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어나는 순간에 비로소 완성되는 것일까. 소금란 작가는 꽃을 단순한 자연의 형상이 아니라 시간과 감정, 삶의 태도를 지나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존재의 결과’로 바라본다.
소금란 개인전 《꽃숨-스미다Ⅱ》가 오는 9월 9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갤러리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투명한 필름과 시아노의 푸른 층, 먹의 굵은 선을 겹쳐 시간과 감정이 쌓이고 스며드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작업에서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가깝다. 오랫동안 외부의 시선과 환경 속에서 자신을 조율하며 살아온 작가는 이제 그 흔적을 지워내려 하기보다, 이미 자신 안에 스며든 시간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작품에 사용된 투명 필름은 겉으로는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그 위에 남겨진 선과 흔적이 겹치면서 오히려 감춰졌던 내면의 모습이 드러난다.
시아노의 푸른 층은 시간과 감정이 머물다 간 자리처럼 화면에 스며든다. 그 위를 가로지르는 굵은 먹의 획은 지나온 감정에 머물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조형 방식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겹침’과 ‘스밈’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각각의 층은 독립된 이미지로 끝나지 않고 이전의 흔적을 품은 채 다음 층으로 이어진다. 화면은 그렇게 여러 시간과 감정이 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표면이 된다.
작품 속 꽃과 열매 역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여러 겹의 시간과 감정을 통과한 끝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존재의 형상에 가깝다.
작가는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것들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시작하는 태도”를 이번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설명한다.
이전 작업이 내면에 가라앉아 있던 감정을 더듬어 끌어올리는 과정이었다면, 《꽃숨-스미다Ⅱ》에서는 이미 안에 자리 잡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는 쪽으로 작업의 태도가 변화했다.
그 과정에서 꽃은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을 품고 있는 존재가 된다. 빛이 대상을 소유하지 않은 채 비추고, 소금이 형태를 남기지 않으면서도 천천히 스며들 듯 삶의 기억과 감정 또한 쉽게 사라지지 않고 한 사람의 안에 층층이 남는다.
《꽃숨-스미다Ⅱ》는 결국 꽃에 관한 전시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시간을 지나며 어떻게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지를 바라보는 전시다.
관람객이 작품 속 꽃의 형태만 좇기보다 그 꽃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화면에 쌓인 선과 색, 시간의 흔적을 천천히 따라간다면 작품은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그때 꽃은 아름다운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 오랜 시간 스며들고 겹쳐진 끝에 비로소 드러난,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또 다른 모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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