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민주주의》의 저자 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대표와의 3번째 인터뷰에서는 ‘평화‧기후‧AI 대전환 시대’의 해법을 들어봤다. 백 대표가 제안한 모자이크 민주주의는 정치 제도 개혁을 넘어 한반도 평화, 기후·생태위기, AI 혁명까지 핵심 의제를 확장한다. 그는 인간과 자연, 기술과 사회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유기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대결과 배제의 정치를 넘어 대전환 시대의 공존과 상생의 질서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편집자 주>
(유교신문) 김철우 기자 = 백왕순 대표가 저서 《모자이크 민주주의》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기후·생태위기, 인공지능(AI) 혁명까지 포괄해 다룬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제도를 다루는 책이라면 통상 국회와 정당, 선거제도 개혁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백 대표가 바라보는 민주주의의 지평은 훨씬 넓다. 정치가 궁극적으로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전쟁과 기후재난, 기술혁명처럼 시민의 생존과 삶의 기반 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문명사적 과제 역시 민주주의의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왜 현실 정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후위기와 AI 기술까지 민주주의의 문제로 포괄하는가.
“시민의 의식과 사회 제도·시스템을 바꾸어 모자이크 민주주의의 기틀을 닦는다 해도,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거나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AI가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부터 흔든다면 민주주의의 실현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삶의 터전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동시에 기후·생태위기와 AI 혁명이라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해법 역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유기적 세계관’과 협치에 기반한 ‘모자이크민주주의’에서 출발해야만 찾을 수 있습니다.”
백 대표는 의식과 제도, 삶의 터전이라는 세 영역의 전환이 결코 따로 굴러갈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시민의 의식이 ‘다름과 다양성의 존중’으로 성숙하고, 정치 시스템이 ‘대화와 협치의 구조’로 탈바꿈하며, 그 삶의 터전인 한반도와 지구 생태계, 그리고 다가올 AI 시대가 평화롭고 지속 가능할 때 비로소 모자이크 민주주의가 온전히 꽃필 수 있다는 설명이다.
Q. 한반도 평화문제와 모자이크 민주주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는 순간 민주주의는 완전히 붕괴합니다. 전쟁은 곧 문명의 파괴이자 민주주의의 파멸입니다. 모자이크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유기적 세계관은 북한을 ‘영원히 없애야 할 적’으로 고정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는 핵과 군사적 위협이 실재하는 엄혹한 대결 관계이지만,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분단 80년은 찰나에 불과합니다. 남과 북은 한 핏줄을 나눈 한민족이자, 평화와 통일을 향해 함께 가야 할 공존과 상생의 동반자입니다.”
유기적 세계관은 대북관과 통일관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굴복시키거나 흡수통일해야 할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며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한반도 평화공동체’를 지향한다.
Q. 한반도 평화를 현실화할 핵심 열쇠는 무엇인가.
“‘남남(南南)갈등’의 해소가 곧 한반도 평화의 절대적 전제조건입니다. 북미관계 개선도 절실하지만,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정권마다 표류하거나 좌초했던 가장 뼈아픈 내적 원인은 ‘남북 갈등’에 앞서 우리 내부의 ‘남남 갈등’에 있었습니다.”
51대 49의 승자독식 정치에서는 한 정권이 남북 합의를 이끌어내도, 정권이 바뀌는 순간 반대 진영이 이를 ‘전임 정권의 굴종’이나 ‘폐기해야 할 적폐’로 낙인찍어 백지화해 버렸다. 국내 정치에서 먼저 다당제적 공존과 연정, 협치의 문화가 뿌리내려야만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대북 평화 전략이 비로소 작동할 수 있다.
백 대표가 수십 년간 평화·통일운동 현장에 몸담으며 얻은 확고한 결론 역시 ‘협치’였다. 남북관계의 진전 속도는 여야 협치의 성숙도와 정확히 비례한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 합의를 특정 정권의 단발성 치적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과 국회 비준을 거쳐 국가의 영속적인 제도로 축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남북합의서가 국회의 비준동의를 얻어야만 법적 구속력을 갖고 정권 교체에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장에 야당 대표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가야만 회담 이후 국회의 비준동의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고, 온 국민의 총의를 모아 불가역적인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Q. 기후위기를 논할 때 특히 ‘미래세대의 문제’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저는 이를 주저 없이 ‘세대 약탈’이라고 부릅니다. 현세대가 지구 자원을 무분별하게 탕진하고, 그에 따른 막대한 폐기물과 환경 재앙의 비용을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명백한 미래세대 약탈입니다.”
