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시대 회화에서 이미지와 기억이 만들어지고 변형되는 과정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살펴보는 전시가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다.
갤러리 508은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전시장에서 기획전 ‘Japanese Pop Trio II’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츠즈키 마유미(Mayumi Tsuzuki), 시카타 하루나(Haruna Shikata), 유타카 시모무라(Yutaka Shimomura) 등 일본 작가 3명이 참여한다. 모두 회화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작품의 출발점은 과거의 기억부터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 소비까지 서로 다른 지점에 놓여 있다.
전시가 주목하는 것은 ‘팝’이라는 익숙한 시각언어 자체보다 이미지가 한 개인의 기억과 시대적 환경을 만나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지는가에 있다. 향수와 개인적 경험, 디지털 이미지의 복제와 소비라는 세 갈래의 문제의식이 한 공간에서 교차한다.
츠즈키 마유미의 화면은 기억 속 풍경에서 출발한다. 고도성장기 도쿄 교외에서 성장하며 접했던 풍경과 당시 일본 사회에 스며든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을 ‘American Nostalgia’라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는 2026년작 ‘Midway Cafe’와 ‘Neighborhood at Night’ 등이 소개된다. 익숙한 미국 교외 풍경을 연상시키는 주유소와 카페, 주택가의 야경은 언뜻 평온하게 보이지만 현실과 환상, 친숙함과 낯섦이 한 화면에서 맞물린다. 유년기의 기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형된 감정의 풍경에 가깝다.
시카타 하루나는 기억을 고정된 과거가 아닌 계속 수정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작업의 중심 개념인 ‘Overwrite’, 즉 ‘덮어쓰기’는 사진과 문자, 드로잉 등의 이미지를 편집·변형한 뒤 디지털 프린팅과 회화적 흔적을 다시 겹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과거의 기억 위에 현재의 감정과 경험이 포개지고, 그 위에 또 다른 이미지가 쓰이는 과정 자체가 화면을 구성한다.
출품작 ‘Overwrite40’과 ‘Overwrite32’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드러난다. 이미지가 선명하게 하나의 의미로 정리되기보다 여러 흔적이 중첩되면서 개인의 기억이 시간이 지날수록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유타카 시모무라의 관심은 한층 더 현재에 가깝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미지가 복제되고 소비되는 동시대의 시각환경을 회화 안으로 끌어들인다.
반복되는 캐릭터와 디지털 이미지의 구조를 화면에 옮긴 뒤 완성된 표면을 다시 긁어내는 등 물리적인 행위를 더한다. 손가락으로 넘기면 곧 사라지는 스크린 속 이미지와 실제 물성을 가진 회화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Re-touchers #4’와 ‘Re-touchers #7’은 일반적인 평면 회화와 달리 각각 최대 10.5㎝, 7㎝의 두께를 가진 부조 형태로 제작됐다. 전사지와 아크릴, 천 등 서로 다른 재료가 결합되면서 디지털 이미지가 물질적 대상으로 바뀌는 과정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세 작가가 바라보는 시대는 다르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질문은 맞닿아 있다.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에서부터 기억을 다시 쓰는 과정, 화면 속 이미지가 무한히 복제되는 오늘의 환경까지 각자의 시대를 둘러싼 시각 경험이 회화로 전환된다.
‘Japanese Pop Trio II’는 이를 통해 일본 동시대 회화에서 ‘팝’이 특정한 형식이나 유행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경험, 디지털 시대의 감각을 담아내는 언어로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10월 28일까지 갤러리 508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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