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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24] 2조5500억원 대 9440억원…SK·스마일게이트 ‘세기의 이혼’ 무엇이 달랐나?

권혁빈은 지주사 주식 35% 현물 분할…최태원은 9440억원 현금 지급
배우자 기여 인정했지만 자산 형성·평가 방식과 기업 지배구조 영향은 달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구글 검색에서 유교신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인의 이혼소송에서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9일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에게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35%와 현금 650억원 등 약 2조5500억원을 배우자 이 모 씨에게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두 판결 모두 배우자의 가사·양육과 기업 성장에 대한 간접적인 기여를 인정했다. 재산분할 비율도 권혁빈 사건 35%, 최태원 사건 33.3%로 차이는 1.7%포인트에 그쳤다.

 

판결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스마일게이트 사건은 회사 지분을 배우자에게 직접 넘기도록 했지만, SK 사건은 현금 지급을 명해 노 관장이 SK㈜ 주주가 되지는 않는다.

 

두 사건을 가른 것은 액수만이 아니다. 재산의 형성 과정과 평가 기준, 분할 방법, 기업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달랐다.

 

◇ 2조5500억원과 9440억원…금액 차이는 어디서 나왔나?

 

서울가정법원이 인정한 권 이사장의 순재산은 약 7조3375억원이다. 이 가운데 약 96.8%가 스마일게이트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이다.

 

법원은 권 이사장이 보유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가치를 약 7조1049억원으로 평가했다. 배우자 이 씨의 재산분할 비율을 35%로 정해 주식 약 2조4867억원어치와 현금 650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최 회장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노 관장의 재산분할 비율을 3분의 1인 33.3%로 정했다. 분할액은 9440억원이다.

 

권 이사장 사건의 재산분할액은 최 회장 사건보다 약 1조6060억원 많다. 최 회장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인정된 금액의 약 2.7배다.

 

두 배우자에게 인정된 기여도 차이는 크지 않다. 분할액이 크게 벌어진 것은 분할 대상으로 인정된 전체 재산 규모가 달랐기 때문이다.

 

◇ 스마일게이트는 주식, SK는 현금

 

가장 뚜렷한 차이는 재산을 실제로 나누는 방식이다.

 

권 이사장 사건에서 법원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35%를 이 씨에게 현물로 이전하라고 판결했다. 현금으로 환산한 금액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회사 지분을 넘기라는 의미다.

 

재판부는 권 이사장이 약 2조5500억원을 현금으로 마련하려면 주식을 처분해야 하지만, 해당 주식이 비상장주식이어서 매각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권 이사장이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35%를 넘긴 뒤에도 65%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현물 분할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이 확정되면 권 이사장은 과반 지분을 유지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이 씨는 지분 35%를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된다.

 

지분율이 65%로 낮아지면 권 이사장이 정관 변경과 합병, 회사 분할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사안을 혼자 결정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상법상 특별결의에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 사건에서 법원은 SK㈜ 주식을 직접 나누지 않고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SK㈜ 주식이 최 회장의 경영권과 지배권의 근거가 된다는 점과 재산의 명의·형태, 취득 경위 등을 고려해 현금 지급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노 관장은 재산분할금을 받더라도 SK㈜ 주주가 되지 않는다.

 

스마일게이트 판결은 지주회사 주주 구성을 바꾸는 반면, SK 판결은 기존 지배구조를 직접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부부 재산을 청산하도록 한 것이다.

 

◇ 두 법원 모두 배우자의 ‘보이지 않는 기여’ 인정

 

두 사건의 공통점은 배우자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가사와 양육, 대외활동을 통해 재산 형성과 가치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이다.

 

권 이사장 측은 이 씨가 회사에 실제로 출자하거나 근무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동 창업자로 볼 수 없고, 회사 지분은 권 이사장 개인의 특유재산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씨가 2001년 권 이사장과 혼인했고 이듬해 스마일게이트가 설립된 점, 창업 당시 이 씨가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대표이사로 등재됐던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 씨가 오랜 기간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며 권 이사장의 경제활동과 회사 성장을 뒷받침한 점도 재산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로 인정했다.

