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어온 ‘경제 투톱’이 사실상 사흘 사이 모두 교체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교체하고 후임에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을 지명했다. 당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유임됐지만 바로 다음 날인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9월 1일 이를 수리했다.
구 부총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을 위해 인천공항까지 갔다가 자신의 교체 사실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부총리 자신도 출국 직전까지 교체 여부를 명확히 알지 못했던 정황은 이번 인사가 상당히 급박하게 결정됐다는 해석을 낳았다.
김용범 실장의 경우는 더욱 이례적이다. 개각 전날인 8월 29일 김 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국정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며 향후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불과 이틀 뒤 자리를 떠날 것을 예고한 메시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30일 개각에서도 김 실장은 유임됐다. 이 대통령이 김 실장에게 계속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직 차관인 이형일 후보자를 경제부총리에 승진 지명한 것 역시 기존 경제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김 실장은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은 이를 곧바로 받아들였다. 김 실장은 퇴임하면서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지만, 이제는 제가 자리를 비우고 다음 사람들이 또 자기 몫을 해나갈 때”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는 ‘문책성 경질’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 교체를 두고 “정책 집행에 있어 원활한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참모가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적 개편 역시 “2기 경제·정책라인 활성화와 가속화”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식 설명만으로 경제 투톱의 동시 퇴진 배경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과 자본시장 정책을 둘러싸고 잇따라 여론의 역풍을 맞은 데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취임 이후 가장 낮은 42%, 부정 평가는 처음으로 50%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부동산 정책’이 27%로 가장 높았다.
경제라인 책임론의 중심에는 부동산 세제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문제가 있었다. 야당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 김 실장이 깊숙이 관여했다며 책임론을 제기했고, 정부는 시장 변동성과 투자자 보호 논란이 커지자 보완책을 내놨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정부는 1일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현행 12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ISA 계약기간과 납입한도 등 일부 개편안도 수정됐다.
김 실장의 사표가 수리된 날 주요 세제개편안이 일부 후퇴한 셈이다. 두 사안을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지만, 경제사령탑 교체와 정책 수정이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은 정부가 정책 방향뿐 아니라 민심의 수용성을 다시 점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권의 반응도 미묘하다. 김 실장 유임 직후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김 실장의 책임론을 두고 “책임을 혼자 질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각적인 교체론에 거리를 뒀다. 그러나 바로 그날 김 실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문책이라는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장동혁 대표는 김 실장의 사퇴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에 대한 “꼬리 자르기”라고 주장했고, 야당은 도입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와 경제정책 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이번 경제 투톱 교체를 바라보는 해석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부동산과 증시 정책 논란, 지지율 하락에 따른 '문책론'이다. 구윤철 부총리에 이어 김용범 실장까지 물러나고 정부가 논란이 컸던 정책 일부를 수정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둘째는 청와대 설명대로 집권 2년차 국정동력 확보를 위한 '인적 쇄신론'이다. 특히 경제부총리 후임으로 외부 인사가 아닌 현직 차관을 승진시킨 것은 경제정책 자체를 폐기하기보다 새로운 지휘체계 아래 집행력을 높이려는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셋째는 30일 개각에서 김 실장을 유임했지만 이후 여론과 정치권 반응을 확인한 뒤 인사를 보완했을 가능성이다. 이는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은 아니지만, 구 부총리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김 실장의 ‘하루 만의 사퇴’라는 시간표가 이런 해석을 낳고 있다.
결국 이번 인사의 성격은 김용범 실장 후임 인선과 향후 경제정책에서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외부 인사를 정책실장에 앉혀 부동산·세제·자본시장 정책을 크게 수정한다면 이번 인사는 사실상 1기 경제정책에 대한 문책과 노선 조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기존 정책을 설계하거나 집행해 온 인사가 승진한다면 정책 방향은 유지하면서 속도와 집행방식, 당·정·청 간 정책조율을 손보는 ‘2기 경제팀 전환’이라는 청와대 설명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하지만 경제부총리 교체에서 정책실장 사퇴, 경제정책 일부 수정까지 사흘 사이 이어진 변화는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이 집권 2년 차 첫 번째 중대한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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