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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대표는 10년 넘게 <유교신문> 연재 글을 통해 독자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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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대가'로 불렸던 야산 이달 선생에 관한 수많은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출처: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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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 김석진 선생은 오늘의 윤상철 대표가 있게 한 스승이다(출처: 중앙일보, 원본: 홍역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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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0월12일 개최된 『새로 쓴 대산주역강의』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대산 선생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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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15일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난 대산 김석진 선생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분이었다.
30년 이상의 내공을 쌓은 윤상철 대유학당 대표는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변했다.
성균관대 석사 및 박사인 윤상철 대표에게 성균관은 언제나 찾고 싶은 곳이다.
지금 성현들의 신위를 모신 비천당에 대해서도 윤상철 대표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명륜당 은행나무는 윤상철 대표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존재이다.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해가는 것이 우리네 삶임을 윤상철 대표는 힘주어 말한다.
유교신문 사무실에서 윤상철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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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윤상철 대표의 강의 모습을 일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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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성균관대에서 본인은 박사, 아내는 석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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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만났던 부부는 '앞으로도 주역과 동양학의 대중화에 함께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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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0월 28일 대유학당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며 산다’ ‘사는 게 답답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의 말로 지금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가장 발전된 현대를 살면서 기고만장하고도 오만방자한 자유를 즐기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을 만나 후회하고 자성해야하는 상황을 겪게 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떠올리는 서적이 『주역(周易)』이다. 그래서 <유교신문>에 오랫동안 주역 연재를 해오고 있는 윤상철(尹相喆) 대유학당 대표를 만나 역(易)의 의미와 세상사와의 관계 등 궁금한 부분들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1. 재야사학자로 유명했던 이이화(李離和, 1937-2020) 선생의 부친이자 주역의 대가(大家)였던 야산(也山) 이달(李達, 1889-1958) 선생께 주역을 배워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역 대가로 명성을 떨친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 1928-2023) 선생의 정통 학맥을 이은, 아끼는 제자라고 들었습니다. 야산 선생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며 끊어졌던 주역을 일으켰고, 대산 선생은 홍역학회와 동방문화진흥회를 이끌며 5천 명이 넘는 제자를 양성해 현대 주역을 중흥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 선생님과 야산 선생님에 대한 평가는 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대산 선생님으로부터 사서삼경을 배우고 사랑을 받은 것은 맞지만 정통 학맥을 이었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주역 강의록을 재편집하여 『새로 쓴 대산주역강의』(대유학당, 2019)로 출간했는데, 이때 직접 교정에 참여한 제자만도 13명이고 간접적으로 도운 분도 다섯 분 이상인데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상당한 실력자들입니다.
2.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와 로봇 등에 관한 기술이 각광 받는 요즘 시대에 ‘주역을 배우고 생활화한다’는 것이 다른 분들과 상당한 차별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주역을 30년 넘게 공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 인생을 걸게 된 계기와 경로는 무엇이었습니까?
용산고등학교를 다닐 때 선배들이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고 말하면서 재수나 삼수를 하더라도 학교 수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교양을 넓히라고 하더군요. 그런 분위기가 좋아서 여러 가지 책을 읽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주역』이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도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주역』은 두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주역』 책은 직역 번역만으로 된 아주 작은 문고판이었습니다. 제대로 이해될 리가 없었지요. ‘못 먹은 떡이 오래 생각난다’는 말도 있듯이 머릿속에 숙제처럼 계속 남아 있었는데, 대학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치고 서울 대학로 흥사단에서 주역을 가르친다는 말을 듣고는 만사를 제쳐두고 찾아가 대산 선생님의 주역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3. 『주역』 책을 못다 읽은 미련이 남았고, 아주 오랜 시간 뒤에 찾아가 공부를 하셨겠지만 평생의 공부가 되었다고 보기에는 좀 모자란 이유인 것 같습니다. 주역에 특별한 매력이 있었습니까?
