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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277​믿음도 조심해야할 때가 있다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구는 이미 비가 오고 이미 그침은 덕을 숭상해서 가득 찼기 때문이니, 아내가 고집하면 위태할 것이다. 달이 거의 보름이므로 군자가 가면 흉할 것이다. 상전에 말하기를, ‘이미 비오고 이미 그친다함은 덕이 쌓여 가득한 것이고, ‘군자가 가면 흉하다는 것은 의심할 바가 있는 것이다(소축괘 상구).

 

청구영언에는 두꺼비 파리를 입에 물고로 알려진 재미난 사설시조가 있다. “두꺼비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의기양양 앉았다가/ 건너 산 바라보니 백송골이 떠있거늘/ 깜짝 놀라 풀쩍 뛰어 내닫다가/ 두엄 아래 자빠지고는/ 모쪼록 날랜 나이길래 망정이지/ 잡아먹힐 뻔 하였구나

 

혹자는 두꺼비가 파리를 잡아 괴롭히며 희희낙락하다가 저 혼자 놀라서 망신을 당하고, 허장성세를 부리며 잽싼 나이길래 살아났다고 자부하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두꺼비가 별로 힘들이지 않고 파리를 낚아채서 먹이로 삼듯이 백송골(흰 송골매)도 두꺼비를 순식간에 먹이로 삼을 수 있다. 백송골에게 발견되는 즉시 불쌍한 사냥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피하다가 피멍이 들더라도, 아니 두엄에 얼굴을 처박아서 오물을 잔뜩 묻히더라도 급하게 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장자』 추수편에는, 장자가 재상이 된 혜자를 만나려고 갔더니 재상자리를 빼앗으려고 오지 않았나 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비꼬는 우화가 소개되어 있다. 장자 자신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다고 하면서 한 말이다. “원추(鵷鶵:봉황새의 일종)라는 새를 아는가? 남해에서 출발하여 북해로 단숨에 날아가는 훌륭한 새이고, 단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는다네. 원추가 북해로 날아갈 때 마침 썩은 쥐를 물고 있던 올빼미가 있었다네. 그 올빼미가 원추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는 혹 자기 것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하고 소리를 지른 것이야. 지금 자네가 재상자리 때문에 나를 보고 하고 소리를 지르네 그려

 

물론 원추가 썩은 쥐를 탐낼 리도 없고, 장자가 혜자가 맡고 있는 재상자리를 탐낼 리도 없다. 하지만 올빼미는 평생토록 한 번도 보지 못한 새가 원추이다. 썩은 쥐를 쳐다보지도 않는 고결한 새임을 어찌 알겠는가? 또 거대한 원추가 빠르게 날아가는 날갯짓에 올빼미가 튕겨 날아가며 쥐를 놓칠 수도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장자의 마음이 어떻든 간에 양나라의 임금이 장자를 불러들이기 위해서 혜자를 내쫓을 수도 있지 않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하게 발발하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해가 얽힌 각 나라의 전쟁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믿을 나라가 하나도 없다는 것도 곧바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두꺼비의 과도한 조심, 혜자의 소심한 조심, 올빼미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사오정 같은 조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말 잘 들으면 보호해주겠다는 북한과 그 후견인 격인 러시아와 중국을 믿을 수 있을까? 또 미국이나 일본 역시 우리의 힘이 강할 때나 동맹국이지, 약해지고 필요 없다고 생각할 때도 동맹국으로 남아 있을까? 당연히 미리 조심하며 방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서로 협조해서 목적한 바를 이루었는데, 혼자만 더 이익을 보려고 욕심을 내면 위태해진다. 반면에 이익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혼자만 군자인양 너무 믿어도 망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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