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대표 명절 추석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전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현재의 나와 우리가 있도록 보살펴주신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고, 세상을 떠난 어른들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자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 이웃, 지인 등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는 소중한 때이다.
이들을 통해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고, 지금의 삶을 격려하며,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한편으로, 견디기 힘들었던 무더운 여름을 지나오며 지친 몸과 마음에 숨 쉴 틈과 휴식의 여유를 전하여 다시 한번 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드는 시기이니 설렌다는 표현이 딱 맞을 듯하다.
이런 즈음이 되면 주요 정치인들은 “5천만 국민들께서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기원한다”라고 하거나 때로는 북한 및 재외동포까지 포함하여 “7천만 겨레의 안녕을 염원한다” “8천만 한국인 모두의 가슴에 행복이 전해지길 바란다” 등의 표현으로 한국인의 대표 지도자처럼 발언한다.
하지만 정치인의 거짓말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된 지 오래이고, 비판받는 정치인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직위를 내놓거나 더 이상 정치활동을 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여 ‘꼴 보기 싫은 얼굴을 사라지게 하는 행위’라도 한다.
반면에 정직과 바른 삶을 이야기하는 종교지도자들의 위선과 자리 유지에 대한 욕망은 혐오감을 느낀 이들의 이탈을 가속화시켜 종교인의 비율을 급속하게 추락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는데도 ‘꼴 보기 싫은 얼굴을 뻔뻔하게 계속 들고 다니며 스스로 어른처럼 행세’한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지금의 성균관 집행부가 보이는 일상화된 거짓과 허세는 단순히 한 종단 내부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의 신뢰 자본을 무너뜨리고, 선배 종교인들이 갖은 노력으로 만들어왔던 이웃 종단과의 화합 및 전체 유림의 단합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심각한 사회적 위협으로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성균관에서 정부와 사회, 이웃 종단의 잘못을 꾸짖고 바른 분위기를 잡아갔는데 요즘은 왜 그러냐?”라는 말을 정부, 정치권, 이웃 종단, 언론계,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 들으며 낯 부끄러웠는데 지난 8월 4-5일 서울 서강대에서 열린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국제 콜로키움 행사의 처참한 실상이 전국에 두루 알려지며 “어쩌다가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는 유림들의 자괴감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당초 약속과 달리 공동 주최자인 천주교 측에 개최 비용을 모두 떠안긴 성균관 집행부의 행태가 알려진 것보다 더욱 심각하고, 악의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성균관장이 일부 사재를 내서라도 공동 부담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로마 교황청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행사인 만큼 막판에 포기할 수 없던 상대측의 입장을 악용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막무가내 버티기에다가 돈 한 푼 내지 않으면서 천주교 측이 준비한 각종 준비 시설은 가져다 쓰겠다고 했다니 예의와 염치를 강조한 유교 성현들의 가르침은 아예 머리에 들어 있지 않던 모양이다.
당시 행사에서의 유교 측 발표문 내용에는 현재 한국 유교의 실상을 드러내는 부분이 있었다.
“한국종교인통계에 따르면 유교를 종교로 선택한 비율은 종교인 100%를 기준으로 했을 때 1985년 2.82%, 1995년 0.93%, 2015년 0.35%이다. 2015년 총인구 대비 유교 인구 비율은 0.154%(75,703명)이며, 통계 정보가 없는 2025년에는 3만 명 이하로 추정된다.”
‘한국인들은 유교를 종교로 생각하지 않고 학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전제를 하고 있지만 여기에 의하면 한국 7대 종교라고 말하는 유교는 실제로는 1% 미만의 기타 종교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대한민국 통계청이 일정 시기마다 실시해 온 인구주택총조사의 ‘10년 주기 조사항목’인 「종교」에서 유교 인구는 1985년 약 48만 명, 1995년 약 21만 명, 2005년 약 10만 명, 2015년 약 7만 6천여 명으로 조사되었고, 지난 2025년 실시된 결과는 통계청을 이은 국가데이터처가 오는 11월에 발표할 것임을 공지하고 있는데 다른 종단과 달리 유교 중앙기관인 성균관은 이런 조사를 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기에 ‘최악의 수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성균관장을 비롯한 성균관 집행부는 각종 회의 및 행사 때마다 “1천만 유림”을 입에 달고 있고, 공문과 각종 성명서에서도 웬만하면 빠뜨리지 않으며, 심지어 “2천만 유림”까지 운운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곧 실체가 드러날 한국 유교 인구에 대한 허황된 기만의 역사적 연원은 1945년 광복 이후 유교 종단을 조직화하고, 성균관을 복원했던 심산 김창숙 선생에 대한 악랄한 탄압과 맥이 닿아 있다.
한국전쟁의 와중이던 1952년으로 예정된 제2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의 간선제 방식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던 상황이었던 이승만 정권은 ‘부산정치파동’을 일으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대거 감금하고 협박하는 한편 심산 김창숙 선생을 비롯한 저명 인사들에게조차 폭력을 휘두르며 강압적으로 헌법을 개정해 직선제로 정권을 연장했다.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독재를 하기 위해 당시 가장 많은 숫자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던 유림 세력을 확실하게 장악하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에 따라 반(反) 이승만 입장이 강력했던 김창숙 선생을 성균관대학교 총장, 성균관장을 비롯한 모든 직위에서 몰아내고, 유림 조직을 자신들의 선거운동 조직으로 활용하기 위해 친일·친정부 성향의 유림 세력(과거 일제강점기 경학원 계열)을 동원해 소위 ‘성균관 강탈 및 분쟁’을 일으켰다.
정부와 자유당의 각종 지원을 등에 업고 성균관을 장악한 후 성균관장을 비롯한 주요 직위까지 차지한 이들은 “우리가 이만큼 표가 많다”고 과시하기 위해 가구당 인원을 자의적으로 합산해 만든 숫자를 포함한 ‘천만 유림’을 입버릇처럼 떠들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족보에 이름이 올라 있거나 제사를 지내거나 어른을 공경하는 유교적 가치관을 가졌으면 모두 유림이다”라는 황당한 주장들을 했고, 우리나라의 종교 행정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관계자는 “1천만 유림이 맞는 얘기냐?”고 되묻기도 했으며, 철저한 자기반성과 혁신이라는 어려운 길 대신 ‘숫자 부풀리기’라는 손쉬운 거짓말을 택한 성균관의 무모함은 ‘두 배 뻥튀기’로 이어지고 있다.
수백 년간 우리 사회의 도덕적 나침반 역할을 해온 유교 정신의 핵심은 ‘성(誠)’과 ‘경(敬)’, 즉 자신을 속이지 않는 성실함과 정직함에 있으나 지금의 성균관 집행부는 『논어』를 비롯한 유교 성현들의 경전 속에 담긴 뜻을 외면하며 우리 스스로를 ‘우스개 소리를 하는 집단’으로 만들어 왔다.
지금이라도 최면에서 깨어나 동창회, 산악회, 조기축구회 등에서 하는 방식처럼 단 한 사람의 회원이라도 더 늘리겠다는 선언과 연간 사업계획이라도 세워 나가야 한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유림 숫자를 이 정도로는 꼭 늘리겠다’는 약속 한 마디 없이 자리만 지키면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말하고, 움직여야 유림도 인정하고, 국민도 믿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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