 바탕으로 부산시에 시민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 공익감사청구와 부산시 시민감사는 서로 다른 절차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각각의 감사청구가 실제 접수됐는지, 요건 심사를 거쳐 감사가 개시됐는지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감사 절차는 사찰 측이 밝힌 추진 계획과 실제 행정기관의 접수·착수 여부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우동3구역과 해운정사의 갈등은 어느 한쪽의 개발 찬반 문제만으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재개발 조합원 입장에서는 사업 장기화가 금융비용과 추가 분담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장기간 행정절차를 밟아온 정비사업의 예측 가능성도 중요한 문제다. 반면 전통사찰과 문화유산 주변 경관은 건축물이 들어선 뒤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는 특성이 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로 우동3구역은 이주와 철거를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동시에 해운정사가 제기한 행정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결국 향후 쟁점은 조합원의 재산권과 정비사업의 안정성, 전통사찰의 문화·종교적 환경 보호를 어디에서 조정할 것인지에 모인다. 그 과정에서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적정하게 진행했는지, 조합과 사찰 사이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조율했는지는 법원 판단과 향후 감사 절차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