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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유산 마구잡이식 신청에는 이유가 있다

성균관 문묘를 세계유산에 등재해야 한다는 논의가 몇 해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성균관 문묘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학술대회도 열렸다. 성균관 문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이들은 성균관과 문묘가 세계유산에 등재해 보존하고 발전시킬 가치가 있다며 한베트남의 협력 방안까지 제언했다.

 

그런데 이 같은 논의에 1398년 성균관 창건 이래 향불을 꺼트리지 않고 문묘를 지켜 온 유림들은 보이지 않았다. 등재 추진 인사들은 성균관과 관련 없는 인사들이고, 성균관과 문묘를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도 없다.

 

성균관 문묘는 우리나라 7대 종단의 하나인 유교 종단이 위치한 곳으로 한국 유교에서 가장 신성한 공간이다. 지금도 유림들은 이곳에서 음력 초하루 보름에 향을 사르고, ·추기 석전은 물론 전국에서 유림들이 찾아와 고유와 봉심 등 각종 의식을 경건하게 치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유림들은 배제한 채 문외한들이 모여 성균관 문묘를 세계유산에 등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일까.

 

현재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4월 신청이 철회된 한국의 서원을 비롯해 모두 20건이 넘는다. 지자체장이 개별적으로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경우로는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다.

 

이들은 한결 같이 지역 공동체와 국가의 자긍심 고취, 관광객 증가와 정부의 추가지원에 따른 발전 등을 등재 추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세계유산 등재가 된다면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등재가 추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순진한 생각이다.

 

만약 이 사업들이 모두 그대로 추진된다면 그 추진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의 서원하나만 봐도 등재 신청 준비에 들어간 비용이 30억여 원에 달한다.

 

등재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에서부터 신청까지 추진위원회 구성, 사무국 운영, 등재신청서·보존관리계획서·도면·사진첩·동영상 등의 작성과 제작을 위한 실무팀 구성, 워크숍과 관련 학술연구, 국제·국내 학술대회, 답사, 홍보 등 단계별로 막대한 비용이 든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각종 이권이 개입되는 것이다.

 

한국의 서원세계유산 등재추진단에서 벌어진 일들은 이러한 사태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MB 정권 때 설치된 국가브랜드위원회는 201112서원·전통사찰을 통한 국가브랜드 가치 증진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서원과 전통사찰의 세계유산 등재를 제안했다. 그리고 이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20124월 국가브랜드위원회에 사업추진단 사무국을 설치하고 한국의 서원세계유산 등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당시 연구보고서 작성자들은 등재 신청 근거가 되는 학술용역도 하고 등재추진단이 꾸려지면서 등재신청서 작성 연구용역도 맡았다. 아울러 등재추진단에 참여해 전문위원으로 활동도 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마구잡이식 추진에는 등재 추진을 제안하고 용역을 맡는 이런 구조가 그 배경에 있다. 그 동안 누적된 적폐들이 대부분 전문직과 관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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