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로 지정된 대전 둔산14구역에서 주민대표단 구성 절차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토지등소유자는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별도의 공개 선출이나 검증 절차 없이 기존 추진준비위원들을 중심으로 주민대표단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둔산14구역은 공작한양아파트와 한가람아파트를 묶은 통합재건축 구역이다.
추진준비위원회가 지난 8월 3일 공고한 ‘제10차 회의 결과’에 따르면 추진준비위는 7월 31일 재적위원 22명 가운데 21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기존 추진준비위원회를 주민대표단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추진준비위는 소유자들의 참여 기회 확대와 형평성·공정성 확보, 특별정비계획 수립의 시급성, 사업의 연속성, 법적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대표단 명단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당장 일괄 공개하지 않고 향후 주민대표단 구성 절차에 따라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업 방식은 주민대표단 구성 이후 주민총회와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추진준비위는 지난 8월 4일 대전시에 주민대표단 구성 동의서 검인을 신청한 뒤 보완 절차를 거쳤으며, 9월 8일 검인동의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주민대표단 구성을 위한 소유자 동의를 받는 단계다.
◇ 소유자들 “누가 대표하는지 알고 동의해야”
일부 소유자들은 주민대표단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기존 추진준비위원들의 의결만으로 구성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아파트 내부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현수막을 게시하며 주민대표단 명단과 운영규정, 선임 절차 등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단지에는 “동의서 제출로 권리를 빼앗길 수 있습니다”, “왜 집주인의 권리를 빼앗겨야 합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걸렸다.
소유자들은 배포한 안내문을 통해 “소유자 동의도 없이 주민대표단 명단을 정해 시청에 제출했다”며 “주민대표단 구성원의 경력과 범죄 이력 여부 등을 검증한 뒤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대표단이 사업시행자와 예비사업시행자 선정·변경, 특별정비계획 작성, 조합 구성 준비 등에 관여할 수 있는 법정기구인 만큼 구성원의 자격과 선임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소유자는 “소유자의 재산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민대표단이라면 누가 참여하는지 공개하고 소유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명단과 운영규정조차 알지 못한 채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직접 선출 규정 없는 주민대표단…투명한 구성 절차가 쟁점
주민대표단은 2026년 8월 4일 시행된 개정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법적 지위를 갖게 된 기구다.
법에 따르면 주민대표단은 대표자 1명과 감사를 포함해 5명 이상 25명 이하로 구성된다. 주민대표단으로 승인받으려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와 지정권자인 대전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검인동의서를 발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주민대표단 구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검인은 동의서의 기재사항 등을 확인하고 일련번호를 부여하는 절차로, 이후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와 대전시장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현행법에는 주민대표단 구성원을 소유자의 직접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그렇다고 기존 추진준비위원들이 소유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주민대표단 구성원을 임의로 정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민대표단은 재건축 사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소유자의 재산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정기구다. 직접 선출 방식이 법에 규정돼 있지 않을수록 구성원 명단과 선임 근거, 이해관계, 교체·해임 절차를 소유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령에 따르면 주민대표단 구성 동의서에는 대표자와 감사, 단원의 성명과 주소를 비롯해 주민대표단의 업무와 운영규정 등이 포함돼야 한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기존 추진준비위원들이 주민대표단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데만 있지 않다. 소유자들이 대표단 구성원과 운영 방식을 충분히 확인한 상태에서 실질적인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 선도지구 동의의 대표단 동의 인정 여부도 쟁점
둔산14구역은 선도지구 선정 당시 96%대의 높은 주민 동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특별법에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선도지구 지정 동의를 주민대표단 구성 동의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한 특례가 마련돼 있다. 주민대표단 구성 동의를 선도지구 지정 동의로 인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특례가 둔산14구역에 실제 적용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기존 동의가 주민대표단 구성 동의로도 인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소유자들에게 사전에 알렸는지, 동의 철회 기간과 방법을 안내했는지가 판단의 핵심이다.
주민대표단 구성에 대한 동의는 승인 신청 전까지 법령이 정한 방식으로 철회할 수 있다.
일부 소유자들은 “추진준비위의 검인 신청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대전시에 검인 보류와 행정지도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인동의서가 늦은 시간까지 출력된 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 대전시 “아직 승인 전…운영규정·동의율 확인”
대전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둔산14구역 주민대표단은 아직 구성·승인된 단계가 아니며, 현재 구성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대표단 구성 과정과 관련한 주민 민원이 접수되고 있으며, 주민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운영규정과 소유자 동의율 확보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인동의서가 밤 10시를 넘겨 발급됐다는 일부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오후 5시 50분께 약 4천 장에 이르는 양면 출력을 시작했고, 출력 작업이 오후 10시께 끝난 것”이라고 답했다.
◇ 추진위 “과반수 동의로 최종 결정”
추진위 측은 기존 추진준비위원들을 중심으로 주민대표단을 구성한 데 대해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특별정비계획 수립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대표단 구성안을 추진준비위원회 회의를 통해 의결했고 그 결과도 공고했다”며 소유자들 몰래 주민대표단을 구성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민대표단 구성원의 성명과 운영규정 등이 검인동의서에 포함돼 있어 소유자들이 동의서를 제출하기 전에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대표단은 추진위의 의결만으로 법적 지위를 얻는 것이 아니라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와 대전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최종적인 구성 여부는 소유자들의 동의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추진위 측은 주민들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향후 설명과 의견수렴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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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진준비위원회 반론
보도 이후 둔산14구역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주민대표단 구성안은 추진위가 의결했지만, 법적 구성은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와 대전시장의 승인을 받아야 확정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검인동의서에 대표자·감사·단원의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 운영규정이 기재돼 있으며 주요 경력도 공개했다”며 명단과 운영규정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행법에는 주민대표단을 직접선거로 뽑거나 구성원의 범죄경력을 전체 소유자에게 공개하도록 한 규정이 없다”며 “주민대표단 구성에 동의하더라도 소유권이나 법정 재산권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편집자 註: 위 내용은 추진준비위원회가 보내온 반론을 요약해 기사에 추가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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