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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민주주의 저자 백왕순 인터뷰①】 유기적 세계관과 모자이크민주주의

정치철학의 부재와 ‘87년 체제’의 한계 … 적대적 이분법 세계관
연결·변화·다름을 바탕으로 한 정치 철학, ‘유기적 세계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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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신문) 김철우 기자 = 《모자이크민주주의》를 펴낸 백왕순 대표는 갈등과 진영 대립이 심화된 한국 정치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를 인정하고 연결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을 제안한다. 본지는 백 대표가 제안한 ‘모자이크민주주의’ 철학과 탄생 배경, 87년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 ‘3분의 2 합의제’ 구상을 살펴본다. 또 한반도 평화·기후위기·AI 시대의 민주주의 과제와 ‘연결된 책임’의 의미를 짚고, 세대순환과 조율을 강조하는 새로운 리더십 구상도 함께 조명한다. 이를 위해 백 대표 인터뷰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모자이크 민주주의》의 저자 백왕순 대표가 말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출발점은 ‘민주주의 위기’이다. 민주주의 위기는 곧 ‘주권의 위기’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의 본령은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데 있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나와 생각이 달라도 상대를 동등한 주체로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색깔과 모양을 지닌 작은 조각들이 각자의 빛깔을 잃지 않은 채 모여 하나의 모자이크 작품을 완성하듯, 민주주의 역시 서로 다른 생각을 억지로 통합하기보다 차이를 인정하고 연결하는 과정이다.

 

백 대표는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어느덧 40년이 흐른 ‘87년 민주주의’는 이제 오늘의 시대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낡은 항아리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진영의 성벽을 높이 쌓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배척하고 절멸시키려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세상을 흑백논리로 재단하고 끝없이 대립하게 만드는 ‘이분법 세계관’이 위기의 핵심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산에서 성장한 그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노동운동을 거쳐 언론계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론조사 분야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이후 법륜 스님과의 인연을 계기로 인간과 사회, 세상을 향해 오랫동안 품어온 철학적 물음을 치열하게 파고들었으며, 마침내 이분법적 세계관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철학인 ‘유기적 세계관’을 정립했다.

 

《모자이크 민주주의》는 이러한 그의 오랜 사유와 치열한 문제의식을 정치·사회 영역으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유기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정치 제도의 혁신은 물론, 한반도 평화, 기후위기, AI와 로봇 시대의 도전, 세대 문제와 미래 리더십까지 포괄하며 새로운 시대의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 백왕순은 현재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은 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왜 지금 《모자이크 민주주의》인가.

 

“지금 우리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있습니다. 기후·생태환경의 위기가 닥쳐왔고, AI를 비롯한 기술혁명의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그런데 이런 시대적 난제를 풀어 가야 할 정치는 여전히 진영으로 나뉘어 극한의 대결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낡은 방식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컸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선도국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 화려한 외형과 달리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대결은 대전환의 시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민주주의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백 대표는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영 대결과 국민 분열, 양극화의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와 연결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알고리즘이 이용자가 선호하는 정보만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필터 버블’이 정치적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Q. 왜 이름이 ‘모자이크’인가.

 

“모자이크를 보면 조각 하나하나가 전부 다릅니다. 색도 다르고 형태도 제각각이죠. 하지만 그 조각들이 고유한 개성을 유지한 채 서로 맞물려 연결될 때 비로소 아름다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합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나와 같은 색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색을 지닌 그대로 인정하고 조화롭게 연결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입니다.”

 

‘모자이크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다. 백 대표도 책에서 이 사실을 밝히고 있다. 토플러가 정보화 사회에서 거대 대중보다 개별 시민과 다양한 소수 집단의 분화된 목소리가 중요해지는 현상을 포착했다면, 백 대표는 이 개념을 한국 정치를 넘어 글로벌 갈등과 대결,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시대의 문명적 위기를 돌파하는 포괄적 대안으로 확장시켰다.