예, 매력이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남들이 모르는 공부를 한다는 자부심도 있었는데, 평생 공부하게 된 이유는 딴 데 있었습니다. 강의 시간에는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주역을 가르치시던 대산 선생님께서 의자에 앉아 쉬는 시간에는 꾸벅꾸벅 조시는 겁니다. ‘어쩌다가 우연히 저러시겠지’ 하며 넘어갔는데, 다른 날도 그렇고 다음에도 그렇고... 좀 편하게 앉으면 졸고 계시는 거예요. 그때 마음속으로 ‘직장은 아무 때나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이분 돌아가시면 주역은 다시 또 공부할 수 없겠구나!’ 싶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선생님께 매달려 공부만 했고, 아무래도 정식 학위까지 해야겠다 싶어서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주역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거쳐 지난 2013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마침 그때 아내도 유학과 석사학위를 받아서 부부가 같은 해에 나란히 박사, 석사가 됐습니다.
4. 부모님 등 가족들이 찬성했습니까? 아마 난리가 났을 것 같은데요? 또 부모의 입장에서 내 자식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주역』을 공부하고, 인생 전체를 건다는 걸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찬성할 리가 있겠습니까? 지금도 『주역』의 괘만 보면 ‘저리 치워라!’고 하십니다. ‘저 책 때문에 아들 앞길이 다 막혔다’고요. 조선 시대에도 주역은 ‘귀양 가서 배우는 학문’이라고 했습니다. 평소에 잘 나갈 때는 자신이 잘나서 그런 줄 알고 즐겁게 지내다가 죄를 지어 귀양을 가면 ‘내 탓이 아니야. 이건 내 운명이 잘못된 거야’라고 한탄하면서 운명을 알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알려진 주역을 공부했지요. 그래서 사서(四書)와 『시경』·『서경』은 출세하고 사교하는데 필요한 학문이고, 『주역』은 몰래 미래를 훔쳐본다고 해서 음지의 학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식이 ‘시험을 본다, 승진한다’고 하면 잘 될까하고 점집도 가고 운명 풀어주는 곳에도 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곳에 갔다는 말을 잘 안 하지 않습니까? 결혼할 때도 궁합을 보러 가지만 궁합 봤다는 말을 안 하는 게 보통이지요.
5. 요즘 무척 보기 드문 캐릭터이셔서 연애사 등 개인 생활에 대한 부분도 궁금합니다. 남들과 비슷하게 생활해오셨습니까? 아니면 어릴 때부터 뭔가 남달라서 혼자 끙끙대거나 조용히 사고(思考)하거나 하신 것입니까?
어렸을 때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선친 덕분에 안정적으로 살았는데, 5학년이 되자 선친께서 조바심을 내셨습니다. 공부 잘하는 둘째를 서울에서 가르쳐야겠는데, 서울에 있는 중학교에 보내려면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해야 했거든요. 결국 5학년이 끝나갈 무렵 온 집안이 무작정 상경을 하고, 선친께서는 동두천에 남아 계속 교직에 계시다가 역시 무작정 사표를 내고 올라오셨습니다. 무모한 상경인데, 저 때문에 그런 것이라서 원망할 수도 없고, 그때부터 가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단칸방에서 여러 식구가 있다 보니 공부할 곳이 없었는데, 식구들이 자는데 불을 켜놓고 공부할 수도 없어 부엌에 나가서 60촉짜리 전등을 켜고 연탄불 위에 있는 물솥을 껴안고 공부를 했습니다. 겨울에는 손이 시려 주머니에 넣고 공부했는데, 다른 과목도 그렇지만 특히 수학 시험은 네다섯 줄 정도 식을 쓰고 답을 내는 주관식 시험이었습니다. 춥다 보니 손은 주머니에서 빼기 싫고, 암산으로 다섯·여섯 줄을 계산하고 답하느라 집중력과 기억력이 많이 발달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발전이 있고, 아프고 나면 똑똑해지고, 하나가 나쁘면 하나가 좋다는, 그러니까 모든 일에 음지와 양지가 있다는 것을 깨우치는 순간이었지요. 실제로 주역을 공부할 때도 이때 익힌 집중력과 기억력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6. 사모님과 자녀들은 선생님의 삶에 대해, 그러니까 지금의 생활하는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안사람은 대산 선생님께 주역을 공부하는 공간에서 만났으니 특별한 불만이 없었고, 지금도 가장 충실한 동반자입니다. 아들은 주역을 배우지 않았고, 딸은 주역은 아니지만 대학교 다니다가 1년 정도 휴학할 때 자미두수(紫微斗数)라는 운명학을 배웠습니다. 자기의 성격을 알고, 언제 어떻게 잘될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이지요. 지금은 마음 씀씀이도 여유롭게 하고, 친구들에게 상담도 해줘서 아주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가끔 인생 진로에 대해서 자기들끼리 주고받고 하는가 봅니다.
