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이어온 경북의 사찰은 신앙의 공간에만 머물지 않았다. 불교 사상이 전해지고 책이 만들어졌으며, 승려와 학자들이 교류하고 지역의 문화가 축적되는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경상북도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직지사·동화사·은해사·불국사·고운사 등 경북 불교문화권을 대표하는 5본산을 통해 한국 불교의 역사와 사상, 문화적 흐름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는 경북 불교문화 학술행사가 오는 9월 4일 오후 1시 안동문화예술의전당 1층 국제회의장에서 ‘경상북도 5본산의 종합적 연구’를 주제로 열린다.
이번 학술행사의 중심에는 개별 사찰의 연혁을 소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북 불교가 한국 불교사와 지역사회의 형성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려는 문제의식이 놓여 있다.
경북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과 함께 불교사상, 건축, 의례, 출판, 인물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전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직지사·동화사·은해사·불국사·고운사는 오랫동안 지역 불교계를 이끌어 온 중심 사찰로 꼽힌다.
학술행사는 ‘한국 불교사상과 경북 불교’를 주제로 한 기조발표로 시작한다. 한국 불교사상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경북 불교가 형성한 특징과 위상을 큰 흐름에서 짚어보는 자리다.
이어 7명의 연구자가 역사와 의례, 출판문화, 인물 교류, 근대 불교계의 활동을 주제로 발표한다.
발표 주제는 ▲불교 의례의 전승 현황과 과제 ▲조선후기 경상도 북부지역 불교계의 동향과 중심사찰의 형성 ▲조선시기 왕실 원당과 경북지역 산사 ▲경북 불교 5본산의 출판 현황과 문화적 가치 ▲경상북도 사찰 불서 간행의 구조와 변화 ▲고운사 함홍당 대선사와 대산학파 간의 교류 ▲일제강점기 경북불교협회의 조직과 활동 등이다.
특히 사찰에서 이뤄진 불서 간행과 학문적 교류를 함께 다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찰이 종교의례를 수행하는 공간을 넘어 지식과 사상을 보존하고 확산하는 문화 거점으로 기능했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왕실 원당과 지역 산사의 관계, 조선후기 경상도 북부 불교계의 변화도 연구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정치·사회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사찰과 지역 불교계가 어떤 방식으로 존속하고 변화했는지를 추적한다.
고운사 함홍당 대선사와 대산학파의 교류를 다루는 발표에서는 불교와 지역 학문 공동체 사이의 접점도 살펴본다. 서로 다른 사상적 전통이 지역사회 안에서 어떻게 만나고 교류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제강점기 경북불교협회의 조직과 활동 역시 논의된다. 전통 사찰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북 불교계가 근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연구자와 참석자가 참여하는 자유토론이 진행된다. 경북 불교문화 연구의 향후 과제와 함께 사찰에 축적된 역사·문화 자원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지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학술행사는 개별 사찰의 역사를 넘어 경북 5본산이 한국 불교사상과 지역문화 발전에 끼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자리”라며 “경북 불교의 역사적·학술적 위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후속 연구의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년 사찰에 남겨진 기록은 종교의 역사인 동시에 지역사회가 축적해 온 문화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번 학술행사는 경북 5본산이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 불교가 지역의 역사와 사상, 출판과 교육, 인물 교류 속에서 어떤 자취를 남겼는지를 입체적으로 읽어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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