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돈을 댈 테니 다른 집 제사에 자기가 정한 음식을 제사상에 올리라고 한다면. 게다가 그 음식이 상한 음식이라면. 그런데 그런 제안을 받아들여 그렇게 했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실제 그런 일이 성균관에서 벌어졌다.
지난해 8월9일 문화재청 차장이 성균관을 방문해 총무처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화재청 차장은 총무처장에게 석전에서 봉행하는 일무를 창작무로 밝혀진 ‘1980년 석전 일무’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총무처장은 문화재청 차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무를 바꾸겠다고 했다. 공개행사 지원금을 줄 테니 가짜 일무를 봉행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 총무처장은 임명된 지 3개월이 채 안 됐고 석전 일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권한도 없고 자격도 없는 이가 석전의 일무를 바꾸겠다고 한 것인데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되자 성균관장이 결정한 일이라고 둘러댔다.
결국 추기석전에서는 창작무로 드러난 거짓 일무가 봉행됐고, 이는 모성지심(慕聖之心)의 부재(不在)와 유교 의례에 대한 무지(無知)가 빚어낸 참사였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해 추기석전을 앞두고 9월14일 열린 제9차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는 ‘1980년 석전 일무’(총무처장이 기존의 성균관 일무를 바꿔 봉행한 일무)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무형문화재위원회의 판단이 알려지면서 ‘1980년 석전 일무’가 거짓임이 밝혀진 것은 성균관의 선배 유림들과 일무전문가들이 십수년 노력한 결과로서 비전문가인 총무처장이 함부로 논할 사안이 아니며, 석전 일무 변경은 성균관장이나 총무처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로 석전대제보존회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같은 지적이 있자마자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 해임 사건이 벌어졌다.
석전대제보존회 당연직 이사장인 성균관장은 느닷없이 사무국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추진했고, 1차 소집이 무산되자 일일이 이사들과 감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사회 참석을 독려해 결국 자기 뜻을 관철했다.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은 무형문화재위원회의 판단을 이끌어내는데 일등공신이었음에도 그 공로를 인정받기는커녕 오히려 해임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 해임은 석전 일무 변경이 석전대제보존회 소관 사항이기 때문에 석전대제보존회에서 아예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림으로서 예의가 없다거나 누구를 쫓아다니며 돈벌이를 하러 다녔다는 등 징계사유도 황당하다. 소명 기회를 주었다는 말도 거짓이었고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아무 죄 없는 다른 이를 해쳤다면 아무리 성균관장이라도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총무처장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공자께서는 정직한 삶을 살라고 가르쳤고, 정직한 삶의 출발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욕망으로 인해 ‘벽을 뚫고 담을 뛰어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자제하는 것이 도의(道義)의 기본이고, 거짓으로 죄 없는 이를 해치지 않는 것이 인(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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