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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가호』, 모녀 관계로 넓힌 ‘하루키 월드’

일본 출간 4일 만에 5만 부 증쇄 결정…여성 단독 주인공의 새 시도에 호평과 비판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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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신문) 김정기 기자 =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가호(夏帆)』가 일본에서 출간 초기 흥행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26세 여성 그림책 작가를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하루키 특유의 서사 속에 모녀 관계를 담았다.

 

일본 출판사 신초샤는 지난 7월 3일 『가호』를 출간한 뒤 발매 4일 만에 5만 부 증쇄를 결정했다. 초판 25만 부에 추가 인쇄분을 합친 누적 발행 규모는 30만 부다. 이는 독자에게 실제로 판매된 부수와는 구분된다. 오리콘이 7월 23일 발표한 집계에서는 3주 누적 판매량이 17만9000부를 기록했고, 문예서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가호』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후 3년 만에 나온 장편이다. 문예지 『신초』에 2024년 6월호부터 2026년 3월호까지 네 차례 발표한 연작을 고쳐 한 권으로 묶었다.

 

이야기는 가호가 소개받은 남자에게 첫 만남부터 외모를 비하하는 말을 듣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후 꿈에 나타난 개미핥기의 말에 따라 도쿄 서쪽 무사시사카이로 이사하면서 일상은 기묘한 사건들로 흔들린다.

 

가호의 집 마루 밑에 자리 잡은 개미핥기 부부, 흰개미 여왕, 오토바이를 탄 수호천사,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등이 등장한다. 익숙한 생활공간에 낯선 존재가 들어오면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려진다.

 

이번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변화는 여성 단독 주인공과 모녀 관계다. 『1Q84』에서는 아오마메와 덴고가 주인공 역할을 나눴지만, 『가호』는 한 여성의 경험과 내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가호는 자신에게 높은 기대를 걸었던 어머니와 미묘한 거리감을 안고 살아왔다. 어머니에게 흰개미 여왕이 빙의하는 사건은 두 사람의 관계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가호가 겪는 초현실적 모험에는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삶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겹쳐 있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닛폰닷컴은 모녀 사이의 어색함을 섬세하게 포착한 점에 주목하며, 상실과 화해, 재생의 이야기로 읽었다. 익숙한 하루키의 세계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다뤘다는 평가다.

 

성우이자 작가인 이케자와 하루나는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신초샤가 공개한 서평에서 가호를 이끄는 인물이 삼촌과 수호천사 등 주로 남성이라는 점을 짚었다. 어머니의 욕망을 본인의 의지가 아닌 낯선 존재의 빙의로 설명하는 설정에도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여성의 시점을 택한 변화가 여성의 주체성을 충분히 담아냈는지가 평가의 한 쟁점이다.

 

한국어판은 홍은주 번역으로 문학동네에서 10월 21일 출간될 예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1949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노르웨이의 숲』, 『태엽 감는 새 연대기』, 『해변의 카프카』, 『1Q84』 등을 발표했으며, 레이먼드 카버와 스콧 피츠제럴드 등 영미 작가들의 작품을 일본어로 옮기는 번역 활동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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