한번은 ‘부모가 잘 되어서 자기를 도와주는 운에 들어왔는데 대유학당이 이렇게 벌어서 되겠냐?’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럼 너라면 어떤 방법을 쓰겠냐?’고 했더니, 대유학당의 목적과 지표에 따른 계획서를 만들고, 홈페이지를 고치고, 내부 인테리어를 다시 하고, 책과 강의를 쉽게 쓰고, 책마다 홍보 내용을 다 바꾸는 겁니다. 한 달여를 그렇게 고쳤는데, 그 덕분인지 매출이 30% 조금 넘게 늘었습니다.
7. 큰 변화를 이룬 것 같은데, 따님은 요즘 세대에서 더욱 볼 수 없는 분 같으니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일반인은 주역, 역, 역경, 역술, 점의 구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각각의 차이를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역(易)’은 한마디로 말하면 책력입니다. 요즘 말하는 달력이지요. 1년 365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해당하는 날은 어떤 환경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설명한 책입니다. 그러니까 대자연이 운행할 때 발생하는 환경에 대한 기록 또는 원리를 설명한 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므로 역에 적힌 때와 환경을 알아서 적절하게 살면 길(吉)하고, 거역하면 흉(凶)하게 되는 것입니다.
‘주역(周易)’의 ‘주(周)’는 ‘주나라 주’입니다. 중국 고대의 대표적인 세 왕조인 하(夏)·은(殷)·주(周)라고 할 때의 ‘주’입니다. 그러니까 주나라 때 만들고 썼던 책력이라는 뜻이지요. 다른 역은 거의 흔적만 남기고 없어졌는데, 주역만은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서 통용되기 때문에 역이라고 하면 주역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역경(易經)’은 ‘역(易)’에 경전이라는 ‘경(經)’자를 붙인 것입니다. 역을 삼경(三經: 시경·서경·역경)의 반열에 올려서 높일 때 쓰는 말이지요.
‘역술(易術)’은 역의 원리를 이용해서 점을 쳐서 미래를 알거나 개인적인 운명을 보는 방술이라는 겁니다.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서 역을 낮춰 부르는 용어이지요.
그러니까 역경은 역을 경전으로 높여 부르는 것이고, 역술은 역을 낮춰 부르는 용어입니다. 경전이 뿌리이고 줄기라면 술수(術數) 책은 가지이고 잎새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므로 낮춰 부른다고 해서 무시할 것은 없습니다. 뿌리 없이 잎새가 살 수 없지만 잎새 없이 뿌리가 살 수도 없는 것이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8. 천문은 무엇입니까?
천문(天文)은 말 그대로 하늘의 무늬입니다. 해와 달이 있고, 붙박이별이 있으며, 떠돌아다니는 오성(五星, 금성·목성·수성·화성·토성)이나 혜성, 별똥별 등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오로라나 무지개, 구름, 바람 등도 천문의 범주에 넣습니다. 천문은 책력을 만들기 위해 연구되었는데, 나중에는 별점이 더 유명하게 되었어요. 별들이 밝게 떠 있고 제모습을 지키면서 정해진 대로 움직이면 좋은 것이고, 일식(日蝕)이나 월식(月蝕)같이 별이 없어지거나 희미해져서 보이지 않게 되면 안 좋게 보는 거지요.
9. 점치는 것과 사주명리(四柱命理)는 다른 것입니까?
사주명리나 자미두수 등은 운명학(運命學)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죽는 과정을 곡선이 이어지는 것처럼 이어서 보는 거지요. 그래서 운의 형세를 본다는 뜻에서 운세 본다고 합니다. 반면에 점은 운세가 흘러가는 것을 살피다가 ‘특정한 시점을 지적해서 좋겠는가, 나쁘겠는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10. 점은 실제와 잘 맞습니까?
쉽고도 어려운 질문입니다. 『서경』에 홍범(洪範) 편이 있는데, 거기에 점치는 것에 대해서 나옵니다. 중대한 일이 있는데 그 결과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지요. 그럴 때 먼저 나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나 자신이 그 일에 대해서 가장 잘 알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잘될지 안될지 물어보는 것도 점치는 겁니다. 그래도 판단이 잘 안될 때는 주변의 친한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사정을 잘 아는 친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역시 점입니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샘플링을 하라고 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이게 잘 팔릴까요? 이 가격이라면 사시겠어요?” 하고 묻는 거지요. 그래도 모르겠다면 거북점을 치고, 시초점(蓍草占)을 치라고 했어요. 그러고 보면 점은 무척 합리적인 의사결정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제가 기자분에게 거꾸로 물어보겠습니까? 점이 잘 맞을까요?
