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유교신문) 김정기 기자 = 국산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시장 판도를 바꾸려면 한 달 치료비가 10만 원 안팎까지 낮아져야 한다는 의료계 의견이 나왔다. 약물만으로 체중 감량에 따른 근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는 “절대 믿지 않는다”는 강한 반론도 제기됐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장형우 교수는 23일 세계일보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의사소통’ 16회에 출연해 국산 비만 치료제의 가격 경쟁력과 근손실 문제, 해외 처방 의약품 단속 등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영상 제목은 ‘“전 절대 안 믿습니다”, 국산 비만약 ‘에페’의 실체?’다. 제목에 등장하는 “절대 안 믿는다”는 표현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효능 전체를 부정한 말이 아니라, 약물이 근손실을 줄여준다는 주장에 대한 장 교수의 반응이다.
◇“10만 원대 후반이면 기존 치료제와 차별성 없어”
장 교수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가격을 꼽았다.
그는 체질량지수(BMI) 27∼29 수준의 경도·중등도 비만 환자까지 치료에 참여하려면 가격이 10만 원 안팎으로 형성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장 교수는 “19만9000원 정도라면 그냥 흉내만 내는 것”이라며 기존 글로벌 비만 치료제와 비교해 확실한 가격 차이가 있어야 시장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만 치료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제한적이어서 환자가 비용 대부분을 부담한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약효와 함께 가격이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영상에서 언급된 10만 원 안팎은 장 교수가 제시한 가격 경쟁력의 기준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최종 판매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장형우 교수 “근손실 막는 방법은 운동”
장 교수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다른 비만 치료제보다 근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체중이 줄면 신체를 지탱하던 중력과 기계적 부하도 감소하기 때문에 근육량이 함께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 자체가 이 같은 신체 변화를 막아줄 수 있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전 절대 안 믿는다”면서 근육을 지키려면 약물에 기대기보다 저항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운동 방법으로 트레드밀과 등·하체 등 대근육 위주의 근력운동을 소개했다. 운동 시간은 약 40∼50분으로,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운동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처방 의약품 단속,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장 교수는 일본에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를 처방받아 국내로 가져오는 이른바 ‘스시자로’ 현상에 대한 정부 단속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환자가 해외 의료기관에서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자가 사용 목적의 의약품까지 압수하는 조치가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장 교수는 이 같은 단속이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글로벌 제약사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는 제약사에도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고려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외에서 처방받은 의약품은 국내 반입 과정에서 자가 치료 목적과 수량 등 관련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냉장 보관이 필요한 의약품은 운송 과정에서 품질과 안전성이 유지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비만은 의지 부족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
장 교수는 명절마다 비만 환자에게 쏟아지는 주변의 간섭과 편견에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명절이라고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일상적인 식사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름진 명절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위장 장애로 응급실을 찾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족과 친척이 비만을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몰아붙이는 태도에는 “오지랖을 부리지 말고, 정 걱정된다면 비만약을 살 돈이나 보태달라고 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비만은 개인의 나태함이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의학적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과거 위소매절제술을 받은 뒤 다시 체중이 증가하자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사용해 약 40㎏을 감량한 경험을 여러 방송에서 공개해 왔다. 이번 영상에서도 비만 환자가 약물이나 수술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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