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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념 지키는 선비 노릇이라니

조선일보는 지난 829일자 칼럼에 이한수 문화1부 차장의 “‘선비들이권력을 잡을 때 생기는 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칼럼의 내용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추진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다른 생각으로 비판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뜬금없이 선비를 들먹이는 게 영 어울리지 않는다.

이한수 차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며 꼿꼿한 선비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선비라고 하니 장하성 정책실장이야 영예로운 일이겠지만 뭔가 내용이 이상하다.

이한수 차장은 이 정권 분들은 철학(이념)이 투철하다면서, 나라는 이념 실험하는 연구실이 아니니 신념 지키는 선비 노릇 하려면 학자로 돌아가면 된다고 썼다.

그러면서 철학의 투철함으로는 조선 선비 같은 고수(高手)가 없다며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사단칠정논쟁을 예로 들었다.

또한 심오한 철학도 권력과 만날 때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당대의 위험성을 간파한 지식인으로 남명 조식을 들고 공자의 말씀까지 거론했다.

이어 현실을 외면한 이념의 후예들이 권력을 쥐고 흔들다 맞이한 나라의 최후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 부디 귀담아듣고 바로 보기를 충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 유교에서 선비란 학식과 인품을 갖춘 이상적 인격체로서 관직에 나아가면 정치를 통해 그들의 이상을 실천하고 물러나면 산림에 은거해 도()강론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실천적 모범으로 대중을 교화하는 사회적 책무를 가졌던 이상적 인간상이다.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사회적 특권이나 부()를 향유한 계층이 그것을 부여한 사회에 대해 행해야 하는 책무를 말하지만, 선비는 사회적 특권이나 부 때문이 아니라 유교적 교양을 갖춘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인식했을 뿐이다. 그들에게 사회적 특권이나 부는 오히려 배제되어야 하는 요소였다.

선비정신이란 그런 선비들이 가졌던 정신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이 되살아난 것은 조지훈 같이 고전적 교양을 가진 논객이 쓴 일련의 시사논설에서 옛 선비의 바른 도리로서 정객과 지식인들을 일깨우면서부터이다.

선비정신과 관련되어 언급되는 덕목은 견리사의(見利思義), 살신성인(殺身成仁), 절의(節義), 염치(廉恥), 숭검(崇儉), 선공후사(先公後私), 청렴(淸廉), 출처의리(出處義理) 등이 있다.

선비라면 이들 덕목은 언제 어느 때라도 반드시 지켜야 했으며, 그것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표출되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칼럼의 제목을 달리 하면 청렴한 정치인이 권력을 잡을 때 생기는 일이 될 것이고, 청렴하려면 정치 그만두고 학자로 돌아가라는 뜻이 된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를 아는 것이 근심이라는 뜻이다. 소동파(蘇東坡)의 시 「석창서취묵당(石蒼舒醉墨堂)」인생은 글자를 알면서 우환이 시작되니, 성명이나 대강 적을 수 있으면 그만둠이 좋도다(人生識字憂患始 姓名麤記可以休)”는 구절로 시작된다. 선비 노릇 하려면 학자로 돌아가라니 그야말로 식자우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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