11. 한문에 관심이 있고, 한학을 조금 공부했다고 하는 이들도 『주역』이라고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정도로 어려워하고,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과 유튜브 동영상들을 보더라도 여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역이 실제로 어려운 것인지요? 어떤 때는 ‘글을 쓴 사람이나 번역한 사람이나 정확하게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서 저렇게 두리뭉실하게 표현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서삼경(四書三經) 중에서 『주역』이 제일 쉬운데, 그 이유는 그림책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책은 검은 것은 글자이고, 흰 것은 종이입니다. 그런데 주역은 ‘괘(卦)’라고 하는 음양으로 된 부호 그림이 있습니다. 교과서보다는 소설책이 읽기 쉽고, 소설책보다는 만화책이 읽기 쉬운 것과 같습니다. 그림이 있어서 쉬운 책입니다. 그 그림만 이해하면 되거든요. 대산 선생님께서는 “괘 그림이 먼저 나오고, 그 부호를 설명한 것이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라는 글이다. 그러니까 괘 그림 속에서 괘사와 효사의 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주역은 글자를 해석하는 책이 아니라 괘라는 부호를 해석하는 책입니다. 다만 그 부호 속에 담긴 뜻을 찾아내지 못하므로 성인(문왕, 주공, 공자)의 해석을 참고해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석을 참고해 보더라도 역시 그 해석을 그림이라는 부호와 맞춰보아야 해요. 그래야 정확한 뜻을 알 수가 있습니다.
12.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큰 시험 또는 결혼 등 인생의 중대사를 앞두고는 점을 치러 가거나 타로점, 별자리점 등을 보러 간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연재 글을 보면 주역의 정확도가 거의 100%인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는 것인지요? 이미 인생의 길이 정해져 있다면 점괘가 나쁜 이들은 열심히 살아봐야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 아닌지요?
제가 주역에 빠진 것은 숙명론(宿命論)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역의 글에는 ‘만약 열심히 한다면, 윗사람 말을 듣는다면, 나를 이끌어 줄 대인을 만난다면, 나를 보호해 줄 후견인을 만난다면, 군자라면, 소인이라면, 여자라면 등등’의 조건문이 많습니다. 더구나 주역의 점괘는 상(象)과 점(占)으로 구별됩니다. 상은 환경을 말하고, 점은 ‘길하다’ 또는 ‘흉하다’는 판단을 말합니다. ‘네가 처한 환경은 물속에 잠겨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성실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등등의 환경을 말하고, 그 다음에 ‘그러니 함부로 움직이지 말아라, 환경이 좋으니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점이 나오는 것입니다. 무조건 ‘길하다, 흉하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네가 처한 환경이 이러하다. 그래서 길흉을 이렇게 판별한다’고 말한 것이지요. 이렇게 환경을 말하고 점을 판단했기 때문에 철학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무런 배경설명 없이 ‘길하다, 흉하다’ 이렇게 말하는 것하고는 다른 것입니다.
사람들이 묻는 이유는 어렵고 답답해서 묻는 것인데, 거기에다 대고 ‘죽는다, 다친다, 흉하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점괘는 이렇게 나왔는데, 이런 방법을 쓰면 좋아질 수 있다고 방법을 말해주는 것이고, 그 방법이 주역의 괘 그림에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괘를 살피고 그 괘가 변해가는 것을 잘 살피는 겁니다. 방법을 찾기 위해서지요.
13. 경제성장과 높은 학력 등 생활 전반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아졌지만 많은 이들이 상당한 규모의 스트레스와 극심한 우울감, 패배감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삶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미래, 그리고 나라의 운명에 대해서도 무척 궁금해하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강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보시는 선생님 개인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떨 것 같습니까?
