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이 내년부터 현행 1.8%에서 2.0%로 오른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각각 0.1%포인트씩 추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급여를 실업급여 계정에서 떼어내 별도의 ‘일·가정 양립 계정’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제도 개편의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국가의 재정 책임보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보험료 부담이 먼저 시작되는 구조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출생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의 비용을 사회보험 가입자에게 먼저 부담시키는 방식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고용보험 제도개편 방안’을 심의했다. 지난해 11월 구성된 노·사·전문가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16차례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마련된 방안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은 2027년부터 노동자와 사용자가 각각 0.9%에서 1.0%로 올라 총 2.0%가 된다. 정부 일반회계 전입금은 2027년 9,000억 원으로 늘린 뒤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모성보호급여를 별도로 관리하는 ‘일·가정 양립 계정’은 2028년 신설할 예정이다. 이후 모성보호급여 지출 상황 등을 살펴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 2.0% 가운데 어느 정도를 새 계정으로 넘길지 추가 논의한다. 정부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업무협약을 통해 구체적인 분담 원칙도 마련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이 문제 삼은 대목은 부담의 시점이다.
민주노총은 2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2027년부터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각각 0.1%포인트의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국가의 책임은 2029년에야 본격적으로 이행하는 구조를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2027년 정부 일반회계 투입 규모 역시 당초 논의됐던 1조 원에서 9,000억 원으로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정부 공식안과 민주노총의 설명에는 시점 표현에 차이가 있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 계정을 2028년 신설하고 노·사·정 재원을 2027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정부 분담이 노사와 같은 수준에 이르는 시점을 기준으로 “국가 책임은 2029년에나 이행된다”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정 부담이 커진 배경에는 모성보호급여 지출 증가가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2025년 18만 4,000명으로 전년보다 39.1% 늘었으며, 남성 수급자는 6만 7,000명으로 60.7% 증가했다. 모성보호급여 지출도 2022년 2조 1,000억 원에서 지난해 4조 3,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실업급여 계정 자체의 재정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수입은 15조 7,000억 원, 지출은 17조 4,000억 원으로 1조 8,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립금은 1조 8,000억 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 7조 7,000억 원을 감안한 실질 적립금은 마이너스 6조 원 수준이다.
구직급여 지급 방식도 바뀐다. 1995년 제도 도입 이후 적용해 온 주 7일 지급 기준에서 무급휴일을 제외한 주 6일 기준으로 전환한다. 총 지급일수 120~270일과 총 지급액은 유지하면서 한 달에 받는 금액을 낮추고 실제 수급기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150일 수급자의 경우 하한액 기준 월 지급액은 약 198만 원에서 176만 원으로 낮아지고, 수급기간은 약 5개월에서 5.8개월로 늘어난다. 상한액 역시 기존 월 204만 원 수준에서 181만 원 수준으로 조정된다. 지급방식 변경만 놓고 보면 전체 수급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실직 직후 매달 사용할 수 있는 생활비가 감소한다는 점은 구직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민주노총도 월 수령액 감소에 따른 생계 부담 가능성을 인정했다. 동시에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높다는 이유로 하한액 자체를 삭감하려는 논의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 6일 지급 방식에는 일정 부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짧은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고용보험 적용 범위도 넓어진다. 정부는 보험설계사와 방과후학교 강사 등 4개 직종의 적용 범위를 2027년 1월부터 확대하고, 향후 국세청에 소득이 신고되는 인적용역사업소득자를 중심으로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결국 고용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저출생 정책 비용을 누가, 언제, 어느 정도 부담할 것인지에 있다. 보험료 인상은 2027년부터 시작되는 반면 국가 재정 투입은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향후 법률 개정과 노·사·정 분담 협의 과정에서 국가 책임의 구체적인 규모와 속도가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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