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신문) 김정기 기자 = 우리나라 화장률이 94%에 이르면서 화장문화 확대와 함께 기존 묘소의 관리 방식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화장률은 94.0%로, 사망자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화장을 선택했다. 1993년 19.1%였던 화장률은 2000년 33.5%로 높아졌으며, 2005년에는 매장률을 처음 넘어섰다.
화장 중심의 장례문화가 자리 잡았지만 기존 묘소 관리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5년 지적통계에 따르면 지목이 ‘묘지’로 분류된 토지는 283.3㎢다. 서울시 전체 면적 605.2㎢의 46.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수치는 토지대장상 지목이 묘지인 토지를 집계한 것으로, 임야나 전답 등에 조성된 분묘까지 포함한 실제 분묘 면적과는 차이가 있다.
가족 규모가 줄고 후손들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여러 지역에 흩어진 묘소를 관리하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고령의 후손들이 벌초와 성묘를 위해 산길을 오르내리는 일도 쉽지 않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러한 고민이 오늘날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퇴계선생언행록』에는 제자 김부륜이 퇴계 이황에게 여러 묘소를 차례로 찾아 제사를 지내면 근력이 지치고 정성과 공경이 해이해질 수 있다며 재실에서 합동으로 제사를 지내도 되는지를 묻는 내용이 담겨 있다.
퇴계는 “무방하다”고 답했다. 정결한 곳에 제단을 설치해 함께 제사를 지내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욱 옳다”고 했다.
퇴계는 “옛사람은 정성이 있는 곳을 신이 임하는 곳으로 여겼다”며 제사를 반드시 묘소에서 지내야 하는 것은 옛 예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안동 지역 종가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안동김씨 보백당종가는 20여 년 전부터 산에 흩어진 묘소를 일일이 찾는 대신 재실에서 여러 조상의 묘제를 함께 지내고 있다. 진성이씨 퇴계종가와 노송정종가도 종택 제청에서 위패를 모시고 합동 묘제를 올리고 있다.
진성이씨 주촌종가는 2016년 종택 뒤편에 추모제단을 마련해 현재 50여 위의 조상을 함께 모시고 있다.
주촌종가 종손 이세준 씨는 고조부 묘소까지 벌초를 이어가고, 그 윗대 묘소는 벌초하지 않은 채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묘소를 파묘해 다른 시설로 옮기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화장문화 확대는 장례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조성된 묘소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 관리할 것인지, 후손들의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함께 요구된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묘제를 묘소에서 지내야 할지, 묘소를 남겨야 한다면 어디까지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는 퇴계의 기록과 안동 지역 종가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올해 추석에는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는 것과 함께 남아 있는 묘소를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가족과 함께 생각해볼 때”라고 말했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