어떤 일이든 먼저 명분을 천명해서 사람들의 뜻과 목표를 하나로 만들고, 그 실천 계획을 세워야 혼란 없이 성공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선거를 치르는 정당을 보면 깡패, 도둑, 사기꾼, 간첩 등등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집단이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자께서 『대학』에 ‘진실하지 않은 자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백성의 뜻을 크게 두렵게 여기기 때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진실하지 않은 자들이 서로 잘났다고 주장해요. 백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지요. 국가 존립의 명분이 흐려진 겁니다. 명분이 바로 서면 국민이 그 명분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겁이 나서도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가 엄청 잘 될 조짐이 보인다는 거예요. 우선 우리나라로 세계의 기운이 다 몰려들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올해가 광복된 지 79년째 되는 해에요. 광복되면서 세계의 가장 큰 사조라고 할 수 있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기운이 우리나라로 밀려 들어왔는데, 벌써 80년이나 기운을 쏟아붓고 있는 것입니다. 기운은 들어와서 힘이 넘쳐나는데, 좋은 방향으로 인도할 지도자가 없어서 넘치는 기운이 좌충우돌하고 있는 거지요. 두 번째 조짐은 천문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 해당하는 기수(箕宿)와 두수(斗宿)가 아주 근접하고 있다는 겁니다. 별자리는 모여 있어야 기운을 발할 수 있는데, 두 개의 별자리가 힘을 합해서 빛을 발하는 거예요. 그러니 혼란과 좌절은 잠시뿐이고, 곧 대번영의 길로 간다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14. 최근 도올 김용옥 선생이 주역에 대한 새로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보통의 인문학, 철학자와 달리 괴이하고 유머러스한 행동과 특이한 해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정통의 학문을 했던 분들일수록 도올 선생에 대해 더욱 비판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선생님은 도올 선생의 학문하는 모습과 특히 주역에 대한 책과 설명들에서 보이는 내용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도올 선생의 책을 본 적이 없어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만 11년 전에 신문에서 『도올만화논어』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자로가 ‘수레와 말과 가벼운 갖옷을 친구와 함께 쓰다가 해지더라도 유감이 없고자 합니다’ 라고 한 것을 도올이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스포츠카와 베르사체 모피 외투를 여한 없이 입고 타 보는 게 제 소원입니다’라고 아주 알기 쉽게 풀었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그런데 도올의 그 해석은 사이비(似而非, 같아 보이지만 틀림)입니다. 자로의 원래 뜻은 ‘소중한 재물이지만 친구와 함께 즐겼다면 그뿐이고, 재물이 망가진 것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도올은 ‘재물을 실컷 즐기는 것이 소원이다’라고 풀이한 것입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같은 것 같지만 뜯어보면 이단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15. <유교신문>에 ‘역으로 보는 세상’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리고 내용을 보면 상당히 재미가 있는데, 주역의 내용을 워낙 잘 알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부분들마다 주역의 어느 구절과 연계가 되어서 이렇게 표현하는 것입니까?
이번 제1116호(2024년 6월1일 토요일자)에 289회 ‘설배운 것으로 인한 재앙’이 연재되었고, 그동안 <유교신문>이 격주간으로 나왔으니 대략 계산해 볼 때 1년이면 24회이고, 10년이면 240회이며, 12년이면 288회이니 아마 11~12년 전부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유교신문> 주간으로 일하다가 조선대학교 교수로 가신 찰불 김재경 선생님과 뜻이 맞아서 시작했어요. ‘주역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해달라’고 부탁해서 나름대로 풀어쓴다고 노력해온 것입니다. 그때만 해도 제 실력으로 주역의 효사를 쉽게 바꿔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유교신문 덕분에 주역을 응용해서 해석하는 방법이 많이 늘었으니 지면을 빌어서나마 이렇게 감사드립니다.
16. 유교, 유학의 변천은 주역과 관련지어 볼 때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우리나라는 워낙 변화의 폭이 커서 수십 년 안에 전통문화나 유교문화가 대부분 소멸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좋아했습니다. 새로운 창조는 과거를 잘 연구할 때 나오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전생(前生), 현생(現生), 후생(後生)으로 나누지 않습니까? 지금의 나는 과거 전생의 결과이고, 미래의 나는 지금 생의 결과라고 말입니다. 유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의 나는 조상이 얼마나 잘 살았냐에 따른 것이고, 나의 후손은 내가 얼마나 잘 살았냐에 따라 다르게 산다는 것입니다.