 

최 회장 사건에서도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어서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고법은 혼인 기간 최 회장의 경영활동으로 주식 가치가 크게 올랐고, 그 과정에 노 관장의 가사·양육과 SK그룹 관련 대외활동이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두 판결은 기업 지분이 한쪽 배우자의 명의로 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에서 당연히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법원이 따진 것은 명의가 아니라 혼인 기간 해당 재산의 형성과 유지·증가에 상대 배우자가 얼마나 기여했는지였다.

 

◇ SK의 ‘300억원’은 왜 기여도에서 제외됐나?

 

두 사건의 법적 차이는 재산 형성 과정을 판단하는 대목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최 회장 사건의 환송 전 항소심은 노 관장의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노 관장의 기여도를 35%로 정하고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산정했다.

 

대법원은 2025년 10월 이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 측의 300억원이 실제로 SK 측에 전달됐더라도 불법성이 있는 자금이어서 재산분할 과정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불법적인 자금 제공을 법적으로 보호되는 재산 형성의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파기환송심은 300억원을 기여도 산정에서 제외했다. 노 관장의 분할 비율은 35%에서 33.3%로, 분할액은 1조3808억원에서 9440억원으로 줄었다.

 

재판부는 300억원을 배제하면서도 노 관장의 가사·양육과 대외활동에 따른 기여는 인정했다. SK㈜ 주식 역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권 이사장 사건에는 정치권에서 기업으로 유입됐다는 외부 자금을 배우자의 기여로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없었다.

 

재판부는 혼인 직후 회사가 설립된 점과 이 씨가 창업 초기 일부 지분을 보유했던 점, 가사와 양육을 담당한 점을 중심으로 기여도를 판단했다.

 

◇ 상장주식은 기준일 가격, 비상장주식은 감정가

 

재산을 언제, 얼마로 평가할 것인지도 판결 결과에 영향을 줬다.

 

SK㈜는 상장회사여서 시장에서 주가가 형성된다. 쟁점은 어느 날짜의 주가를 재산 가치 산정에 적용하느냐였다.

 

서울고법은 환송 전 항소심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을 평가 기준일로 삼았다. 이후 SK㈜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파기환송심 당시의 주가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혼이 이미 확정된 뒤 재산분할 부분만 다시 심리하는 상황에서는 종전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재산의 범위와 가액을 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법리를 따른 것이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비상장회사다. 거래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장가격이 없기 때문에 법원의 감정 결과가 재산분할 규모를 좌우했다.

 

법원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가치를 약 7조1049억원으로 평가했다. 이 금액의 35%인 약 2조4867억원이 이 씨에게 현물로 분할될 주식의 가치가 됐다.

 

상장기업 오너의 이혼에서는 ‘어느 날의 주가를 적용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비상장기업에서는 ‘회사 전체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할 것인가’가 분할액을 결정한다.

 

◇ 이혼 성립을 다툰 권혁빈, 재산분할만 남았던 최태원

 

두 사건은 재판 단계와 혼인 파탄 책임에서도 차이가 있다.

 

권 이사장은 자신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고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양측이 장기간 갈등을 겪었고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며 배우자 이 씨의 이혼 청구를 인용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은 양측 모두에게 있고 그 정도도 대등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혼인 관계를 더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권 이사장 한 사람에게 파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이 씨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은 앞선 재판에서 이미 확정됐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재산분할 부분만 다시 심리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할 위자료 20억원은 환송 전 항소심 판단이 확정됐다. 두 사건은 현재 남아 있는 법적 쟁점부터 다르다.

 

권 이사장 사건은 서울가정법원의 1심 판결이다. 항소가 제기되면 이혼 사유와 재산분할 비율, 비상장주식 평가액, 현물 분할 방식 등이 다시 심리될 수 있다.

 

최 회장 사건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친 서울고법 판결이다. 최 회장 측은 9440억원 가운데 7000억원은 받아들이고 나머지 2440억원 부분만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오너의 이혼, 어디까지 개인사인가?

 

이혼은 개인의 선택이며 사생활이다. 기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혼인 관계의 잘잘못까지 사회적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문제는 개인의 이혼이 회사 지분과 경영권, 배당정책과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칠 때다.

 

지배주주 한 사람에게 소유권과 의사결정 권한이 집중된 기업에서는 오너의 개인사가 회사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그 영향은 임직원과 일반주주, 협력업체와 소비자에게까지 미친다.

