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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사는 송사를 이기지 못한다. 본분을 회복하여 왕명을 따라 고쳐서 바르게 하면 길할 것이다. 상전에 말하기를, ‘본분을 회복하여 왕명을 따라 고쳐서 바르게 하는 것’은 잘못되지 않는 것이다(송괘 구사).
과거 주역점으로 유명했던 홍몽선 선생은 몇 번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가지로 마음이 통해서 마음속 지기로 여기던 분이었다. 한번은 지나가는 말로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봐주고, 점을 쳐서 미래를 예견하는 일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야. 점을 쳐서 좋은 점괘가 나와서 좋은 미래와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야 좋지. 그런데 나쁜 점괘가 나왔을 때 ‘나쁘다’고 하는 순간, 그 사람은 머릿속에 나쁘다는 선입관이 자리 잡고 말지. 인간의 노력을 다할 의지를 꺾고 마는 거야. 이거야말로 덕을 쌓는 게 아니라 악을 쌓는 일이 될 수도 있어” “그래도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하지 않습니까? 그냥 밀고 나가면 크게 다칠 것인데, 조심 시켜주는 역할은 있는 거지요. 또 방법을 몰라서 헤매는 사람을 구제하는 일도 많이 하셨을 거고요” 이 말에 갑자기 화색이 돌면서 “그래 맞아! 내 좋은 일 많이 했지. 그 중에 젊은 처자 살린 일도 있어” 하시며 구수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늦여름 해질 무렵에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젊은 처녀가 찾아왔는데, 와잠과 눈꼬리 사이의 색이 좋지 않아서 임신을 한 뒤에 마음고생을 했구나 생각했지. 아닌 게 아니라 임신 3개월인데, 남자는 군복무 중인데다 그 부모님이 엄해서 말도 못 꺼내고, 어떻게 할 줄을 몰라 죽을 생각도 했다는 거야.
남자의 사주를 보니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야. 꼭 혼인으로 연결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해결책을 얻기 위해 점을 쳤어. 그랬더니 송괘의 4효가 동했어. 잘 됐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지. 효사만 보면 좋은 것을 잘 모르겠지만, 송괘는 차남(감)이 아버지(건) 밑에서 호소하는 상이야. 괘상과 효사를 잘 연결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구나 생각했지. 처음에는 아버지가 위엄을 세우며 윗자리에 앉아있지만 변해서 손이 되면 봄바람같이 부드러워져. 마침 그 남자가 차남이고, 그 아버님은 엄격하다고 하니 상에 부합되잖아?
그래서 그 처자에게 말해주었지. 상괘 건은 천간으로 경에 해당하고, 변해서 된 손은 을에 해당한다. 그러니 을일을 택해서 말씀드리면 을경이 합하게 되어서 성공할 것이다. 애인에게 이번 주말에 나와서 하룻밤 자고 이튿날(을일) 아침에 부친을 찾아뵙고 말씀드리되, 아버님의 선처를 바란다고 하며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라고 했지.
그 애인이 토요일에 외출증을 떼어 귀향해서 저녁을 먹고 일찍 잔 뒤에 다음날 일찍 일어나 부친이 계신 사랑방에 들어가서 다짜고짜 절을 올린 뒤 “불초소자가 큰 죄를 저질렀으니 꾸지람을 내리십시오. 그리고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했다. 어리둥절한 부친이 “평소 착실하던 네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느냐? 어서 말해 보거라”하셨다. 용기를 내어 “18세 난 소녀와 서로 좋아하다가 그만 임신 3개월이 되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해야 될지 난감해서 아버님께 여쭈어 선처를 받고자 외출 나왔습니다.”
잠깐 생각에 잠기시던 부친이 “네 형이 장가든지 5년이 지났는데 아직 포태가 없다. 나도 곧 환갑인데 아직 손자를 못 봤다. 그 애를 귀히 여겨 잘 위해줘라” 하셨다는 거야. 덕분에 나도 ‘도사님’ 소리를 듣고 기분이 아주 좋았지!
그래서 주역에서는 ‘이기지 못할 어려운 송사라면, 고개를 숙이고 상대방의 선처를 기다리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린다’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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