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향을 다니다 보면 사당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만난다. 선현을 모시는 뜻은 같아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제례에 참여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지난 4월 7일 해남군 화원면 화봉리 초동마을 월봉사에서 열린 춘향은 그중에서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월봉사는 김해김씨 감무공파의 파조 김익경의 후손 가운데 찬성사 김석, 교리 김희문과 김광신, 진사 김택남 등 네 분을 모신 사당이다. 이날 제향은 해남향교가 주관했고, 나는 집례를 맡아 의식의 순서를 알리는 홀기를 읽었다.
제관 분정기를 낭독한 뒤 전폐례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음복례, 망예례가 차례로 이어졌다. 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문중 후손들의 참여였다. 김대중 씨를 비롯해 김원근·김필중·김필성·김원형·김원철 씨 등 여러 후손이 찬인과 제집사를 맡아 직접 제향에 참여했다.
제향에는 정해진 예법이 있다. 향을 피우고 술잔을 올리는 순서도, 사람마다 맡는 역할도 중요하다. 그 순서를 진행하며 생각했다. 의례가 계속되려면 절차를 아는 사람뿐 아니라 그 일을 맡으러 오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월봉사에서는 후손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상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당에 찾아와 제관을 안내하고 제향에 필요한 일을 함께했다. 선조를 기리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제향 뒤 김문재 해남향교 전교는 “김해김씨 감무공파 후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조상에 대한 예를 다하는 모습을 보며, 조상의 덕이 후손들에게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항열 원장의 감사 인사와 김대중 씨의 다짐도 후손들의 참여를 돌아보게 했다. 함께한 향교 유림들 역시 후손들이 직접 역할을 맡은 모습을 반겼다.
나는 월봉사에서 제례의 전통이 의식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선조를 모신 사당을 찾아오고, 맡은 일을 배우고, 다음 제향에도 다시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경험은 후손에게 자신의 뿌리를 익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전통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늘의 사람들이 시간을 내어 그 자리를 지킬 때 다음 세대에 전해진다. 올해 월봉사에서 내가 본 것은 바로 그 자리로 향한 후손들의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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