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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삼은 나의 생김새와 처지를 봐서 나아가고 물러난다. 상에 말하기를 ‘나의 생김새와 처지를 봐서 진퇴’하니 도를 잃지 않은 것이다(관괘 육삼).
올해는 토끼의 기운이 한 해를 주관한다고 하는 토끼띠 해이다. 토끼는 번식력이 강해서 한 배에 2~8마리씩 1년에 몇 차례나 새끼를 낳는데다가 임신기간도 약 1개월 밖에 안 된다. 다른 동물들이 1년에 한 번만 낳는 것에 비하면 토끼는 특별한 발정기 없이 교미를 하기 때문에 바람둥이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동물이라서 그런지, 이야기 속에 나오는 토끼도 똑똑하고 임기응변이 뛰어나다. 그런데 설 똑똑해서 안 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한다.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할 때도 갑자기 자만심에 빠져 낮잠을 자는 바람에 그만 지고 만다.
별주부전에서도 별주부(자라)의 감언이설에 속아서 용궁에 들어갔다가 간을 뺏기고 죽을 뻔했지만 임기응변으로 간신히 빠져 나온다. 성인용 별주부전에서는 그 다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중의 하나가 자라의 이름이 지어진 유래이다.
용궁에서 간신히 벗어난 토끼가 향기로운 풀냄새를 맡으며 길을 가다가 아기 곰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기 곰을 보고 “내가 너희들의 아비다”라고 허튼소리를 하다가 그 소리를 들은 어미 곰에게 들켜서 줄행랑을 쳤다. 마침 하늘을 배회하며 먹잇감을 찾던 수리에게 잡혀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 순간에도 “옥황상제께서 나에게 약을 만들도록 하기 위해 너를 보냈구나” 하며 수리를 겁먹였다.
수리가 그 말을 듣고 두려운 생각이 들어서 “너를 잡아먹더라도 배가 안찰 것이니 차라리 불모의 섬에 너를 던져서 굶어 죽게 하겠다” 하고는 모래와 돌만 있는 섬에 던져버렸다. 섬에 떨어진 뒤에 굶주려서 거의 죽어가고 있는데, 마침 자라가 물위에서 노는 게 보였다.
다행이라 생각한 토끼가 “친척도 없고 왕따 당하는 놈이라서 혼자 노는구나!” 자라가 “자라는 물론이고 물고기도 모두 다 나의 친척이야. 그들이 다 모이면 이 넓은 바다도 덮을 정도인데, 내가 왜 외톨이야?” 하고 화를 냈다. 그 말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웃기네! 정말 그들을 불러서 바다를 덮을 수 있어?”라고 약을 올렸다.
화가 난 자라가 친척들을 모두 불러서 바다를 덮게 하였다. 그러자 토끼가 “와! 많다! 내가 지나가면서 몇 명인가 세어보지” 하고는 자라 등을 밟으며 세기 시작했다. 한 놈, 두 놈, …, 이렇게 세면 싫다 하겠고. 무식한 놈들이니 한자를 쓰면 모르겠군. “일자一者라(한 놈이라), 이자二者라(두 놈이라)…, 천자千者라(천 놈이라)…, 만자萬者라(만 놈이라).” 흠! 역시 한자를 쓰니 욕을 해도 모르는군! 좋다, 오늘부터 너희들을 ‘자라’라고 부르마. 이렇게 자라의 등을 밟고 육지로 폴짝 뛰어내리면서 “나는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위대한 ‘자라’이다”라면서 뽐냈다. 이때부터 ‘별鼈’이라고 불리다가 ‘자라’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별’은 ‘자라’라는 이름을 얻어서 좋았는지 모르지만 토끼는 고생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는 꼴이 되었다. 조금만 잘 판단했다면 ‘용궁에 가서 목숨을 위협받지 않아도 되었고, 곰에게 쫓겨 다니거나 수리에게 잡혀 하늘로 갔다가 무인도에 패대기쳐지지 않아도, 또 자라에게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되었다. 토끼는 재주가 많고 똑똑한 동물인데도 경박스럽게 행동하다가 위기를 맞는 헛똑똑이라는 인상을 준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나의 덕과 능력을 헤아려서 진퇴를 결정하면 잘못되지 않는다’라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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