유교의 ‘유(儒)’자는 ‘사람 인(人)’변에 ‘기다릴 수(需)’자를 씁니다. 사람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지요.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무얼 기다리라는 것일까요? 나를 닮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제 이름만 해도 그래요. ‘윤상철(尹相喆)’에서 ‘윤(尹)’은 윤시영(尹始榮)을 시조로 하는 칠원 윤씨(漆原尹氏, 경남 함안군 칠원읍을 본관으로 함) 집안이라는 것이고, ‘상(相)’은 칠성부원군(漆城府院君)의 23대손이라는 것이며, ‘철(喆)’만이 저를 상징하는 호칭입니다. 지금 ‘나’의 2/3는 조상이 물려준 유산이고, 1/3만이 나 자신이라는 뜻이지요.
조상이 물려준 유산과 후광으로 이렇게 살고 있으므로 조상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합니다. 내가 잘나면 그 영광을 조상에게 돌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공자께서도 ‘입신양명(立身揚名)해서 부모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마침이다’라고 하신 겁니다. 그 영광을 후손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면, 그 후손은 다시 입신양명을 하여 영광을 부모에게 바치는 것입니다. 결국 ‘조상=나=후손’은 한 팀, 한 몸이라는 등식이 성립됩니다. 과거 우리 조상의 전통이 오늘을 만든 것이고, 오늘 우리가 하는 삶이 후손의 삶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더욱 전통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이지요.
17.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이고, 그것의 결론은 결국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계십니까?
인류의 영생을 위한 방향과 방법을 유교의 효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방법 중의 하나로 현재는 늙은 자녀가 더 늙은 부모를 봉양할 때 소정의 교육을 받고 자격을 따면 국가로부터 요양보호사로 인정받아서 돈을 받잖아요? 이것을 손주를 기를 때도 원용하는 거지요. 조부모가 손주를 볼 때 국가 또는 지방자치제에서 보조금을 지불받을 수 있게 손주양육보호사 제도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이 제도가 완성되면 자식 낳고 기르는 부모의 부담은 줄고, 내 자식을 믿을 수 있는 분이 길러주니 좋지요. 이 제도가 정착되면 출생률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18. 남은 인생동안 꼭 하고 싶은 것(버킷리스트), 꼭 가보고 싶은 곳,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하는 내용들을 여쭤보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할아버지(또는 어르신)의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기억되고 싶으신지요?
현재 주역책을 집필하고 있는데, 주역 64괘를 스토리화해서 한자를 몰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입니다. 『스토리주역』이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한글 주역이기도 합니다. 주역을 배워서 평생을 썼으니 저도 주역을 가르쳐주신 선현들에게 보답을 해야 않겠어요? 주역 64괘 상효(上爻)의 공통된 점괘는 ‘상효는 늙고 현업에서 물러났으니 입은 닫고 주머니는 열어라’입니다. 저도 ‘입은 닫고 주머니는 활짝 여는 멋있는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19. 유교신문 기사 등을 보니 진천향교 등에서 강연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유림들을 상대할 때는 무슨 내용으로 강의를 하시는지요? 그리고 혹시 선생님의 주역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기관이나 개인은 어떻게 하면 되는 것입니까?
그동안은 대유학당에 오시는 분들과 같이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외부 강연을 자주 가지는 않았어요. 제가 주역공부를 해서 인생철학이 밝아졌고 마음의 평안을 얻었기 때문에 주역에 빚을 진 셈입니다. 빚을 졌으면 갚는 것이 도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역 공부하기를 원하는 분이나 또 유교 발전의 방향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될 수 있는 대로 함께 하려고 노력합니다.
20.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창간 55년의 역사를 가진, 유교권 유일의 전국지’인 유교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유익하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독자들과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만 여전히 들어도 잘 알지 못하겠고, 알 듯하면서도 더 모르겠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말주변이 없는 사람과 대화하느라 오흥녕 주간께서 고생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 ‘주역의 대중화’를 꿈꾸며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주역의 큰 체계를 현대어로 옮기는 것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공부하고 있고, 수강생들과 이야기하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형태의 책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역은 이것이다!’라고 결론 내리는 역사적인 책을 쓸 수 있으면 다행이겠습니다만 공부할수록 새로운 세계가 열려지는 것이 주역입니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서 주역을 연구하고, 아는 것을 여러분에게 소개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주역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 제기를 청해 오시면 저도 더욱 자극받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역(易)으로 보는 세상’을 보고 계신 분들께서도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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