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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269​믿어라 믿어라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육은 우물을 길어 먹고 덮지 않으면 믿음이 있는지라, 크게 착하고 길하다. 상에 말하기를 크게 착하고 길한 것으로 위에 있음이 크게 성공한 것이다(정괘 상육).

 

지위가 높은 고관이 임금에게 죄를 지어서 멀리 유배를 가게 되었다. 부인이 오늘 길을 떠나면 언제나 돌아오십니까?” 하고 물으니, “내가 풀려나 돌아오는 것은 혹 계란 위에 계란이 올라간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죽은 다음에나 돌아올 것이다라고 하였다. 남편이 유배를 떠난 뒤에, 부인이 두 개의 계란을 소반 위에 올려놓고 밤낮으로 올라가 있어라. 올라가 있어라하고 정성을 다해서 기원했다.

 

하지만 계란 위에 계란이 올라갈 리가 없다. 기다리다 못한 부인이 손으로 살며시 올려놓다가 아래로 떨어져 깨지면 안타까움에 애통해 하며, 마치 자신의 정성이 부족해서 남편이 돌아오지 못하는 것 같은 죄책감에 거의 모든 시간을 계란 올려놓기에 매달렸다. 그러기를 어느덧 한 해가 다 저물어 갔다.

 

임금이 보통 사람의 복장을 하고 미행을 하며 추운 날씨에 백성들이 어떻게 사나하고 살피기를 좋아했는데, 드디어 부인이 사는 창문밖에 이르러 들으니 올라가 있어라. 올라가 있어라하는 소리가 들렸다. 매우 괴이해서 한참을 듣고 몰래 살피다가 환궁을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곡절이 궁금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그 곡절을 탐문하게 하니, 죄인이 유배길을 떠나면서 이러고저러고하고 떠났는데,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이 한편으론 웃음이 나면서도 또 한편으론 지극한 정성을 갸륵하게 여겨서 유배를 풀어주었다. 그 신하가 서울로 올라와서 임금님을 알현하면서 감사의 말씀을 올렸다. 임금이 네가 풀려날 죄가 아닌데 조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이유를 아는가? 모르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풀려날 가망성이 없었던 그 신하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영문을 몰라하며 그저 황공한 마음으로 임금님 은혜가 망극합니다하고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다. 임금이 말씀하시기를 내 은혜가 아니다. 계란 위에 계란이 올라갔기 때문이로다라고 하셨다.

 

때로는 순박한 떼쓰기가 정연한 논리를 이길 때가 있다. 유배를 보내는 임금님이나 유배를 가는 신하나 다시는 못 돌아올 것을 직감했다. 그런데 멍청할 정도로 순박한 부인의 기도가 살린 것이다.

 

얼마 전에 땅을 팔고 싶은 사람이 와서 간절한 소망을 말했다. 그 땅이 팔리지 않으면, 이자 때문에 파산을 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그 성화를 못 이겨서 “50km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서 새벽기도를 하며 정성을 모으면 가능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한 달 후에 그 사람이 와서 땅이 팔렸다고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그때 정말로 12일 여행을 가서 새벽기도를 했더니, 3일 만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섰다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기도를 하라는 말을 하고도, 정작 나 자신은 그 말을 한 것도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간절한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켰나 보다. 한편으론 무책임하게 말을 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면서도 요즘 사회가 너무 영악하고, 조금치의 손해도 볼 마음이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찬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그 부인처럼 계란 위에 계란이 올라갈 수 있다고 해도 믿고, 그 사람처럼 지나가는 말을 꼭 믿고 실천하는 마음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우물물을 누구나 마실 수 있게 덮개를 잠그지 않으면서 서로 믿으면 크게 복을 받는다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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