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4 (일)

  • 맑음동두천 16.8℃
  • 맑음강릉 20.1℃
  • 맑음서울 18.6℃
  • 맑음대전 19.9℃
  • 맑음대구 20.1℃
  • 비울산 18.1℃
  • 맑음광주 20.8℃
  • 구름많음부산 21.6℃
  • 맑음고창 20.4℃
  • 흐림제주 22.4℃
  • 맑음강화 17.2℃
  • 맑음보은 16.7℃
  • 맑음금산 17.9℃
  • 맑음강진군 19.0℃
  • 흐림경주시 16.9℃
  • 구름많음거제 20.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김춘봉 칼럼】 “소명”이라는 이름에 갇힌 권리, 현장 사회복지사가 바라는 복지의 선순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구글 검색에서 유교신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은 늘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곳”이라 불린다. 그러나 오늘날 복지시설과 현장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처한 현실은 과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인가. 헌신과 묵묵한 노고로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 온 현장의 복지사들이 감내해 온 아픔과 한계는 이제 단순한 직업적 스트레스의 수준을 넘어섰다.

 

‘감정노동’과 ‘행정 폭탄’ 사이, 무너지는 현장

 

현장 사회복지사들이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안전의 부재와 과중한 업무량이다. 위험에 노출된 이용자나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폭언, 폭행, 모욕을 당하는 일이 빈번함에도 현장에는 이들을 보호할 실질적인 방화벽이 부족하다. 헌신이라는 미명 아래 위험조차 개인이 참아내야 하는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과도한 행정 절차와 보조금 집행 관련 서류 작업은 복지사의 본래 임무인 ‘이용자 중심의 밀착 서비스’를 가로막는다. 사람을 마주하고 상담하며 온기를 나누어야 할 시간에 평가 대비용 서류를 작성하느라 밤을 지새우는 기형적인 구조는 복지사들에게 극심한 번아웃과 자괴감을 안겨준다.

 

여기에 기관장의 폭행이나 언어폭력 등까지 더해진다면 사회복지사가 감당해야 할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단일임금체계 준수율 미흡, 저연차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 보조금 규모에 따른 시설 간 격차 역시 이들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법 개정의 발걸음, 그러나 실효성이 관건이다

 

다행히 변화의 움직임은 시작됐다. 최근 시행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을 통해 보수 지침을 제도화하고, 지자체별 지침 준수율과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3년마다 의무적으로 공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강화됐다. 또 사회복지종사자 권익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명시해 사회복지사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점은 진일보한 성과다.

 

법률 제·개정이 현장의 체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노력하여야 한다’는 식의 권고성 조항에 그친다면 지자체나 시설의 재정 상황에 따라 처우 격차는 여전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 법안의 실효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사회복지사의 입장에서 제안하는 4가지 처우개선 과제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지속 가능하게 일하며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 의무화와 단일임금제의 완성​이다. 지역과 시설 유형, 특히 국고지원 시설과 지자체 이관 시설에 따른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율 100%를 목표로 예산 수립 단계부터 이를 실질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안전망과 인권침해 대응 시스템의 정착이다. 민원인의 폭력이나 각종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업무를 분리하고 법적 대응을 지원하는 ‘권익지원센터’를 전국 단위에서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 안전 인력 배치, 비상벨 설치, 심리상담과 휴식권 보장 역시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행정 절차의 대폭적인 간소화와 인력 확충이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평가 항목을 통합·간소화해 서류 작업을 줄이고 사회복지사가 현장 복지 실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맞춰 전담 인력을 충분히 확충함으로써 만성적인 과중 노동도 해소해야 한다.

 

넷째, 경력 개발과 연수 기회의 제도적 보장이다. 사회복지사를 단순한 노동 인력이 아닌 ‘전문가’로 인정하는 사회적 풍토가 필요하다. 안식월제 도입, 자기계발과 전문 연수 지원, 저연차 종사자 정착 프로그램 등을 확대해 유능한 인재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돌봄 노동자를 돌보는 사회로의 이행

 

사회복지사의 미소가 어두워지면 그들이 돌보는 소외된 이웃의 삶 역시 그늘질 수밖에 없다. 복지사를 보호하고 격려하는 것은 시혜적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복지체계 전체의 안전성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이제 사회복지사의 ‘소명의식’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사회복지사가 존중받고 안전하게 일할 때 대한민국 복지의 미래도 비로소 단단해질 것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