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 (월)

  • 맑음동두천 28.3℃
  • 구름많음강릉 24.6℃
  • 맑음서울 28.7℃
  • 맑음대전 28.3℃
  • 맑음대구 28.7℃
  • 맑음울산 25.5℃
  • 맑음광주 30.4℃
  • 맑음부산 29.4℃
  • 맑음고창 29.1℃
  • 맑음제주 28.7℃
  • 맑음강화 26.6℃
  • 맑음보은 26.2℃
  • 맑음금산 28.1℃
  • 맑음강진군 29.6℃
  • 맑음경주시 26.6℃
  • 구름많음거제 27.1℃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김정태 칼럼】 여론 속에 지워진 ‘승객을 외면하는 안전의 본질’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구글 검색에서 유교신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필자는 이 글을 통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박위라는 유명 유튜버를 옹호하고자 함도, 비난하고자 함도 아님을 먼저 밝힌다. 유튜브를 신뢰하지 않는 필자로서는 그가 유명 인플루언서인지 이번 사태를 통해 알게 된 것이 다이다. 다만 이 사건을 통해 과도한 장애에 대한 비난과 함께 우리가 우리 사회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싶은 것이다.

 

최근 한 기차역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이 하차하던 중 부실한 이동용 경사로와 운영 미숙으로 인해 장애 당사자가 바닥으로 쏟아지는 낙상 사고가 발생했다. 이동용 경사로를 운용하던 인력이 부실한 기기를 보완하고자 경사로를 누르던 운용자의 발과 좁은 경사로 폭, 그리고 지나치게 가파른 경사 각도가 겹치며 벌어진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진 논쟁은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를 비껴갔다. 사고 당사자가 인지도 높은 유튜버라는 이유로, 그리고 도움을 주려던 사회복무요원을 탓했다는 프레임이 씌워지며 사건은 순식간에 선의를 베푼 공익요원에 대한 ‘유명인의 갑질’로 변질되었다. 과도한 비난 속에 당사자는 영상을 내리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러나 이 소모적인 갈라치기 속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고 있다.

 

이 사건의 ‘진짜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권리이다.

 

첫째, 척수장애에 대한 사회적 무지와 공감의 결여다.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은 하체의 감각과 근력이 없다. 급경사나 미세한 턱에 휠체어 앞바퀴가 걸리는 순간, 상체를 지탱할 힘이 없어 앞으로 그대로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이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 이상의 충격이며, 자칫 경추나 뇌를 다쳐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극심한 공포의 순간이다.

 

더욱이 하체 감각이 없기에 뼈가 부러지거나 내부 손상이 발생해도 통증을 즉각 자각할 수 없어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반복해야만 한다. 이러한 장애의 특성과 위험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지 ‘넘어진 일로 과민하게 반응한다’며 쏟아낸 조롱과 비난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둘째,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결함’을 봐야 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경사로의 표준 기울기는 1/12(높이 1미터당 길이 12미터, 불가피한 경우 1/8)이다. 그러나 코레일 현장에서 쓰이는 수많은 이동형 경사로는 안전 규격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급경사로 제작되어 상시적인 위험을 품고 있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단차를 안전하게 연결하지 못하는 조악한 장비, 좁은 유효 폭, 접지력 부족은 애초에 사고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 부실한 기기를 온몸으로 때우려 했던 복무요원 역시 열악한 시스템의 또 다른 피해자일 뿐이다.

 

누군가의 호의나 개인의 임기응변에 승객의 생명을 맡기는 사회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이번 사고의 책임을 현장 인력 개인의 부주의나 피해자의 태도 문제로 돌리는 것은 명백한 본질 왜곡이다.

 

우리가 지금 당장 논의하고 실행해야 할 대책은 명확하다.

 

▲ 이동형 경사로의 규격 전면 재정비: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 완만한 기울기와 충분한 폭, 안전 난간 및 미끄럼 방지 장치를 갖춘 표준화된 장비를 전면 보급해야 한다.

 

▲ 현장 지원 인력의 ‘2인 1조’ 원칙 의무화: 한 사람은 경사로 기기를 견고하게 고정 및 제어하고, 다른 한 사람은 휠체어의 안전한 하차를 직접 유도·보조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 전문적인 안전 교육 및 매뉴얼 숙지: 척수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장애 특성을 이해하고, 위급 상황 시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전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동은 자선이나 시혜의 영역이 아닌,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시민의 기본권이다. 이동용 경사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사고는 반드시 반복될 것이며, 다음 피해자는 더 큰 중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분열하는 편집증적 여론 몰이를 멈추어야 한다. 차별 없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 그 상식적인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것만이 우리 공동체가 진정으로 회복되고 상생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