백 대표는 이를 극복할 핵심 윤리로 ‘연결된 책임’을 제시한다. 연결된 책임은 단순히 법적·형식적인 사후 책임을 묻는 차원을 넘어선다. 연결된 책임은 나와 이웃, 인간과 자연 생태계,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화답하는 주체적 실천이다. 인간 중심적인 자연 지배와 착취를 멈추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생명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할 중대한 생태적 책무라는 것이다.
“연결된 책임이란 ‘나의 지금 행동과 선택이 이웃은 물론 사회 전체, 나아가 미래 세대와 지구 생태계에까지 끊임없이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깊은 유기적 각성입니다. 상대를 배제하지 않고 상생의 길을 끝까지 모색하려는 정치적·도덕적 소명인 셈입니다.”
백 대표는 현재의 ‘나’를 과거의 유산 위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연결된 존재로 규정하며, 오늘의 번영뿐 아니라 내일의 생명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에너지·환경 정책을 단기적인 경제성이나 정권의 득실로 재단하지 말고, 미래세대가 짊어질 장기적 비용까지 계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Q. 그렇다면 당면한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해법을 갖고 있나.
“재생에너지의 획기적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자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다만 지금 당장 모든 원전을 일시에 멈추자는 비현실적인 주장은 아닙니다. AI 혁명과 대규모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미래 전력 수요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현실적 대안은 바로 ‘원전 총량제’다. 원자력 발전의 전체 설비 용량과 비중을 안전한 상한선 안에서 엄격히 관리·통제하면서, 그 사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청정 수소연료전지 등 분산형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국가 계획에 따라 획기적으로 확충하자는 구상이다.
Q. AI 기술 혁명을 기후위기만큼이나 비중 있게 다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AI는 인간이 외면하거나 거부한다고 해서 멈출 기술이 아닙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결국 본질은 ‘우리가 어떤 철학과 가치를 담은 AI를 설계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그가 거듭 힘주어 말하는 열쇠말은 ‘가치 정렬’이다. AI 시스템이 인간의 이익과 윤리적 지향에 부합하도록 통제·설계하는 문제를 말한다. 백 대표는 이 정렬의 핵심 가치로 생명 존중, 평화, 그리고 흔들릴 수 없는 인간 존엄성을 법과 제도로 단단히 못 박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Q. 책에서 제시한 ‘디지털·로봇 커먼스(Commons, 공유재)’ 구상도 흥미롭다.
“AI와 로봇은 결코 허공에서 홀로 탄생한 것이 아닙니다. 인류 전체가 수천 년간 축적해 온 방대한 지식과 데이터, 삶의 경험을 학습 양분으로 삼아 눈부시게 진화했습니다. 그렇다면 AI와 첨단 로봇이 창출해 내는 천문학적 부의 상당 부분 역시 인류 공동체가 함께 일군 ‘공동의 자산’으로 바라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데이터세, 로봇세, 디지털 기본소득(배당)의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당장 완성된 세법 체계를 도입하자는 것보다는, AI가 주도할 초생산성 시대의 과실을 소수가 독점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 전체가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 것인지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기술이 고도화된다고 해서 모든 시민이 저절로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철학과 분배 제도가 기술의 진보를 따라잡지 못하면, 오히려 소수의 빅테크와 자본에 부와 권력이 극단적으로 쏠리는 기술 독재의 디스토피아가 올 수 있습니다.”
Q. 결국 정치, 평화, 기후, AI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열쇠는 ‘유기적 세계관’인가.
“그렇습니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해 바라보거나, 인간과 기술을 이분법적으로 갈라놓아서는 안 됩니다. 나와 너, 사회와 제도, 기술과 생태계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얽혀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모자이크 민주주의의 모태가 되는 유기적 세계관입니다.”
Q. 《모자이크 민주주의》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 가치는 무엇인가.
“생명, 평화, 행복입니다.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주춧돌은 자유, 대등, 상생입니다. 나 혼자만의 행복을 넘어 이웃이 함께 웃고, 자연 생태계가 건강성을 유지하며, 미래세대 또한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백왕순 대표에게 민주주의는 몇 년에 한 번 돌아오는 투표일에 도장을 찍는 형식적 절차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숨 쉴 지구를 위해 어떤 에너지를 선택할 것인지, 기술 혁명이 가져올 거대한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지까지 주권자가 함께 숙의하고 결정하는 총체적인 삶의 양식이다.
백왕순의 ‘모자이크 민주주의’가 단순한 정치제도 개혁을 넘어, 문명사적 대전환기 인류의 삶과 지속 가능성을 묻는 대안으로 확장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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