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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유교랜드, ‘아름다운 필사 최현길 고지도 재초대전’ 개최

퇴색한 고지도에 색과 생명 되살린 필생의 작업
연습 그림·필사 도구 함께 전시…유족 “상설 전시장 마련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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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신문) 박병섭 기자 = 조선시대 고지도의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아름다운 필사, 최현길 고지도 재초대전’이 오는 10월 16일까지 안동 유교랜드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가 개최하고 안동시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열린 전시의 후속 행사다. 관람객들의 관심에 힘입어 최현길 선생의 필사 고지도를 다시 선보이게 됐다.

 

고지도와 옛지도는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범위에는 차이가 있다. 옛지도는 오래전에 제작된 지도를 폭넓게 일컫는 말이다. 고지도는 주로 근대식 측량지도 이전에 판각하거나 먹과 색으로 그린 지도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고지도는 산과 강, 고을과 길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그림지도’의 성격이 강하다. 고을 전체의 지형은 풍수적 관점에서 압축해 보여주면서 읍성 안팎의 주요 시설은 세밀하게 담았다.

 

지도에는 향교와 사직단, 여단, 성황당을 비롯해 역원과 군사시설, 도로와 거리 정보 등이 기록돼 있다. 당시의 행정체계와 통치 이념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생활상까지 살펴볼 수 있는 역사자료다.

 

◇ 빛바랜 고지도에 색과 생명을 더하다

 

최현길 선생은 한지공예가인 아내 전경희 씨의 작업을 돕기 위해 민화를 그리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펴낸 고지도 영인본을 접했다.

 

오랜 세월로 색이 바래거나 일부가 훼손된 고지도를 본 그는 옛 지도의 모습을 되살리는 작업에 나섰다. 원본에 가까운 필사를 위해 매일 아침 2시간씩 3년 동안 한자를 연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양평에 살던 최 선생은 아내와 함께 전남 순천 낙안읍성으로 거처를 옮기고 초가에 작업장을 마련했다. 관광객이 많은 환경에서 작업에 몰두하기 어렵자 전남 고흥 하도에 별도의 작업장을 마련해 필사를 이어갔다.

 

당뇨와 고혈압 합병증으로 세 차례 혼수상태에 빠지고 시력까지 나빠졌지만 붓을 놓지 않았다. 그의 작업은 옛 지도를 그대로 베끼는 데 머물지 않고 퇴색하거나 훼손된 부분을 되살리는 복원에 가까웠다.

 

최 선생은 영인본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을 살피기 위해 규장각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영인본 편찬 책임자였던 이기봉 박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 박사는 최 선생의 필사 작업이 지닌 학술적·문화적 가치를 일찍이 인정했다.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최 선생의 작품 기탁을 도왔고, 2019년 ‘아름다운 필사, 최현길 고지도’ 특별전과 해설 도록 제작에도 힘을 보탰다.

 

 

◇ “수장고 아닌 전시장에서 시민과 만나야”

 

전경희 씨는 남편이 남긴 필사 고지도가 수장고에 머무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작품이 다소 낡거나 구겨지더라도 더 많은 시민이 직접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고향 안동으로 돌아온 전씨는 방과 후 학교 교사로 활동했다. 작품 전시 기회를 찾던 중 안동 예끼마을 근민당 갤러리에서 첫 전시를 열었고, 이후 유교랜드 전시로 이어졌다.

 

전씨는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대동여지도’에 앞서 그린 ‘동여도’를 필사한 작품은 가로 4m, 세로 7m에 달한다”며 “전시장 공간이 부족해 작품 전체를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는 고지도 필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연습 그림과 고인이 사용했던 필사 도구도 함께 선보였다”며 “관람객들에게 작품과 작업 과정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 개인이 병마와 싸우면서도 붓을 놓지 않고 되살린 고지도를 통해 우리 지도의 기록적 가치와 회화적 아름다움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다. 유족은 최현길 선생의 작품을 지속해서 공개할 수 있는 상설 전시 공간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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