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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 리포트

[현장진단②] 울진군 지원금에 “전 국민이 낸 세금도 포함”…지역 간 형평성 따져야

재정자립도 11% 울진군, 일반재원에 보통교부세 포함
강릉·당진도 의회 문턱서 제동…현금 지원 전국 확산 논쟁
에너지연금 연간 560억원…지역 복지와 공동 재원의 경계 따져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구글 검색에서 유교신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어짐: [현장진단①] 군의회 앞까지 번진 ‘30만원 후폭풍’…울진군은 무엇을 놓쳤나?

 

울진군 민생안정지원금 논쟁은 울진군민에게 30만원을 지급할 것인지를 넘어선다.

 

재정자립도가 11% 수준인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재원을 바탕으로 반복적인 현금성 지원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지, 다른 지역 주민과의 형평성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지원금 지급에 찬성한 무소속 장유덕·김정희·김도엽 의원은 보통교부세와 지방세, 세외수입, 순세계잉여금 등을 통해 약 424억원의 일반재원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방세와 세외수입은 울진군의 자체 수입이다. 순세계잉여금은 전년도 예산을 집행하고 남은 재원이다.

 

보통교부세는 성격이 다르다. 중앙정부가 전국에서 거둔 내국세 등을 재원으로 재정력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돈이다. 울진군 일반재원에도 울진군 밖의 국민이 낸 세금이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지원금은 '울진의 돈인가?'

 

보통교부세는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줄이고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지방자치단체가 비교적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재원이라는 점에서 용도가 정해진 국·도비 보조금과는 다르다.

 

보통교부세를 현금성 지원에 사용하는 것이 곧바로 위법하거나 부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교부된 뒤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판단에 따라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형평성 문제는 남는다.

 

자체 세입이 부족한 지역이 전국 단위 세입으로 부족한 재정을 보전받은 뒤 해당 지역 주민에게 일률적인 현금 지원을 반복한다면,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다른 지역 주민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재정이 넉넉한 지방자치단체와 그렇지 못한 지방자치단체가 경쟁하듯 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 주민이 받는 혜택이 거주 지역의 재정 상황과 정치적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떤 주민은 수십만원을 받고, 다른 주민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구조가 공정한지 논의가 필요하다.

 

◇ 강릉·당진에서도 의회 제동

 

민생지원금을 둘러싼 갈등은 울진군만의 일이 아니다.

 

강릉시에서는 관련 조례안이 시의회 본회의에서 찬성 9명, 반대 10명으로 부결됐다. 당진시에서도 지원금 관련 안건이 가부동수로 부결됐다.

 

지원을 추진한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물가와 소비 위축, 지역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반대한 지방의회들은 재정 부담과 선심성 지급 가능성, 경제적 효과를 입증할 자료 부족을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별 현금 지원이 늘어날수록 중앙정부가 최소한의 공통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급이 가능한 경제위기의 기준과 재정자립도, 자체 재원 부담 비율, 성과 평가 방법 등을 제도화하지 않으면 지역별 현금 지원 경쟁이 반복될 수 있다.

 

◇ 소비 효과는 있지만 투입액 전부가 새 소비는 아니다

 

KDI가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을 분석한 결과 약 14조2000억원의 투입 재원 가운데 새롭게 늘어난 카드 매출은 약 4조원으로 추산됐다. 재원 대비 추가 소비 효과는 26.2∼36.1% 수준이었다.

 

현금으로 지원금을 받은 수급 가구는 지급액의 93.7%를 소비지출에 사용했다고 답했다. 지원금이 없었어도 지출했을 소비를 제외하면 새롭게 늘어난 소비는 지급액의 21.7%로 추산됐다.

 

지원금이 단기간 지역 상권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있지만, 지급액 전체가 새로운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지원금의 타당성을 평가하려면 지급률이나 사용액뿐 아니라 추가 소비액과 업종별 매출 증가, 정책 종료 후 효과까지 확인해야 한다.

 

◇ 연간 560억원 에너지연금이 더 큰 시험대

 

황이주 울진군수는 2027년 2월 첫 지급을 목표로 ‘울진행복 에너지연금’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군민 1인당 월 10만원, 연간 120만원을 울진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예상 소요 재원은 매년 약 560억원이다.

 

울진군민은 국가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전의 위험과 불편을 감수해 왔다. 원전에서 발생한 재원을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 재원이 순수한 원전 관련 수입인지, 보통교부세나 일반재원까지 투입되는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전국 납세자의 공동 재원까지 상시적인 에너지연금에 사용한다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에너지연금을 추진하려면 원전 관련 세수와 지원금 가운데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금액, 일반재원 투입 규모, 향후 5년 또는 10년간의 재정 전망을 공개해야 한다.

 

◇ 지역 복지의 자유와 전국 납세자의 권리

 

지방자치는 지역이 스스로 정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복지를 설계하고 재정을 투입하는 것도 지방자치의 권한이다.

 

그 권한이 전국 납세자가 함께 부담한 재원을 바탕으로 행사된다면 더 엄격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

 

울진군 지원금 논쟁은 ‘30만원을 주느냐 마느냐’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지방정부의 복지 자율성과 국가 공동 재원의 공정한 배분 사이에서 어떤 원칙을 세울 것인지 묻는 문제다.

 

송인호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은 KDI가 발간한 매거진 『KDIans』 2025년 가을호 기고문 ‘소비쿠폰, 기회비용의 크기를 직시하자’에서 “소비쿠폰이 단기적 활력은 줄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송 소장은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은 당장의 소비 효과만이 아니라 그 돈을 다른 분야에 사용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까지 따져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역 주민을 돕는 정책은 필요하다. 원전지역 주민이 감수해 온 위험과 불편에 대한 보상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보통교부세와 같은 전국 단위 공동 재원이 투입된다면 재원의 출처와 자체 재원 부담 비율, 정책 효과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울진군민에게 지급되는 혜택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울진에 돈이 있으니 지급한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의 세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다른 지역 주민과의 형평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향후에도 지급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숫자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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