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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홍주향교 칠의사, 제향을 넘어 배움으로 이어갈 정신

향교와 문묘를 지킨 일곱 유생의 절의…학술연구와 교육으로 계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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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의 홍주향교는 성현을 모시고 지역의 인재를 길러온 유교문화의 터전이다. 향교는 공자와 선현에게 제사를 올리는 공간이자, 유생들이 학문을 익히고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배우던 교육기관이었다. 지역민에게는 예절과 공동체의 질서를 함께 나누는 장소이기도 했다.

 

홍주향교를 이야기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이들이 있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 당시 향교와 문묘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일곱 유생, 칠의사(七義士)다. 오경근·최민지·방세응·방석규·이준복·서종득·최학신이 그들이다.

 

이들은 향교에서 공부하던 재생(齋生)이었다. 재생은 향교에 머물며 학문을 닦던 유생을 뜻한다. 이들에게 향교는 공부하는 건물을 넘어 성현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삶의 터전이었다.

 

1894년은 조선 사회가 격변하던 때였다. 탐관오리의 수탈과 외세의 침략에 맞선 동학농민운동이 확산하면서 홍주 지역도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칠의사의 희생 역시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살펴야 한다.

 

향교에 전하는 칠의사의 이야기는 성현을 모신 문묘를 지키겠다는 결의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향교를 떠나지 않았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 후대 유림은 그 선택을 의로운 도리를 지키다 순절한 행위로 기억해 왔다.

 

칠의사를 기리는 핵심은 살신순의(殺身殉義)에 있다. 자신의 생명보다 마땅히 지켜야 할 의를 앞세웠다는 뜻이다. 학문으로 익힌 가치를 삶의 위기 앞에서 실천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며, 공동체를 위해 어떤 책임을 감당할 것인가.

 

그렇다고 칠의사의 희생을 기리는 일이 동학농민운동 전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당시의 사회적 모순과 민중의 요구를 살피면서, 그 과정에서 희생된 유생들의 삶과 선택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충실히 연구할 때 추모의 의미도 깊어진다.

 

홍주향교에는 칠의사의 사적을 전하는 현판과 칠의비가 남아 있다. 지역 유림은 제향을 통해 일곱 유생의 이름과 절의를 이어왔다. 이 기록과 추모의 전통은 칠의사가 과거의 인물에 머물지 않고 지역 공동체의 기억으로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제향과 함께 연구와 교육의 기반을 넓혀야 한다. 먼저 현판과 비문, 관련 문헌을 조사하고 원문을 정확히 판독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건의 경위와 인물별 생애, 순절 날짜, 기념물의 건립 과정도 자료를 대조해 정리해야 한다. 충실한 고증은 칠의사의 정신을 올바르게 전하는 출발점이다.

 

학술대회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향교와 지역사 연구자, 동학농민운동 연구자 등이 함께 참여해 당시 홍주 사회와 유생들의 활동을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 추모의 뜻에 학술적 성과가 더해질 때 후대에 전할 설명도 더욱 분명해진다.

 

지속적인 사업을 맡을 기념사업회 구성도 필요하다. 향교와 후손, 지방자치단체, 학계가 함께 자료 수집과 보존, 교육과 전시를 추진한다면 개별적인 노력에 머물던 계승 사업을 체계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청소년 교육은 칠의사의 이야기를 오늘의 삶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름과 연도를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실천하는 일과 공동체를 위한 책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야 한다. 향교 현장교육, 비문 읽기, 지역사 탐구 등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문화콘텐츠 역시 기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교재와 전시,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칠의사의 삶을 소개하되, 확인된 사실과 후대의 해석을 구분해야 한다. 기념공간 조성이나 문화유산 지정 검토도 이러한 연구와 보존 작업을 토대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향일 변경 문제도 충분한 고증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 순절일의 음력·양력 여부를 확인하고, 오랫동안 이어온 제향의 내력과 유림·후손의 의견을 함께 살펴야 한다. 정확한 기록과 공동체의 합의가 갖춰질 때 기념의 의미도 온전히 이어질 수 있다.

 

칠의사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과거의 희생을 되풀이해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려는 태도로 이어져야 한다.

 

홍주향교 칠의사는 지역의 기억이자 다음 세대와 나눌 정신문화유산이다. 제향으로 이름을 기리고, 연구로 역사를 밝히며, 교육으로 그 뜻을 전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일곱 유생의 절의를 오늘의 삶 속에 이어가는 길이다.

 

글쓴이 = 오영택 해주오씨대종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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