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유교신문) 김정기 기자 =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발생한 사건에서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처음 접근한 수단은 전화와 문자가 94%에 달했다. 사기 계좌를 지급정지해도 피해금 환급률은 20%대에 머물러, 범죄가 시작되는 통신망에서부터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25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8545억원보다 47.2% 늘었으며, 2023년 4472억원의 약 2.8배에 이른다.
피해자 한 명이 잃은 돈도 커졌다. 1인당 평균 피해액은 2016년 862만원에서 지난해 5384만원으로 약 6.2배 증가했다.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한 ‘기관사칭형’ 피해액은 지난해 9884억원으로 전체의 78.6%를 차지했다.
보이스피싱이 고령층만의 문제라는 인식도 실제 피해 현황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20대 이하 피해는 5770건으로, 60대 5801건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사칭 대상과 접근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연령에 관계없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셈이다.
피해자가 범죄자를 처음 만나는 곳은 대부분 전화기 안이었다. 경찰청이 파악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보이스피싱 8584건 중 7841건은 전화, 223건은 문자메시지로 접근했다. 두 수단을 합치면 8064건으로 전체의 93.9%다.
발신번호를 바꿔 거는 전화도 계속 차단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차단된 발신번호 변작 시도는 72만65건이었다. 8개월간의 차단 건수가 지난해 연간 실적 67만7735건을 이미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은 소비자에게 또 다른 불안을 안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에서 기존에 알려진 유출 외에 소비자 주문정보 3만2262건이 추가로 유출된 사실이 신고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유출 항목에는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뿐 아니라 주소, 배송 메모, 주문 상세 정보 등이 포함됐다.
주문 내역을 아는 듯한 연락이 온다면 소비자가 실제 업체의 안내와 사칭 연락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29CM의 유출 경위와 규모를 조사 중이다. 이번 유출 정보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가 발생한 뒤 돈을 되찾는 일도 쉽지 않다. 금융회사가 사기 이용계좌로 의심해 지급정지한 계좌는 지난해 10만2307건으로 처음 10만 건을 넘었다. 같은 해 금융감독원 집계상 피해 환급액은 1142억원, 환급률은 26.3%였다. 이 환급률은 금융감독원의 피해 구제 집계 기준이므로 경찰청의 전체 피해액과 직접 비교해 산출한 비율은 아니다.
정부 대책 이후 범죄가 줄어든 흐름도 확인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9%, 피해액은 43.2% 감소했다. 정부는 범행 전화번호를 10분 이내에 차단하는 긴급차단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연간 피해가 1조원을 넘었던 지난해의 통계와 최근의 감소 추세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손 의원은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할 배상제도와 함께 이동통신사의 대포폰 차단, 발신번호 변작 필터링, 대량 문자 중계 관리 등 사전 예방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금이 빠져나간 계좌를 뒤늦게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사칭 전화와 문자가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과정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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