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객실승무원의 유니폼 색상으로 직급을 구분하는 대한항공의 복장 규정이 인권과 차별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권수정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위원장이 2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권 위원장은 양사 통합 이후 아시아나 출신 승무원들에게도 대한항공 유니폼 체계가 적용되는 상황을 짚으며, 직급에 따라 재킷 색상을 달리하는 현행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유니폼은 계급장이 아닙니다”라며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으로 일하면서 몰랐던 대한항공의 계급도를 목도하며 분노가 올라온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리 이상은 청자색, 그 아래 직급은 베이지색 재킷만 착용하라고 한다”며 “아직도 이런 회사가 존재하느냐”고 꼬집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단순한 색상 차이가 아니다. 직원의 직급과 승진 여부를 복장으로 시각화해 동료와 승객은 물론, 회사 밖 불특정 다수에게까지 노출하는 방식이 업무상 필수적인 조치냐는 지적이다.
권 위원장은 특히 “길거리에서도 내 개인정보를 전시해야 한다니 폭력도 이런 폭력이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청자색과 베이지색…유니폼만 봐도 직급 노출
대한항공은 오랜 기간 객실승무원의 직급에 따라 유니폼 색상을 구분해 왔다.
일반 객실승무원은 베이지색 재킷을, 부사무장(AP) 이상 직급은 청자색 재킷을 착용하는 방식이다. 권 위원장은 이를 일반 기업의 ‘대리 이상’과 그 이하 직급의 구분으로 설명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재킷 전체 색상으로 직급이나 승진 여부를 외부에 드러내는 방식을 운영하지 않았다. 양사 통합이 현실화되면 아시아나 출신 승무원들은 기존에 없던 ‘직급별 색상 구분’ 체계에 새롭게 편입되는 셈이다.
“사내 직급을 왜 길거리에서까지 전시하나?”
권 위원장이 인권위 진정까지 나선 핵심 배경은 유니폼이 기내에서만 입는 작업복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승무원들이 유니폼을 착용한 채 공항을 오가거나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할 경우, 직급을 상징하는 재킷 색상이 일상 공간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유니폼 체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당 승무원의 사내 위치와 승진 여부를 손쉽게 알아챌 수 있다.
권 위원장은 이를 개인 인사정보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외부에 강제 공개되는 중대한 사생활 침해로 규정했다.
공개된 진정서 초안에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담겼다. 기내 안전이나 서비스 수행에 직급별 색상 구분의 객관적 필요성이 없으며, 특정 색상을 장기간 착용할 경우 승진 누락 사실이 실시간으로 전시돼 미승진 승무원에게 심리적 위축과 낙인 효과를 준다는 주장이다.
기능성은 개선하면서 ‘직급별 색상’은 유지
이번 논란은 통합 대한항공이 객실승무원 유니폼 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과 맞물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전면적인 새 유니폼 도입 대신 기존 디자인 틀을 유지하며 신축성, 통기성, 수납 기능 등 활동성을 보완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활동성과 편의성을 개선하면서도 왜 ‘직급별 색상 구분’이라는 낡은 관행만은 유지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비상 상황에서 지휘 책임자를 식별해야 하는 목적이 있더라도, 이는 명찰이나 배지, 견장 등 노출 범위를 최소화한 수단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별도의 색상 구분 없이도 안전과 서비스 업무를 원활히 수행해 왔다는 점도 비교 근거로 꼽힌다.
2013년 복장 차별 판정…이번엔 ‘직급 구분의 합리성’ 쟁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3년 아시아나항공 여성 객실승무원에게 치마 착용만을 강제한 규정에 대해 바지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사안이 ‘성별에 따른 차별’이었다면, 이번 논란은 ‘직급 구분의 합리적 필요성’과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조직 내 책임과 역할의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유니폼 전체 색상을 달리해 일상 출퇴근길까지 직급을 노출해야 할 정당한 사유가 되는지가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권 위원장은 SNS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조언을 구하며 글을 맺었다.
“유니폼은 계급장이 아닙니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