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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271​​속아넘어가 주기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구는 제자리를 맴도니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이롭다. 후견인을 세우는 것이 이롭다(둔괘 초구).

 

둔괘()는 우레 치면서 비가 와서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어머니의 자궁 양수 속에서 자라던 태아가 태어나서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할 때이다. 괘상으로 볼 때도 위에서 감싸고 있는 감()은 물이고, 북방이고, 겨울이며, 어려움이다. 아래에 숨어 있는 진()은 장남이고, 동방이고, 봄이며, 초목이 봄을 맞아 자라나는 때이다. 그러므로 물속에서 나무가 자라고, 어머니의 자궁에서 아기가 태어나고, 겨울을 지나 초봄을 맞는 괘상이고, 사업을 막 시작하는 상이고, 막 입학하고 입사한 신출내기의 상이 된다. 이제 갓 태어나서 시작하고 자라는 때이므로, 경험 많은 후견인의 철저한 보호가 필요함을 상징하는 괘이다.

 

춘추좌씨전에 꿈을 꾼 뒤에 꿈을 확인하기 위해서 점을 쳐서 둔괘를 얻었다고 했다. 공성자가 위나라의 시조인 강숙(康叔)께서 나타나 ()’을 임금으로 세우고 너의 후손으로 보필하게 하라!”는 꿈을 꾸었다고 하니 사조가 나도 나의 후손으로 보필하라고 하는 똑같은 내용의 꿈을 꾸었다고 한 것이다.

 

이 두 사람은 당시 위나라의 실권자였다. 위나라의 임금인 양공에게는 적자가 없었고, 주압이라는 첩의 자식이 유일한 아들이었는데, 그나마도 당시 풍속에서는 대를 잇기 어려운 절름발이였다. 다행히도 주압이 또 아들을 낳았고, 이름을 이라고 지었다. 그래서 공성자와 사조의 고민이 시작되었고, 점을 쳐서 하늘의 뜻을 묻고자 하였다.

 

공성자가 원이 사직을 이어서 나라를 평안하게 하여주십시오하고 기원하며 점을 쳤더니 둔괘가 나왔다. 둔괘 괘사에 원이 형통하고 바르게 하면 이롭다  후견인을 세우면 이롭다고 했지만, ‘이 장남을 뜻하는 인지, 둘째 아들 을 뜻하는 인지 헷갈렸다.

 

그래서 저는 맏아들을 임금으로 세우기를 원하니 좋은 괘를 내려주십시오하면서 다시 점을 쳤다. 이번에는 둔괘의 초효가 동하여서 나라를 크게 발전을 시키지 못하나 안정을 시킬 것이며, 후견인을 세우는 것이 이롭다는 효사를 얻었다.

 

공성자가 사조에게 점친 내용을 말했다. 사조가 “주역에 원은 형통하다고 했으니 둘째 아들 원을 세웁시다공성자가 혹시 주역에서 말한 이 맏아들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반문했다. 사조가 그 말을 받아서 “위나라의 시조이신 강숙께서 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으니 그분이야말로 윗분 중의 윗분입니다. 맏아들은 다리가 불편하므로 윗분이라 할 수 없고, 괘사와 효사에서 제후를 세움이 이롭다고 했으니 맏아들을 세우는 것이라면 굳이 세우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강숙께서 명하시고 점괘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명하였는데 따르지 않고 어쩔 것입니까?”

 

기원전 535년 위나라에서 이제 막 6살이 된 둘째를 임금(영공)으로 세운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각자의 후손에게 의 보필을 맡기겠다는 꿈을 꾸었다고 하고, 맏아들에 대해 점을 쳐서 얻은 효사라는 사실을 무시한데서 두 사람의 사심을 읽을 수 있다. 세우라는 말은 자신을 대신해서 정치를 할 신하를 세우라는 뜻인데, 은근슬쩍 둘째아들을 임금으로 세우라는 뜻으로 변질시킴으로써 만만한 둘째를 세운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6살배기가 48세가 되도록 임금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힘이 부족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면서 실력을 기르면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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