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하늘 아래로 아침 해가 떠오른다. 옅은 안개가 대지를 감싸고, 그 사이로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온 듯한 바오밥나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한 장의 사진이지만 그 안에는 아프리카의 대지와 빛, 생명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작가 조동희가 바라본 아프리카다.
조동희 작가의 사진전 ‘휴먼, 아프리카(Human, Africa)’가 오는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신촌 Cafe Papa Gallery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풍광만을 보여주는 여행 사진전과는 조금 다르다. 작가가 직접 아프리카의 대지를 밟으며 만난 자연과 빛, 생명의 순간들을 자신의 시선으로 기록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이번 여정에서 에티오피아와 마다가스카르, 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약 42일간 돌았다.
일반적인 여행상품을 따라가는 관광이 아니었다. 함께한 일행들과 현지 상황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며 움직였다. 숙소와 음식이 마음에 맞지 않을 때도 있었고 언어의 장벽도 있었다. 그럴 때면 준비해 간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고, 때로는 한국 음식점을 찾아 모처럼 익숙한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알아듣지 못하면 천천히 다시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하고, 그렇게 사람들과 부딪치며 길을 이어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편안한 여행이 아니었다. 아프리카를 직접 느끼는 것이었다.
“특별히 무엇을 찾으려고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아프리카를 느끼고 싶었어요”
그 말처럼 그의 카메라는 유명 관광지만을 향하지 않았다.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와 나미비아의 붉은 사막, 광활한 대지와 야생의 풍경을 담는 한편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특히 작가의 기억에 남은 것은 아이들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과 맑은 눈빛,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삶은 거대한 자연 못지않게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제목도 단순히 ‘아프리카’가 아니다. ‘휴먼, 아프리카’다.
아프리카의 장엄한 풍경 너머에 살아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 작가는 여행 중 음식을 조금 넉넉하게 마련해 남은 것을 챙겨두었다가 길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고 회상한다. 차가 멈추면 아이들이 모여들던 모습 역시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카메라는 그런 순간을 기록한다.
그러나 그가 사진에 담고 싶었던 것은 가난 그 자체가 아니었다. 힘겨운 환경 속에서도 이어지는 삶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웃음, 그리고 생명의 힘이었다. 전시를 소개하는 글에서도 작가는 아프리카를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생명의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와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거대한 거울로 바라본다.
조동희 작가와 사진의 인연은 오래됐다. 중학교 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가까이했다. 좋아하던 등산과 여행 역시 자연스럽게 사진으로 이어졌다. 그에게 여행과 사진은 그렇게 하나가 됐다.
조 작가는 드론이 국내 사진가들에게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드론 촬영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번 아프리카 여정에서도 하늘에서 바라본 대지의 모습은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어도 원하는 장면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가 떠오르는 시간, 안개의 움직임, 빛의 방향과 날씨가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한 장면이 완성된다.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바오밥 풍경 역시 그런 기다림 끝에 만난 순간이다.
조 작가에게 아프리카는 처음이 아니다. 수년 전에도 마다가스카르를 찾았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아프리카로 향했다.
왜 다시 그 먼 곳으로 갔을까. 그가 반복해서 이야기한 것은 ‘매력’이었다. 유럽이나 다른 여행지에서 느낄 수 없는 아프리카만의 독특한 자연과 사람, 예측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다시 그를 불러들였다. 무언가 정해진 답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기보다 그 땅에 들어가 직접 보고, 만나고, 느끼기 위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돌아다닌 그의 곁에는 가족이 있었다. 특히 아내 정진채 씨는 긴 사진 인생을 함께해 온 동반자다. 아내 역시 동양화를 하는 예술인이고, 자녀들도 미디어 아트와 동양화, 웹툰 등 각자의 영역에서 예술을 가까이하고 있다. 사진과 그림, 새로운 미디어가 한 가족의 일상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셈이다.
세상의 수많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온 조동희 작가. 그가 이번에 보여주려는 것은 유명 관광지의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니다. 안개를 뚫고 떠오르는 태양과 바오밥나무,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사막,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아이들의 눈빛까지, 그에게 아프리카는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세계였다. 그래서 그의 말은 짧지만 이번 전시 전체를 관통한다.
“아프리카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가 느낀 아프리카는 이제 사진이 되어 관람객을 기다린다.
한 장의 사진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낯선 대륙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삶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조동희 작가가 카메라를 통해 전하려는 ‘휴먼, 아프리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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