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열린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회의 모습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 재신청이 추진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이해관계로 얽혀 은폐됐던 각종 의혹들이 드러나면서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심각하게 돌이켜봐야 할 수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평가에서 ‘반려’ 판정을 받아 철회됐던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 신청이 다시 추진되면서 과거처럼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추진단(단장 이배용)’이 이름을 바꾼 ‘(재)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이사장 이배용)’은 지난 6월 학술대회를 열고 재추진 절차에 들어갔다. 7월 중 문화재위원회의 세계유산등재신청 대상 선정을 거쳐 오는 9월 등재신청서 영문 초안을 제출하고 내년 1월 중 유네스코에 최종 등재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인 지난 5월1일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임기 2년의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을 신규로 위촉했는데 ‘(재)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배용 이사장은 문화재위원회 부위원장 및 세계유산분과 위원장이 됐다.
각본을 짠 듯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 재신청 추진책임자가 등재 대상 선정을 주관하는 문화재위원회의 세계유산분과 위원장이 됨으로써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 재신청은 처음처럼 밀어붙여질 가능성이 커졌다.
‘(재)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의 전신인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이하 ‘추진단’)’은 2012년 4월 국가브랜드위원회(위원장 이배용)‧문화재청‧지자체‧한국서원연합회 공동으로 발족했으나 2013년 2월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폐지되자 한국서원연합회 내로 이속시키고 이배용 전 위원장이 단장을 맡았다.
이배용 단장은 산하에 행정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둬 업무를 추진키로 하고, 예산은 행정위원회를 개최해 승인을 받은 후 행정위원회 간사장과 추진단장 결재를 거쳐 집행토록 했다. 행정위원회 간사장은 P씨가 맡았다.
한국서원연합회 이사장의 유고 상태에서 추진단의 모든 예산은 한국서원연합회와 상관없이 행정위원회 간사장 P씨와 이배용 단장의 결재로 집행됐다. 외형은 한국서원연합회 내에 설치된 것으로 보였지만 전혀 별개로 움직였다. 2012년 추진단이 결성된 이후 등재 신청까지 집행된 예산은 30억여 원에 달하며, 이 예산의 대부분은 9개 서원 관련 14개 지자체에서 분담·갹출했다.
추진단은 등재 추진을 위해 ‘(사)이코모스 한국위원회’와 3억5천만 원의 연구용역 계약을 했다. 이 용역의 연구책임자는 (사)이코모스 한국위원회 L위원이 맡았고, (사)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들이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이들과 이배용 단장, 간사장 P씨 등으로 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용역수행자가 전문위원으로 그대로 참여하는 희한한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러니 용역 결과에 대해 전문위원회에서 다른 얘기가 나올 리 없었다. 게다가 용역과는 별도로 전문위원들에게 각종 사례비가 지급됐다. 이배용 단장과 P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제학술대회 경비로는 4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출했다. 그런데 3차례 열린 국제학술대회의 대행업체는 모두 P씨가 대표인 ‘(주)예문관’이 맡았다. 행정위원회 간사장이 자기 업체에 맡긴 것인데, 더구나 수의계약이었다.
P씨는 2014년 6월 한국서원연합회 상임이사직을 관두게 됐음에도 인수인계를 미루면서 한국서원연합회 상임이사가 맡게 돼 있는 행정위원회 간사장 직을 계속 유지했다. 당시 P씨가 부당하게 수령한 간사장 운영비만 해도 수천만 원에 달한다. 심지어 이들은 이코모스 실사자에게도 별도의 사례비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유산 등재 신청 과정을 지켜봤던 관계자는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의 가장 큰 문제는 예산집행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는 점이다. 행정위원회(간사장 P씨)가 있었지만, 1년에 한두 차례만 회의가 열리고 분담금을 갹출한 각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들로 구성돼 관리 감독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 재신청을 추진하겠다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부터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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