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인연대(URI Korea, 상임공동대표 김대선 원불교 교무·무원 대한불교천태종 전 총무원장·염상철 천도교 선도사)는 9월 10일의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자살 예방을 위한 종교계의 실천 다짐과 정부·국회·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요청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999년 한국의 7대 종단이 중심이 되어 종교 간 상호 이해와 공존을 촉진하고, 일상적 협력과 평화 증진을 추구하며,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위한 연합체로 결성된 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종교인연대는 “2025년 자살자가 13,774명(잠정)으로 전년보다 7.4% 줄어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을 작은 희망의 신호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하루 38명 가까운 국민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를 20년 넘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앞에 종교가 먼저 참회한다”고 밝혔다.
“자살 예방은 정부의 일이기 이전에 생명을 하늘로 섬기는 종교의 본령이다”라고 밝힌 후에는 ▲성직자·신도의 생명지킴이(게이트키퍼) 양성 ▲전국 종교시설의 위기 상담 창구 개방과 자살예방센터 연계 ▲자살 유가족 곁을 지키는 자조모임과 돌봄 ▲지자체 생명존중 민·관협의회 참여 ▲‘3.25 생명 존중의 날’ 국민운동화와 ‘3.25 런’ 정례화 등의 5대 실천방안을 다짐했다.
이와 함께 다각도로 진행되는 정부의 기존 노력과 함께 ▲국가자살예방기금 설치(정부) ▲군·응급실 정보공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자살예방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국회) ▲229개 기초자치단체의 자살예방 시행계획 수립과 종교인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 운영(지자체) ▲학교 자살예방교육 예산 지원과 초·중·고 정신건강검진 도입 등의 방안을 요청하고, “종교가 마음을 맡고, 국가가 제도를 맡아 한 생명도 놓치지 않는 사회가 가능하도록 기도하며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全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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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하늘이다 — 종교인이 먼저 낮은 자리로 가겠습니다
9월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다시 맞는다. 2025년 한 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국민은 13,774명(잠정). 전년보다 1,098명, 7.4%가 줄어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은 희망의 신호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 38명 가까운 이웃을 잃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무거운 자리를 20년 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숫자 하나하나가 이름이었고, 가족이었고, 이웃이었다.
종교는 이 앞에서 먼저 참회한다. 자비와 사랑, 인내천(人乃天)과 효(孝), 상생(相生)과 은혜 — 표현은 달라도 모든 종교는 생명이 천부적으로 존엄하다고 가르쳐 왔다. 그럼에도 우리 곁의 생명들이 소리 없이 스러지는 것을 다 지키지 못했다. 자살예방은 정부의 일이기 이전에, 생명을 하늘로 섬기는 종교의 본령이다. 우리는 누구에게 요구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함을 안다.
지난 10여 년, 한국 종교는 그 물음에 조금씩 답해 왔다. 7대 종단이 자살예방 행동강령을 제정하고, 성당과 교회, 사찰과 교당, 향교를 생명의 쉼터로 열어 왔다. 서울시와 4대 종단이 함께한 '살사 프로젝트'는 행정이 닿지 못하는 정서적·영적 사각지대를 종교가 채울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이에 한국종교인연대는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국민 앞에 다음과 같이 다짐한다.
하나. 전국의 성직자와 수도자, 신도들을 생명지킴이(게이트키퍼)로 양성하여, 위기의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이웃이 되겠다. 하나. 성당·교회·사찰·교당·향교 등 전국의 종교시설을 위기 상담의 창구로 더 넓게 열고,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을 지역 자살예방센터로 잇는 다리가 되겠다. 하나. 자살유가족의 곁을 지키겠다. 편견과 금기를 걷어내고, 남겨진 이들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도록 자조모임과 돌봄을 이어 가겠다. 하나. 각 지역의 종교인들이 지자체 생명존중 민·관협의회에 적극 참여하여, 지역 단위의 자살예방 활동을 민·관·종교가 함께 감당하겠다. 하나. '3.25 생명존중의 날'이 국민운동으로 자라나도록 "3.25 런" 행사의 정례화에 앞장서겠다.
정부의 노력에도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의 발표와 예산 증액, 대통령실 국민생명안전위원회와 총리실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의 설치는 국가가 생명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며, 2025년의 감소 전환은 그 결실의 시작이라 믿는다. 이 흐름이 멈추지 않도록, 종교계의 다짐과 함께 정부·국회·지방자치단체에 다음을 요청한다.
하나. 정부는 주세·복권기금 등을 재원으로 하는 '국가자살예방기금'을 설치하여, 단년도 예산 심의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재원 구조를 마련하라. 하나. 국회는 군·응급실 등 정보공유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자살예방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하라. 하나. 지방자치단체는 229개 기초자치단체까지 자살예방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관내 종교인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통해 그 이행을 함께 점검·평가하라. 하나. 학교 자살예방교육에 실질적 예산을 지원하고, 초·중·고 건강검진에 정신건강검진을 도입하여 우리 아이들을 지켜라.
종교가 마음을 맡고 국가가 제도를 맡을 때, 비로소 한 생명도 놓치지 않는 사회가 가능하다. 생명은 하늘이다. 한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앞서는 사명은 없다. 한국종교인연대는 이 땅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더는 없는 그날까지, 기도하며 행동하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생명의 곁을 지킬 것이다.
2026년 9월 10일
한국종교인연대(URI-Kore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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