 

Q. 모자이크민주주의의 철학적 토대는 무엇인가.

 

“‘유기적 세계관’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너와 나’를 가르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갇혀 세상을 흑백논리로 재단하고 적대시합니다. 유기적 세계관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세상은 서로 긴밀히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라는 것. 둘째, 모든 존재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 셋째, 서로 달라 이 세상에 똑같은 존재는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거치며 물질과 의식,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법륜 스님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모두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생명적 자각에 이르렀고, 이를 자신의 사상적 기초로 정립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Q.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면 개인의 자유가 약해질 수도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모자이크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으로 ‘자유·대등·상생’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개인이 자유롭고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각 주체가 서로 대등해야 합니다. 여기서 대등하다는 것은 획일적인 평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동등한 인격과 권리로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Q. ‘상생’은 무엇을 의미하나.

 

“나 혼자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사는 것입니다. 저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같이 살아남는 것’을 넘어, 모두가 존엄하게 ‘같이 잘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

 

백 대표가 ‘자유·대등·상생’과 함께 제시한 3대 지향 가치는 ‘생명·평화·행복’이다.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생명 전체의 순환을 존중하고, 개인의 평화에서 출발해 사회·한반도·세계 평화로 지평을 넓혀 마침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행복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Q. 87년 체제를 부정하는 주장인가.

 

“결코 아닙니다. 87년 체제는 우리 현대사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한 위대한 성과입니다. 그 성과 자체를 폄훼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비약적으로 변화했음에도 40년 전의 낡은 정치 문법과 권력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87년 체제는 이미 시대적 소명을 다했습니다. 문명사적 대전환의 파고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정치 틀이 필요합니다.”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은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골자로, 비상조치권 및 국회해산권 폐지, 국정감사권 부활 등을 제도화했다. 현행 헌법은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Q.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부터 바꿔야 하나.

 

“어느 한 가지만 바꿔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사람의 ‘의식’,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삼위일체로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의식의 전환’은 이분법을 넘어 유기적 세계관으로 사고의 틀을 재정립하는 것이고, ‘제도와 시스템의 전환’은 승자독식을 끝내고 연합과 협치가 가능한 합의제 민주주의와 개헌을 이루는 것이며, ‘삶의 터전의 전환’은 한반도 평화 정착, 기후·생태위기 극복, 그리고 AI 시대에 부합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는 사람의 의식이 유기적 세계관으로 바뀌어 협치할 준비가 되어 있어도, 제도가 승자독식의 극한 대결을 부추긴다면 협치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제도와 시스템이 협치 구조로 개편된다 한들, 사람들의 의식이 여전히 진영과 이분법에 갇혀 있다면 결국 그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말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의식과 제도가 바뀌어 모자이크 민주주의의 기틀을 닦는다 해도,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상존하거나 기후위기가 생존을 위협하고 AI가 인간의 존엄성을 흔든다면 모자이크 민주주의의 실현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Q. 모자이크민주주의는 완성된 이론적 모델인가.

 

“철학적·원리적 제안으로서는 분명 완결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다름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었고, 진영 간의 대결과 전쟁이 일상화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주권의 위기이며, 나라의 주인이어야 할 국민이 주체로 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세우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역사적 소명이며,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모자이크 민주주의》입니다. 그러나 실천의 영역에서 본다면 이는 결코 완성형이 아닙니다. 진정한 모자이크 민주주의는 깨어 있는 주권자들이 함께 채워나가고 완성해 가는 열린 과정입니다.”

 

백 대표는 자신이 펴낸 책을 ‘모자이크민주주의의 씨앗’이라고 표현했다. 이 작은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무성한 잎과 줄기를 뻗어 마침내 울창한 거목으로 자라나길 기대하고 있다. 그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명징하다. “민주주의의 대위기 시대, 우리는 어떻게 함께 공존하고 번영할 것인가?” 《모자이크 민주주의》는 그 물음에 대한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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