 

스마일게이트는 판결 직후 “대주주의 개인사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기존과 같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혼 경위는 개인사에 해당한다. 반면 지주회사 지분 35%가 이전될 가능성과 그로 인한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까지 전적으로 사적인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스마일게이트는 판결 확정 여부와 지분 이전 절차, 이사회와 주주총회 운영에 미칠 영향, 경영 안정 방안을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오너의 사생활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기업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라는 요구다.

 

SK 사건은 주식 대신 현금 지급을 명해 지배구조의 직접적인 변화는 피했다.

 

남은 문제는 최 회장이 거액의 현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느냐다. 보유 주식 매각이나 담보대출, 배당 확대가 이뤄지면 지배주주의 지분율과 회사의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회사의 자산과 오너 개인의 자산은 분명하게 구분돼야 한다. 이사회도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공헌 활동이나 기부를 홍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너 개인의 위험이 기업 구성원과 시장의 피해로 번지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 역시 책임경영의 핵심이다.

 

◇ 고물가·가계부채에 허덕이는 국민 눈에는 ‘그저 막장 드라마’

 

법정에서 오간 금액은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규모다.

 

2026년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3.1%, 생활물가는 3.2% 올랐다. 서민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2분기 가계부채는 200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는 주거비와 교육비,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빚을 늘리고 자영업자는 매출 부진과 대출 상환 부담 속에서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국민의 눈앞에 2조5500억원과 9440억원이라는 재산분할액이 놓였다.

 

고물가와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국민에게 두 재벌가의 이혼소송은 현실과 동떨어진 ‘한 편의 막장 드라마’처럼 비칠 수 있다. 한쪽에서는 한 달 이자를 걱정하고, 다른 쪽에서는 조 단위 재산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극단적으로 대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법원이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을 다르게 나눌 수는 없다. 법 앞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아야 하며, 재산분할 역시 누구에게나 같은 법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사회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부자들의 결별 자체가 아니다. 막대한 부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고, 배우자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어떻게 평가됐으며, 오너 개인의 갈등이 기업과 사회에 어떤 비용을 남기는가다.

 

유교에서는 이익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았다. 이익을 좇더라도 옳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견리사의(見利思義)’를 강조했다. 부를 이루는 것보다 그 부를 어떻게 얻고, 어디에 쓰며, 사회와 어떻게 나누는지를 더 무겁게 물은 것이다.

 

개인의 혼인은 법원이 판단하지만 기업의 신뢰는 사회가 판단한다.

 

두 기업이 지켜야 할 것은 오너 한 사람의 재산이나 체면만이 아니다. 회사를 일군 임직원과 투자한 주주, 거래를 이어온 협력업체와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신뢰도 함께 지켜야 한다.

 

공자는 가난하면서도 도를 즐기는 것보다 부유하면서 예를 좋아하는 자세가 더 낫다고 봤다. ‘부이호례(富而好禮)’는 부를 가진 사람일수록 예와 책임을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오늘날 기업인에게 요구되는 예는 체면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기업과 사회에 떠넘기지 않는 책임이다.

 

2조5500억원과 9440억원이라는 숫자보다 무거운 것은 그 부를 떠받쳐 온 사회에 대한 책임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말해 온 유교의 가르침에 비춰 보면, 개인과 가정의 갈등이 기업과 사회의 혼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다스리는 일 또한 책임 있는 경영의 출발점이다.

 

‘세기의 이혼’이 재벌가의 막장 드라마로 끝날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책임경영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지는 판결 이후 두 기업이 보일 태도에 달려 있다. 부의 크기는 숫자로 드러나지만, 그 부를 감당할 사람의 품격은 책임으로 증명된다.

 

한편 김동률 변호사(법무법인 초원·본지 칼럼리스트)는 “두 판결은 창업자나 오너 경영인 명의의 기업 지분도 배우자의 실질적인 기여가 인정되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비상장 지주사 주식을 현금이 아닌 현물로 분할하면 회사의 주주 구성이 직접 바뀌기 때문에 경영권에 미치는 충격은 상장사 사건과 차원이 다를 수 있다”며 “앞으로 기업 오너의 이혼소송에서는 비상장주식의 가치 평가와 경영권에 직결된 주식을 현물로 나눌지, 현금으로 대신할지가 판결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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