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오전 10시 16분께 한울원전 6호기의 사용후핵연료를 신한울원전 2호기로 옮기던 중 붕산수 일부가 외부로 누출됐다. 현장 운전원의 오조작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는 이미 발생했다. 이제 울진군민이 묻는 것은 분명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언제 사고를 알았으며, 왜 주민에게 곧바로 알리지 않았는가.
울진군의회 원전관련특별위원회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사고 경위와 누출량, 방사선·환경 영향, 정보 미공개 과정과 책임 소재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조사기구 구성과 사용후핵연료 호기 간 이송 중단도 촉구했다.
『한비자』 「유로」편에는 명의 편작이 채환공의 병을 거듭 경고한 이야기가 나온다. 편작은 처음에는 병이 피부에 있다고 했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살과 장위까지 들어갔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채환공은 “과인은 병이 없다”며 듣지 않았다.
마침내 병이 골수에 이르자 편작은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다며 돌아섰다. 작은 병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를 거부한 채환공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서 잘못이나 결함을 숨기고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뜻하는 ‘휘질기의(諱疾忌醫)’라는 말이 나왔다. 병을 숨기고 의원을 꺼린다는 뜻이다.
원전 안전에서도 작은 이상을 작다고만 여겨서는 안 된다. 사람의 오조작이 붕산수 외부 누출로 이어졌다면 설비와 작업 절차에 허점은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 사고 정보까지 제때 공개되지 않았다면 정보공개 체계에도 문제가 없는지 따져야 한다.
붕산수가 얼마나 누출됐는지, 어디까지 흘러갔는지, 어떻게 회수·처리했는지, 방사선과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주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사고 규모가 작았다면 그 근거를 공개하면 된다. 안전에 영향이 없었다면 측정 결과와 평가자료를 제시하면 된다. 정보를 내놓지 않은 채 “문제없다”고만 말하는 것은 채환공이 “과인은 병이 없다”고 말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원안위는 한수원을 감시해야 할 규제기관이다. 사고를 언제 보고받았는지, 최초 보고에 외부 누출 사실이 포함됐는지, 즉시 공개하지 않은 근거가 무엇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한수원도 사고 발생 및 최초 인지 시각, 누출 원인과 규모, 회수 과정과 재발 방지대책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 공식 설명이 늦어지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와 불신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사람의 실수는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실수가 실제 누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인터록을 비롯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상 상황을 주민과 관계기관에 즉시 알리는 정보공개 체계도 반드시 필요한 안전장치다.
편작의 경고를 처음 받아들였다면 채환공의 병은 고칠 수 있었다. 원전 안전도 이상이 작을 때 공개하고 고쳐야 한다. 문제를 감추고 경고를 외면하다가는 기술적 결함보다 더 치명적인 주민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
한울원전 붕산수 누출 사고가 ‘휘질기의’의 또 다른 사례로 남아서는 안 된다. 원전 안전정보는 기관이 필요할 때만 꺼내놓는 내부자료가 아니다.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정보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침묵이 아니라 공개와 검증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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