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공조달 시장에서 '여성기업'에 대한 수의계약 제도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표면적으로는 젠더 격차 완화와 약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현장의 실상은 "과연 이 제도가 진정한 여성 기업가를 육성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공공용역 및 조달 시장의 최전선에서 경쟁해 온 홍보대행사 대표로서, 나는 이제 이 제도의 시효가 다했음을 고백하고 '여성기업 수의계약 제도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자 한다.
첫째, 명의만 빌려 쓰는 '바지사장'과 편법의 온상이 되었다.
현재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여성기업은 공공기관 수의계약 시 추정가격 5,000만 원 이하(일반 기업은 2,000만 원 이하)까지 특혜를 받는다. 문제는 이 금액적 이점을 노리고 실질적 경영권은 남성 배우자나 친인척이 행사하면서 대표자 명의만 여성으로 등록하는 이른바 '위장 여성기업'이 판을 친다는 점이다. 이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하려는 진짜 여성 기업가들에게까지 불신의 그늘을 드리운다.
둘째, 여성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피터팬 증후군'과 소기업 안주를 부추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제도가 여성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의계약 혜택과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제도는 일정 규모 이하의 소기업 단계에서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로 인해 기업을 중기업, 중견기업으로 키우기보다 수의계약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소기업' 수준에 인위적으로 머물고자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실력과 스케일업(Scale-up)을 통해 글로벌 시장이나 민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할 기업들이 제도가 주는 달콤한 안주에 갇혀,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는 역설적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셋째, '실력'이 아닌 '명함'으로 수주하는 기형적 공공시장 구조를 만든다.
홍보 및 마케팅 용역 시장은 창의성과 전략, 기획력이 생명이다. 그러나 현행 수의계약 제도는 전문성과 성과물로 평가받기보다, 여성기업 인증 여부가 계약의 향방을 결정하는 기현상을 낳고 있다. 공공기관 담당자들 역시 성과평가(KPI)상의 '여성기업 구매 목표 비율'을 채우기 위해 사업의 질보다 인증서 유무를 먼저 따지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공공 예산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용역의 품질은 하향 평준화된다.
넷째, 역차별과 진입장벽을 유발하여 공정 경쟁을 훼손한다.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핵심은 '공정한 기회'다. 성별이라는 신분적 요소가 계약의 우위를 점하는 구조는 청년 창업가나 일반 중소기업에게 불합리한 역차별로 작용한다. 진정한 생태계의 발전은 자립심과 경쟁력에서 나오지, 제도가 제공하는 보호막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특혜성 수의계약'이 아니라 '공정한 입찰 기회의 확대'다. 여성 기업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혜적인 수의계약 금액 한도 상향이 아니라, 입찰 과정에서의 차별 철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및 네트워크 지원, 그리고 투명한 평가 시스템이다.
수혜성 특혜는 당장 달콤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해당 산업의 자생력을 갉아먹고 기업의 성장을 한계 짓는다. 이제 공공조달 시장은 '누가 대표인가'가 아닌 '누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여성기업 수의계약 제도의 폐지는 공공 조달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우리 기업들이 영세성을 벗어나 진정한 실력으로 대형화·고도화되는 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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