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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례가 무너지면 유교가 무너진다

성균관은 유교 종단이고 총무처장은 유교 성균관의 종무를 총괄하는 조직의 책임자이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도 성현에 대한 신실(信實)한 믿음, 교리와 의례에 대한 지식, 공동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

또한 성균관 총무처장이 성균관장처럼 선출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앉을 자리는 아니다. 아무리 성속(聖俗)의 구분이 없다고 해도 유림 경력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유교에 대해서도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유림 경력도 없고 유교를 모르는 이가 성균관 총무처장으로 임명돼 물의를 빚고 있다. 여기에 격에 맞지 않는 언행으로 파문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총무처장의 자격 논란이 일자 당사자가 해명을 내놓았다. 아래의 글은 그 해명의 일부다.

유교에 대해 잘 모른다. 유교를 잘 모르는데 안다고 해야 하는가. 유교를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성균관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총무처장의 자격을 따지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

유교 종단 성균관의 총무처장이 유교를 몰라도 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유교를 알지도 못하는데 성균관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앞으로 성균관은 바뀌어야 하고 종헌과 제규정, 사회법규에 맞게 투명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설명을 대신하겠다.”

이는 나를 건드리면 성균관을 해체시켜 버리겠다는 망언에 대한 해명이다. 자기를 건드리면 성균관을 해체시켜 버리겠다는 말이 성균관은 바뀌어야 한다는 뜻에서 나왔다는 것인데,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지난 1012일 성균관 업무회의에서 석전대제보존회 이사회와 부관장·전교 고유의 날짜와 시간이 겹쳐 문제가 되자 총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사회를 일단 열고 정회를 한 후 고유를 마치고 다시 속개하면 된다.”

결국 날짜 조정 없이 1019일 이사회와 고유례는 같은 날 열렸다. 고유 헌관이자 이사장인 성균관장은 고유를 미룬 채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 해임을 안건으로 한 이사회를 주재하고 고유를 해야 할 부관장 한 명도 이 회의에 참석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사회를 급히 마치고 대성전으로 이동해 고유례를 봉행했다.

모두 유교를 모르는 총무처장이 벌인 일이다. 고유가 뭔지, 산재·치재가 뭔지, 유교의 의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성균관에서 전례가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지금도 입재하는 전통을 지키고 있는 향교의 유림들이라면 아연실색할 사건이다.

고유례 헌관과 고유를 올리는 부관장이 산재·치재는커녕 여기서 금지한 형살(刑殺)문서를 다루는 회의를 하고 고유를 했다. 누구보다도 유교 의례를 지켜야 할 지위에 있는 이들이 오히려 유교 의례의 기본도 모르고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지도 못한다.

유교를 모르고 자격도 없는 이가 권한을 갖고 행사하고 있으니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유교의 정체성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유교와 성균관의 앞날을 기대하겠는가.

공자께서는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過則勿憚改)”라고 하셨고, 주자는 스스로 다스리는데 용감하지 않으면 악이 날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므로 허물이 있으면 마땅히 빨리 고쳐야 하고, 두렵거나 어렵게 여겨서 구차하게 편안히 여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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