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이 추석을 앞두고 군민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려던 민생안정지원금이 군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무산됐다.
울진군의회 청사 바로 앞에는 군의회를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지원금 무산을 둘러싼 일부 군민의 실망과 분노가 의회 앞까지 번진 것이다.
울진군의회는 지난 8일 제294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군민생활안정지원금 운영 사업비 140억4900만원을 전액 삭감한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지역 해녀·해남 양성 교육비 6000만원도 함께 삭감됐다. 총 삭감액 141억900만원은 예비비에 편입됐다.
◇ 지급 반대 4명·찬성 3명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이 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무소속 의원 3명이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금 지급이 무산되자 이장연합회와 지역발전협의회, 민생회복 촉구 범군민연대 등 지역 단체들이 군의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120만원을 받을 수 있었던 지원금이 사라지면서 추석을 앞둔 지역 민심도 크게 흔들렸다.
지원금 지급의 근거인 「울진군 민생경제 활성화 지원 조례」는 2026년 2월 제9대 울진군의회 의원 전원의 공동발의로 제정됐다. 조례는 같은 달 5일부터 시행됐다.
조례를 공동발의한 군의원들이 7개월 만에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조례 제정과 개별 예산 심사는 별개의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조례가 있다고 해서 집행부가 제출한 모든 지원금 예산을 의회가 통과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조례가 정한 ‘중대한 위기 상황’이 현재 울진군의 경제 상황에 해당하는지, 이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됐는지다.
◇ 1차 지원금 지급률 95.3%…경제 효과는 미공개
울진군은 지난 2월 제1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차 민생안정지원금 사업비 143억300만원을 편성했다.
2월 23일부터 일반 군민에게 30만원, 차상위계층에게 35만원, 기초생활수급자에게 40만원을 울진사랑카드로 지급했다. 지급 대상은 4만5890명이며 공개된 지급률은 95.3%다.
지급률은 상당수 군민이 지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만 보여준다. 지원금이 실제 소비를 얼마나 늘렸는지, 어느 업종의 매출로 이어졌는지, 효과가 얼마나 지속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울진군의회는 1차 지원금의 성과 분석 없이 다시 140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부가 소상공인 매출 감소율과 폐업률 등 ‘중대한 위기’를 뒷받침할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예산 심의 전에 집행부가 추석 전 지급 계획을 알리고 전산 준비에 들어간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 집행부도, 군의회도 숫자로 답해야
울진군은 1차 지원금 지급 전후의 울진사랑카드 사용액과 소상공인 매출, 업종별 소비 변화, 역외 소비 감소액을 공개해야 한다.
1차 지원금이 기존 생활비 결제를 대신했는지,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냈는지도 분석해야 한다. 이런 검증 없이 2차 지원을 추진했다면 집행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군의회 역시 자료가 부족했다는 설명만 내놓아서는 안 된다. 심의 과정에서 어떤 자료를 요구했고 집행부가 무엇을 제출하지 않았는지 공개해야 한다.
지원금 지급을 막았다면 그보다 효과적인 민생 대책도 제시해야 한다. 예결특위 속기록과 심사보고서, 의원별 판단 근거를 군민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군민에게 30만원은 추석 장바구니와 공과금을 마련할 수 있는 절박한 생활비다. 울진군 입장에서 140억원은 의료와 교통, 돌봄, 재난 대응에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원이다.
지원금을 무조건 선심성 현금 살포로 몰아붙이는 것도, 군민에게 돈을 준다는 이유로 검증 없이 예산을 통과시키는 것도 책임 있는 행정은 아니다.
울진군과 군의회가 답해야 할 것은 어느 쪽이 군민을 더 위하느냐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지원금의 필요성과 효과, 재원과 지속 가능성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